젠슨 황 “4개 新산업 선물”… 피지컬AI 동맹 띄우나

최은경 기자 2026. 6. 6.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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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구광모·이해진과 회동

작년 10월 말 이후 7개월여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저녁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함께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고깃집(형님 저요)에서 삼겹살 회식을 했다. 폭탄주(소주+맥주)도 곁들였다.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 매장에서 치맥을 함께한 ‘깐부 회동’에 이어 이른바 ‘형님 회동’이 열렸다. 식사가 시작되자 나이가 가장 어린 구광모 회장이 집게와 가위를 들고 삼겹살을 굽고 잘랐다. 황 CEO는 구 회장이 폭탄주를 만들어 내밀자, “내가 할게!”(Let me do it!)라고 외치더니 숟가락으로 잔을 쳐서 술을 섞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리고 “고(Go) 코리아, 고 SK, 고 LG, 고 네이버”라고 외치며 네 사람은 건배했다. 이날 1차 삼겹살집 결제는 이해진 의장이 했다. 이 의장은 가게에 설치된 네이버의 결제 단말기 ‘네이버페이 커넥트’를 활용해, 페이스 페이(얼굴 인식)로 결제하는 시범을 보였다. 황 CEO는 결제가 완료되자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후 황 CEO 일행은 인근 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겨 2차 회식을 했다.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삼겹살집 ‘형님 저요’에서 열린 이른바 ‘삼겹살·소맥(소주+맥주) 형님 회동’에서 이해진 네이버 의장(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건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피지컬AI 동맹 강화 목적

작년 10월 말 황 CEO의 방한이 HBM 공급망 점검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이와 함께 차세대 먹거리인 로봇·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 등 미래 AI 산업 전반에서 한국과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엔비디아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 분야에선 독보적인 글로벌 1위 기업이다. 하지만 생성형 AI를 넘어 앞으로 실질적인 AI 경쟁의 무대가 될 로봇이 현실을 인식하고 행동하도록 학습하는 ‘피지컬 AI’ 분야에선 구글·테슬라·피겨AI 등과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가려면 AI 학습에 필요한 현실 세계 공장에서 축적된 데이터 확보가 필수다. 미국은 제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중국 제조업 데이터에 의존할 수도 없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한국은 HBM(메모리), 파운드리(TSMC 편중 분산)를 넘어 로봇·자동차·스마트 팩토리와 같은 제조 데이터와 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까지 충족하는 거의 유일한 사업 파트너다.

황 CEO는 이날 오후 1시 서울김포비즈니스센터를 통해 입국하면서 기자들에게 “한국에 많은 비즈니스를 가져왔다. 몇 가지 서프라이즈(깜짝 선물)가 준비돼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세계 제조업 중심지이고 로보틱스 역량이 뛰어나다.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기술도 산업 현장에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 CEO는 저녁 회식 도중에도 “한국에 큰 선물로 엔비디아의 새로운 사업 4개를 가져왔다”고 했다.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베라 루빈, 베라 중앙처리장치(CPU), 엔비디아의 첫 AI 노트북 라인업 ‘RTX 스파크’,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AI를 위해 설계된 최첨단 AI 엣지 슈퍼컴퓨터 ‘젯슨 토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엔비디아는 한국 AI 기술센터 설립에 착수했다”면서 “한국의 AI 연구 엔지니어, 로봇 공학자들을 채용 중이며 이들은 우리의 모든 동료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쇼맨십 비즈니스 비판도

황 CEO의 최근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엔비디아와 새로운 사업을 펼칠 기회가 열렸지만 동시에 엔비디아 생태계에 종속되는 리스크도 함께 존재한다는 우려다. 옴니버스(디지털 트윈), 아이작(로봇), 코스모스(피지컬 AI) 등 엔비디아가 자사 플랫폼을 한국 제조업에 심어 글로벌 업계 표준으로 굳히고, 한국 공장과 로봇 생태계가 엔비디아 칩과 플랫폼을 사용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황 CEO가 한국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는 것 같지만, 결국은 한국 업체와 협업해 피지컬 AI 표준을 선점하고, 궁극적으로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제조업을 자사 플랫폼에 ‘락인(Lock-in·가두기)’ 하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황 CEO는 마치 각 국가가 AI의 주권을 갖는 ‘소버린 AI’를 지지하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결국은 소버린 AI를 엔비디아의 반도체로 달성하라는 세일즈에 나선 것이고 AI 선진국들은 점점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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