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25시] AI 이용한 소송 늘자… 법원, 허위내용 검증 골머리

이민경 기자 2026. 6. 6.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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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소장쓰기 등 강의 유행
판사 “1시간 업무 7시간 걸려”

“인공지능(AI)에 뭐라고 명령해야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지 알려 드립니다.”

지난 2월 A씨가 ‘AI를 활용한 나 홀로 소송 스터디’를 모집하며 한 사이트에 올린 내용이다. A씨는 변호사가 아니다. 하지만 A씨는 챗GPT,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를 이용해 작성한 소장으로 돈을 빌려 간 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에서 채무자 소유 아파트 가압류 결정을 받아냈다. A씨는 “변호사 선임 비용을 마련할 수 없어 AI를 썼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조선일보DB

AI를 이용한 나 홀로 소송이 유행처럼 퍼지면서 AI 소송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강의에선 AI에 어떤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해야 소송에 필요한 문서를 만들어 주는지 알려준다. 변호사도 며칠씩 걸리던 작업이 AI를 사용하면 몇 시간 만에 가능하다.

전국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B씨도 작년 말 AI 소송을 주제로 온라인 강의를 했다. 민·형사 재판을 모두 받고 있던 한 시청자는 B씨 강의를 듣고 만든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B씨는 “시청자가 한 푼도 쓰지 않고 재판을 끝냈다고 연락해 왔다”며 “AI를 3~4개 이용하면 누구나 소송에 필요한 문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변호사 없이 혼자 AI로 진행하는 소송이 늘면서 법원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선 재판부에 제출되는 문서 양이 증가했다고 한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간단한 민사 재판에도 무조건 서면을 많이 내는 분위기”라며 “AI 때문에 서면 작성이 쉬워져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고등법원 판사는 “늘어난 서면들 사이에서 핵심 주장을 골라내야 하는 일이 종전보다 많아지면서 퇴근 시간도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거짓 내용을 사실처럼 말하는 AI의 이른바 ‘환각’ 오류를 걸러내는 일도 추가됐다. 한 지방법원 민사 재판부에서 근무하는 부장판사는 최근 가등기 말소 소송을 심리하면서 피고 측 의견서를 분석하는 데만 7시간이나 걸렸다. 잘못된 법리가 맞는 것처럼 적혀 있어서 한 문장씩 뜯어서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이 소송은 부동산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흔히 있는 사건으로, 통상적으로 법관이 소송 자료를 1시간 정도 보면 양측 주장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부장판사는 “AI가 만든 거짓 정보를 그대로 의견서에 담은 것 같았다”며 “가짜 판례 등은 사건 번호 검색 등으로 바로 걸러낼 수 있는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 측 주장을 일일이 분석해야 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AI 소송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송 당사자와 재판부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AI를 이용해 가짜 법령·판례를 인용하거나 허위 내용을 제출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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