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불법 채권 추심 논란… “빚 독촉 괴로워” vs “법 지키며 회수”

한영원 기자 2026. 6. 6.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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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추심 현장에 본지 동행 해보니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드릴 돈 없어요. 그냥 돌아가세요.”

지난달 19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박모(49)씨는 초인종 소리에 러닝셔츠 차림으로 문을 열었다. 박씨를 찾은 이는 채권 추심인 이모(64)씨. 박씨는 수년 전 은행에서 8000만원을 빌린 뒤 1년 반 넘게 갚지 않았다. 이씨가 “앞으로 어떻게 상환할 계획이냐”고 묻자, 박씨는 웃으며 “개인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달 국무회의에서 일부 채권 추심 행위를 두고 “원시적 약탈 금융”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대부업자들이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혹하게 상환을 독촉한다는 뜻이 담긴 말이었다. 실제로 일부 채권 추심업자들이 불법적으로 채무자를 괴롭혀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씨처럼 신용정보법에 근거를 둔 채권 추심인은 8000여명. 본지가 최근 만난 채권 추심인들은 일부 대부업자의 무리한 불법 추심으로 인해 자기들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부정적으로 바뀔까 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4월 1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은 생전 대부업자에게서 과도한 빚 상환 독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추심에 시달리는 채무자들은 “빚 독촉에 괴롭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채권 추심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개인채무자보호법에선 채권 추심인이 지켜야 할 사항을 정해 두었다. 채권 추심인은 채무자에게 전화, 문자, 방문 등을 합쳐 일주일에 최대 7번만 접촉할 수 있고, 방문은 하루 한 번만 할 수 있다. 또 저녁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채무자를 접촉해서는 안 된다. 채무자 집을 찾았을 때 문을 세차게 두드리거나 소리를 지르면 불법이다.

/그래픽=양진경

본지는 지난달 19일 채권 추심인이 채무자를 찾는 현장에 동행했다. 이들은 국가공인 신용관리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일련의 연수 과정을 마친 뒤,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추심인들이다. 5년 차 채권 추심인 김모씨는 이날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를 찾았지만 1층 공동현관 입구에서 가로막혔다. 공동현관에 설치된 인터폰으로 호출했지만 채무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김씨는 15분간 기다리다가 다른 주민이 들어갈 때 따라 들어가 채무자 집 초인종을 눌렀지만, “짜증 나게 하지 말고 돌아가라”는 답만 돌아왔다.

김씨는 “보통 100군데를 찾아가면 문을 열어주는 채무자는 두어 명에 불과하다”며 “연락을 피하거나 ‘불법 추심으로 신고하겠다’며 반발하는 경우가 예전보다 늘었다”고 했다. 이날 김씨는 채무자 11명에게는 전화를 걸었지만 성과는 없었다. “자동이체로 돈이 빠져나갔다”, “돈을 빌려 저녁에 입금하겠다”, “월급이 내일 들어온다” 같은 이유를 대며 빚 상환을 미루거나 거부했다고 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채무자 보호 문제가 이슈화하면서 채권 추심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채권 추심인은 대부분 채권 추심 업체와 3~6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고 채권 회수에 성공하면 회수 금액의 15~30%를 성공 보수로 받는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는 등록제로 운영하던 채권 추심업을 허가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900곳이 넘는 채권 추심 업체가 30곳 안팎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4대 금융사 자회사인 A신용정보회사에서는 채권 추심인을 실적에 따라 3개월 단위로 해고하는 ‘컷오프제’를 도입했다.

최근 개인·소상공인 채무는 줄고 있다.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빚 탕감 조치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7년 이상이 됐거나 5000만원 이하인 빚을 탕감해주는 배드뱅크 ‘새도약기금’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개인·소상공인 123만여 명이 안고 있던 22조6000억원의 빚이 사라졌다. 그런데 7년 차 채권 추심인 최모씨는 “연체액이 10억원이 넘는 한 채무자는 한 지방 대학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었다”며 “재력이 있는데도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에 대해선 빚을 탕감해 줘선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채무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지만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도 보장돼야 한다”며 “채무자가 돈을 갚아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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