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사라지자, 우크라 EU 가입 문 열렸다

파리/원선우 특파원 2026. 6. 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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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新정부 “가입 반대 뜻 철회”
EU, 15일 장관 회의서 논의 시작
젤렌스키, 푸틴에게 담판 회담 제안
“직접 만나서 대화… 전쟁 끝내자"
2025년 8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내에 우크라이나 국기와 유럽 연합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헝가리 새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반대 의사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EU가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협상을 조만간 개시할 예정이라고 dpa 통신 등이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경제·안보를 위해 EU 가입을 추진해 왔지만 헝가리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다 지난달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정권이 퇴진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논의를 재개할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올 상반기 EU 순회의장국인 키프로스 측은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가입 논의를 이르면 오는 15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EU 장관 회의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두 국가의 유럽 통합 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사건으로, EU의 단결과 의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했다.

◇EU 가입은 우크라의 ‘생존 전략’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나흘 만에 EU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고 그해 6월 EU 회원국 만장일치로 공식 후보국 지위를 얻었다. 그러나 2024년 6월 시작된 EU 가입 협상은 친러 성향 헝가리 오르반 빅토르 정권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진척되지 못했다. 오르반은 우크라이나 자카르파티아 등지에 사는 헝가리계 주민 약 15만명에 대한 처우를 거부권의 빌미로 삼았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2017년부터 학교에서 헝가리어 등 소수 민족 언어 교육을 금지한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하면서 반대한 것이다.

그러나 ‘친러 청산, EU 복귀’를 내세워 당선된 마저르 페테르 신임 총리는 우크라이나와 소수 민족 문제를 논의하면서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마저르는 지난 2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헝가리계 소수 민족 권리 문제가 해결돼 우크라이나와의 관계에 새 장이 열릴 수 있다고 낙관한다”고 했다. 언어·교육·문화 등 분야에서 11가지 요구를 제시해 협상 중인 마저르는 “협상이 아주 긍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미 결론에 가까워진 상태이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래픽=이철원

우크라이나에서 EU 가입 문제는 과거 친서방 세력과 친러 세력 간 갈등의 불씨였다. 2004년 친러 성향 야누코비치 대통령 당선에 반발해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선 ‘오렌지 혁명’으로 재선거가 이뤄졌고, 친서방 후보 유셴코가 집권하면서 우크라이나는 EU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천명했다. 그러나 정권은 다시 친러 진영으로 넘어갔고, 2013년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EU 가입 논의를 전면 중단하고 친러 노선을 표명하자 이에 반발하는 ‘유로마이단 혁명’이 발생했다. 야누코비치 정권은 무너졌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세력권을 이탈한다고 판단하고 이듬해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서 EU 가입은 우크라이나의 생존 전략으로 바뀌었다. 젤렌스키는 집단 방위가 보장되는 나토 가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절대 불가’ 방침에 가로막혔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EU 가입을 통해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서방 질서에 안착해 안보와 경제 안정을 도모하려 하고 있다. EU가 우크라이나의 가입 문제를 논의한다는 소식에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는 “우리는 EU 가입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최종 가입까진 시간 걸릴 듯

다만 우크라이나의 실제 가입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U 가입엔 27개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또 ▲기본 사항 ▲내부 시장 ▲경쟁력 및 포용 성장 ▲녹색 의제와 지속 가능한 에너지·교통 ▲자원·농업 ▲대외 관계 등 6개 부문에 걸쳐 법률·시장·제도 관련 정책 30여 항목을 EU 기준에 맞추는 협상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린다. 2005년 시작된 튀르키예의 가입 협상은 민주주의, 법치, 기본권 문제로 현재까지도 지지부진하다. 우크라이나의 부패 문제가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젤렌스키는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직접 대화를 통한 전쟁 종식을 제안한다”며 담판 회담을 제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그들이 만난다면 좋을 것 같다”며 “양측 모두에 내가 양보를 제안했다”고 했다.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의 서한을 보고받았으며, 5일(현지 시각)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국제경제포럼(SPIEF) 본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서한에 대한 푸틴의 반응에 대해서는 “섣불리 앞서 나가고 싶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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