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노조도 파업 예고… ‘반도체 공장 건설’ 볼모 잡나
수도권 트럭 7000대 참여 예상
1000여대는 반도체 공장 투입 물량
지난달 27~31일 타워크레인 노조가 파업을 벌인 데 이어, 이번에는 레미콘 운송 사업자들이 8일부터 파업을 예고했다. 경기 평택·용인 반도체 공장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물밑 조율에 나섰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공사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는 최근 파업 찬반 투표를 가결하고 8일부터 파업을 예고했다. 레미콘 운송노조 회원들은 개인 소유 레미콘 차량(믹서트럭)을 운행하는 개인 사업자다. 레미콘 제조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고 레미콘을 운반하는데, 단체로 휴업하고 차량 운행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파업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운송노조 측의 요구는 크게 레미콘 운송비 단가 인상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노조 측은 “기사들이 개인 사업자 신분이지만 실질적으로 제조사에 경제적으로 종속된 특수 고용 형태인 만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한다. 반면 레미콘 제조사는 개인 사업자인 기사들이 모인 노조와 교섭을 벌이면 근로자임을 인정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원청인 건설사와 직접 운임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도 크다.
시멘트와 골재, 물 등을 혼합해 만드는 레미콘은 생산 후 장기 보관이 불가능해 당일 생산·당일 타설이 원칙인 자재다. 공급이 중단되면 건설 현장은 즉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서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럭은 약 7000대로, 이 가운데 1000여 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이 반도체 생산 시설 증설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타워크레인 노조 파업에 이어 레미콘 노조까지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을 ‘볼모’ 삼아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며칠 수준의 운행 중단은 공정 조정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장기화하면 일부 현장은 공사 자체가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나흘간 이어진 타워크레인 노조 파업이 임금 인상 잠정 합의 이후 조기 종료된 것처럼, 이번 레미콘 파업도 운송비 부분만 합의가 되면 조기에 끝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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