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닮은 식당서 ‘격조’를 먹는다…“오늘은 나도 귀족”

2026. 6. 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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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등 식당의 비결] 싱가포르 프렌치 레스토랑 ‘레자미’
르네상스 시대를 연상시키는 천장 장식과 조명이 인상적인 ‘레자미’의 프라이빗 룸. [사진 레자미]
‘레자미(Les Amis)’의 다이닝 홀에 들어서면 짙은 붉은색 벨벳 벽과 나무를 사용한 인테리어, 편안한 베이지색 의자와 구김 없이 반듯하게 펼쳐진 흰 식탁보가 손님을 맞는다. 메인 다이닝 홀을 지나면 특별한 식사가 가능한 프라이빗 다이닝 룸이 있는데, 그 중 하나인 ‘매그넘 룸(Magnum Room)’에는 이름에 걸맞게 100가지가 넘는 매그넘(보통 와인 병의 2배) 병이 전시돼 있다. 천장에는 르네상스 시대 화가 안드레아 만테냐에게서 영감 받은 정교한 조명이 있어 마치 유럽의 어느 성당에 온듯한 느낌이다.

1994년 문을 연 레자미는 4명의 친구가 프랑스 정통 요리를 싱가포르에 가져오기 위해 오픈한 곳이다. 레스토랑 이름은 프랑스어로 ‘친구들’이라는 뜻. 레자미가 오픈할 당시만 해도 싱가포르의 최고급 다이닝은 호텔 안에만 존재했다. 레자미는 싱가포르 최초의 독립형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등장했고, 2019년에는 싱가포르 최초의 3스타 레스토랑이 됐다. 그뿐 아니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5스타, 와인 스펙테이터 그랜드 어워드까지 모두 보유한 아시아 유일의 레스토랑이다. 이는 파인다이닝의 세 가지 핵심 요소인 음식, 서비스, 와인 등 모든 것이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현재 레스토랑을 이끌고 있는 세바스티앙 레피노이 셰프는 프랑스 출신으로 2013년에 이곳으로 왔다. 그는 “이미 20년 가까운 역사와 탄탄한 명성을 갖추고 있는 레자미에 대한 책임감으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프렌치 ‘오트 퀴진(최고급 요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피노이 셰프는 홍콩에서 프렌치 레스토랑 총괄 셰프로 지내면서 중국·태국·베트남 등 다양한 아시아 요리를 경험했다. 한국인 아내 때문에 평소에도 자주 한국을 방문해 한국 셰프들과도 자주 교류하고 있다. 하지만 요리의 정체성만큼은 프렌치에 두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완벽하게 익힌 수란 위에 물냉이 소스를 얹어 연두색의 상큼한 접시를 완성했다. [사진 레자미]
예를 들어 레자미가 최고 수준의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의 식재료에 대한 집요한 철학에 있다. 레피노이 셰프는 “최고의 요리는 최고의 재료에서 시작된다”며 프랑스의 사계절과 산지를 고려한 엄격한 재료 선정 원칙을 고수한다. 최고의 재료는 품질에 더해 적절한 시기와 계절성을 이해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든 식재료의 90%를 프랑스에서 공수한다. 봄에는 어린 양고기와 송아지고기, 여름에는 토마토와 바닷가재, 가을에는 버섯과 푸아그라, 겨울에는 블랙 트러플 등.

장인이 만든 버터부터 60가지가 넘는 치즈도 프랑스에서 가져오는데, 프랑스 내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최상의 식재료를 생산자들로부터 직접 공급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레피노이 셰프가 그들과 오랜 세월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캐비어 공급업체인 카비아리(Kaviari)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정육업자, 버터와 치즈를 생산하는 농부들과도 마찬가지다.

랑구스틴에 프랑스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올리고 캐비어를 듬뿍 곁들인 ‘레자미’의 시그니처 요리. [사진 레자미]
레피노이 셰프가 추구하는 오트 퀴진의 본질을 가장 잘 담은 요리는 사계절 대표메뉴인 ‘록튀디산 랑구스틴과 비여과 프랑스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에멀전 소스’다. 레자미만을 위해 특별히 생산된 프랑스산 올리브오일을 사용해 랑구스틴을 요리하고, 그 위에 캐비아를 후하게 올린 요리다. 클래식 프렌치 요리의 정교한 기술, 섬세한 플레이팅까지 레피노이 셰프가 추구하는 요리 철학과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레자미의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몇 가지 핵심 요소를 답했다. 그 중 첫 번째는 일관성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지만 모든 메뉴가 동일한 수준의 완성도를 유지해야 하고 레스토랑이 추구하는 기준과 철학을 충족해야 한다”고 답했다. 두 번째는 서비스다. 그는 “고객이 다시 레스토랑을 찾게 만드는 비결은 서비스”라며 직원 교육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프랑스에는 ‘Avoir le cœur sur la main’라는 표현이 있다. 손위에 심장이 있다는 뜻으로 마음까지 내줄 만큼 정이 많고 관대하다는 표현이다. 레자미의 서비스가 바로 이렇다. 식전 빵부터 마지막 치즈 코스까지 최상의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든다. 매일 직접 굽는 빵 종류가 10가지가 넘는데, 직접 테이블로 가져와 선택하게 하고 사워도우는 눈앞에서 잘라준다. 봄과 여름 시즌에는 레스토랑에서 직접 6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만드는데 테이블로 트롤리를 가져와 직접 퍼주는 게리동 서비스를 한다.

레피노이 셰프. [사진 레자미]
세 번째는 와인이다. 매력적인 와인을 보유하는 것은 물론, 전문성을 겸비한 소믈리에 팀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통 프렌치, 그것도 최고의 오트 퀴진에서 와인은 음식과 경험의 주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전통 프렌치 요리를 하고 있지만 레자미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싱가포르의 ‘멜팅팟(melting pot·인종 문화 등 여러 요소가 하나로 융합 동화되는 현상)’과 잘 접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민족과 문화가 어울려져 사는 싱가포르에서 레자미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집합체다. 일본인·한국인 셰프와 인도인 매니저 등 팀 전체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 레자미의 직원들은 프랑스 미식 문화에 뿌리를 두고 프랑스에서 연수를 받으며 프랑스 요리와 서비스 기준에 부합하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다양성이 존재하고 이런 요소들이 자유롭게 발휘되면서 레자미만의 또 다른 강점이 만들어진다.

김정아(Anica Kim) 더 헝그리 투어리스트 코리아 대표. 평양이 고향인 외할머니와 서울 토박이 할아버지로부터 한식의 다양함을 배웠다. 미국 뉴욕에서 자랐고 이후 교토·런던·도하·상하이·서울에서 생활하며 문화의 다양성을 체험하고 세계 미식과 사랑에 빠져 한식을 외국에 소개하며 국내외 F&B 현장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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