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걸어 잠근 20대 아들… 우리 부부가 아이를 망친 겁니까?

박성덕 연리지가족부부연구소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26. 6. 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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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박성덕의 부부 마음길]
고립과 분리 선택한 아들
건강하게 다시 일어서려면?
일러스트=유현호

Q. 21살 아들이 가족과 소통을 끊고 지냅니다. 집에 있을 때는 방에만 틀어박힌 채 청소도 못 하게 합니다. 최근 2년간 저희와 같이 식사도 하지 않습니다. 결혼 초 남편과의 잦은 불화와 경제 문제로 첫째인 아들이 어릴 때 잘 보살피지 못했고, 아들은 사춘기 시절 아빠와의 심한 갈등으로 여러 차례 가출도 했습니다. 그런데 고2 딸은 저희 부부와 잘 지내고 있어 같은 부모 아래 자란 두 아이의 다른 모습이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저희 부부가 아들을 망친 것 같아 후회스럽습니다. 아들 문제로 남편과 대화를 하고는 있는데 때가 늦은 건 아닐까 두렵습니다.

A. 부모와 자녀 사이에 발생한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자녀에게는 오랜 기간에 걸쳐 ‘단계적 반응’이 일어납니다. 부모에게 이해받지 못하거나 원하는 것이 충족되지 않아 반복적으로 좌절을 겪을 때 나타나는 연쇄적 반응입니다.

부모에게 이해받지 못했을 때 자녀가 보이는 첫 번째 반응은 ‘분노’입니다. 이때 화를 내기도 하고 심한 짜증을 부리거나 토라지는 행동을 합니다. 배가 고프거나 아플 때 부모가 외면하면 자녀는 화를 냅니다. 자신에게 생긴 고통을 가장 강하고 빨리 알려줄 수 있는 경보 장치가 바로 분노입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부모는 다가가서 웃으며 자녀의 고통을 해결해 줍니다.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먹을 것을 줍니다. 그렇게 하면 자녀는 쉽게 안정을 찾고 사랑을 느낍니다. 부모의 부드럽고 따뜻한 반응은 자녀의 삶에 자양분이 됩니다. 하지만 부모가 불화나 바쁜 일상 탓에 자녀의 요구에 적절히 반응해 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분노하는 자녀가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 두 번째 단계인 ‘찾고 매달리기’로 넘어갑니다. 이때 아이는 부모와 떨어지지 않고 달라붙어 있으려 하고, 놀다가도 부모가 가까이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합니다. 공공장소에서 껌딱지처럼 달라붙는 아이에게 화를 내는 부모를 자주 보게 되는데, 밀어내거나 야단치면 아이는 더욱 강하게 매달립니다. ‘분노’ 단계에서 안정을 찾지 못한 아이는 부모의 사랑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없습니다. 부모가 언제든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버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꽉 붙잡으려 하는 것입니다. 이때 아이를 떼어놓으려 혼내기보다 꼭 안아주며 사랑을 확신시켜 줘야 합니다. 그래야 자녀는 두려움이 줄어들고 부모를 신뢰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충분한 위로를 받지 못한 자녀는 세 번째 ‘절망과 우울’ 단계로 접어듭니다. 부모로부터 반복해서 거절과 외면을 받아 우울감에 빠지고 깊은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자주 묻곤 합니다. 그때마다 친절하게 대답해줘야 합니다. 이를 방치하면 심각한 우울증으로 전개될 수 있으며 실제로 많은 아이가 항우울제를 처방받기도 합니다.

지금 아들이 보이는 반응은 마지막 네 번째인 ‘분리’ 단계입니다. 가족과 소통을 차단하고 혼자 방으로 들어가 고립을 택하는 것입니다. 앞선 모든 행동은 부모에게 ‘나를 봐 달라’고 끊임없이 보낸 간절한 신호였습니다. 하지만 끝내 부모가 반응하지 않자,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포기한 채 방으로 숨어들어 세상과 자신을 분리해 버린 것입니다. 그동안 거절당하며 겪은 고통이 너무 컸기에, 부모에게 기대하는 마음 자체를 접어 버린 상태입니다. 그래야만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자녀는 물론 부모도 절망감에 빠져 자포자기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희망이 있습니다. 그동안 자녀가 보인 분노, 매달림, 절망과 우울, 고립은 겉으로 드러난 증상입니다. 내면에는 끊임없이 부모가 다가와 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의 행동은 부모의 사랑을 원해서 나오는 반응인데도, 부모는 이를 자녀의 개인 문제로 보거나 자녀가 자신들을 싫어해서 거부한다고 오해해 다가가지 못합니다. 캐나다 심리학자 수잔 존슨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지혜로운 인간)’보다 ‘호모 빈쿨럼(Homo Vinculum·결합하는 인간)’이 인간의 특성을 적절하게 설명하는 단어라고 했습니다. 단계적 반응은 결합이 실패할 때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역설적으로 부모와 함께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의 표현입니다. 소중한 타인과 서로 이해하고 연결되기를 바라는 욕구는 모든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습니다. 고립과 분리를 선택한 이면에 숨어 있는 아들의 이런 간절한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부모가 용기를 내 방문을 열 때, 아들은 마음의 문을 열 것입니다. 그동안 아들이 혼자 견뎌온 상처와 외로움을 따뜻하게 안아줘야 합니다. 갈등이 오랜 기간에 걸쳐 쌓여온 만큼 이런 노력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합니다.

이번 사례처럼 한 부모 아래 자란 형제자매인데도 서로 다른 모습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같아도 자녀마다 다르게 양육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부모가 첫째를 키우며 경험이 쌓이고 변화하기 때문에 둘째에게 다르게 반응하며, 자녀마다 타고난 성향도 다릅니다. 부모의 양육에 대해 아들과 딸이 이해하고 반응하는 방식 또한 같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고, 아이들을 서로 비교하지 않아야 하며 어느 한쪽을 비난하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사랑받지 못해 겪은 자녀의 고통에 공감할 때 가족은 건강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속상하고 매달리고 싶고 우울해했던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진심이 전해질 때 분노와 고립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표면이 아닌 이면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가족은 반드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지금 등을 돌린 가족이 있다면,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결합의 욕구’를 믿고 용기 내서 다가가 보시기 바랍니다. 관계에서 받은 상처는 관계를 통해 회복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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