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암매장했는데 고작 징역 3년…돈 받고 합의한 ‘20년 절연’ 아버지 때문이었다 [오늘의 그날]

강지원 AX콘텐츠랩 기자 2026. 6. 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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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고아로 자란 딸, 밭에 묻혔다
20년 절연 아버지, 합의금 받고 탄원
법원, 징역 5년→3년…검찰 “유감”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 <편집자주>
동거녀를 폭행해 숨지게 한 후 가족 소유 밭에 암매장한 이모씨가 2016년 10월 경찰에 긴급체포된 후 현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딸이 혼자 잘 사는 줄 알았다.”

2017년 6월 6일. 동거녀를 폭행해 숨지게 한 뒤 밭에 암매장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세상에 알려지며 거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감형의 배경에는 피해자와 20년 가까이 인연을 끊고 살아온 아버지의 합의가 자리하고 있었다.

◇동거남의 폭행에 숨지고, 밭에 묻히다=사건의 피해자 A씨는 부모의 이혼 이후 할머니 손에서 자라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집을 나왔다. 이후 보육원을 떠돌며 생활했고, 열여섯 살을 넘기면서부터는 아버지와 1년에 한두 차례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관계의 전부였다. 가족이라는 이름만 남아 있을 뿐, 실질적인 유대는 오래전에 끊어진 상태였다.

A씨가 동거남 이씨에게 폭행당해 숨진 것은 2012년 9월이었다. 이씨는 A씨가 집에서 다른 남성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격분해 무차별 폭행을 가했고, A씨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남동생 B씨를 불러들여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한 밭에 시신을 파묻었다.

웅덩이를 파고 시신을 넣은 뒤 미리 준비한 시멘트를 개어 붓는 방식으로 흔적을 지우려 했다. 이씨는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동거녀가 갑자기 사라졌다”며 되레 행방을 묻고 다니며 범행을 감췄다.

A씨가 숨진 뒤 4년이 지나도록 아버지는 딸의 생사를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그나마 이어오던 연락이 완전히 끊겼지만 실종 신고조차 내지 않았다. 강원도에 살던 그는 2016년 10월 경찰이 이씨 등을 체포하고 유일한 혈육 자격으로 연락을 취한 뒤에야 딸이 변을 당했다는 사실을 접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딸이 혼자 잘 사는 줄 알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은 2016년 10월 충북 음성군 밭에서 뒤늦게 발견됐다. 사체가 심하게 백골화된 탓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부검에서도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수 없었다. 결국 이씨에게는 살인이 아닌 폭행치사와 사체은닉 혐의가 적용됐다.

◇징역 절반 깎인 배경엔 ‘20년 절연 아버지’=2017년 1월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인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리는 비인간적 범죄를 저지르고 범행을 영원히 은폐하려 했다”고 질타하면서도,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공범인 남동생 B씨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같은 해 6월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는 이씨의 형량을 징역 3년으로 낮췄다. 재판부가 감형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유족이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합의를 이끌어낸 유족은 A씨의 아버지였다. 그는 이씨 측으로부터 거액의 합의금을 수령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으며,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까지 법원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 년간 딸과의 관계를 외면해온 아버지가 딸의 죽음 앞에서 아버지로서의 법적 권한을 행사한 셈이었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생전 피해자와 절연 관계에 있던 아버지의 합의로 감형돼 유감스럽다”며 “이런 경우를 유대 관계에 있는 유족의 일반적인 합의와 동일하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1심과 항소심 모두에서 공소 사실이 유죄로 인정된 만큼 대법원 상고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법조계에서도 비판적 시각이 흘러나왔다. 당시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부녀관계가 끊어지지 않았던 만큼 당시 재판부로서도 합의를 양형에 반영할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형량을 거의 절반 가까이 줄인 것은 다소 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판결 소식이 퍼지자 온라인에서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한 누리꾼은 “남남과 같던 아버지의 합의 때문에 암매장범이 감형을 받았더니 마음이 더욱 답답하다”며 “양형이 아무리 판사의 고유권한이라지만 ‘사람의 생명을 해하는 것도 별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건 비단 나뿐이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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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AX콘텐츠랩 기자 g1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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