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스페이스X’에 올라탈 분들에게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6월 12일 약 113조원(약 750억달러) 규모의 상장이 이뤄지면 주가가 훨훨 날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관련 금융상품을 쏟아내고 펀드에 즉시 담겠다는 말에 수백억 원이 밀려들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화끈한 베팅 뒤에는 서늘한 진실이 숨어 있다.
미국 플로리다대 제이 리터 교수가 1980~2024년 뉴욕 증시에 상장된 9254개 기업을 추적한 결과, 상장 첫날 종가에 주식을 사서 5년 동안 보유했을 경우 연평균 주가 상승률은 규모가 비슷한 기존 기업보다 매년 3.6%포인트씩 낮았다. 비상장 주식을 갖고 있던 주주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대거 팔아 치운 탓에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신규 상장한 기업보다 기존 기업의 주식을 사는 편이 통계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뜻이다.
현재 스페이스X 외에도 오픈AI, 앤스로픽 등 대형 기업들도 앞다퉈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의 3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훌쩍 넘으면서 대출이 여의치 않아서다.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 결국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를 떠안게 되는 셈이다.
반도체와 AI 등 첨단 산업에 닥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도 살필 필요가 있다. 현재 AI와 우주 등 세계 증시를 이끄는 테마는 2000년대 초반 거품이 잔뜩 끼었던 ‘닷컴(IT) 버블’ 당시와 묘하게 닮았다는 우려가 많다. 당장 뚜렷한 수익 모델이 불확실한 신생 기업들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몰리면서 특정 인프라 장비 기업들이 매출 확대에 기댄 성장 양상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미국 통신 장비 기업 ‘시스코’(Cisco)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수많은 닷컴 기업의 막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통신 장비를 독점 공급해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버블이 꺼지자 주가가 80% 폭락했고 그 고점(80달러)을 회복하는 데 무려 26년이 걸렸다.
비슷한 이유로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젠슨 황의 엔비디아는 올해 2~4월 총매출(816억달러) 가운데 현금으로 받지 못한 ‘외상값(매출 채권)’이 약 50%(407억달러)에 육박한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신생 AI 기업에 대규모 론(loan·대출)을 제공하고 자신들의 비싼 반도체를 사게 하는 ‘돌려막기식 거래’ 탓에 실제 금고는 채워지지 않은 것이다. 만약 그 기업이 향후 뚜렷한 돈벌이를 하지 못하면, 시스코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물론 과거 사례가 미래를 전부 담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 기업의 초대형 상장이 남긴 부담을 우리 개미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맡지 않으려면 보다 이성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수적이다. 냉철하게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투자 전략을 재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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