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매 남았다, 항의 엄청 심하다”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사태, 송파구 공무원들 호소…절반도 준비 안됐었나

문영규 2026. 6. 5. 23:2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2투표소 앞에서 경찰이 투표함 이송을 위해 이를 막아선 시위대를 해산 조치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빚은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 유권자의 절반이 안되는 투표용지가 준비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5일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잠실7동 제2투표소 선거인 수는 3856명이었으며 송파구 선관위가 보낸 투표용지 박스엔 ‘인쇄 매수’가 1900매로 기록돼 있었다고 연합뉴스가 이날 전했다.

보내진 매수는 선거인의 49.3%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선거인의 최소 50%만큼 투표용지를 인쇄하도록 했는데, 3856명의 50%인 1928매를 기준으로 산정하고 내부 지침에 따라 100매 단위로 맞춰 1900매를 인쇄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이 투표소에선 본투표 종료 전 준비된 투표용지가 모두 소진되면서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선관위가 투표 마감 시각을 오후 6시에서 10시로 연장했으나 일부 유권자들은 ‘부정선거, 재선거’를 주장했고 다수의 시위대가 몰려 투표용지가 2박 3일 간 반출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선관위는 선거인 수의 70% 수준으로 본투표용 투표용지 최소 인쇄 비율을 유지하다 사전투표율 상승, 대선·총선 대비 관심도 등을 고려해 이번 선거에서 50%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투표함이 이송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내부에서 발견된 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투표소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투표용지 박스. 이 박스 겉면에 적힌 ‘투표용지 인쇄 매수’는 총 1천900매였다. ‘박스 1개 중 1번’이라고 적혀서 다른 투표용지 박스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투표소의 선거인 수는 3856명으로 파악됐다. [연합]
공무원들 “투표용지 부족하다” 보고

선거 현장에 투표 사무원으로 투입됐던 송파구 공무원들이 투표용지 부족을 경고하며 보고한 정황도 알려졌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에 따르면 투표소에 투입된 송파구 공무원 및 선관위 직원 150여 명이 함께 구성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선거 당일 송파구 공무원들이 조치를 요구하는 메시지들이 올라왔다.

현장에선 오후 2시께부터 “투표소별로 몇 % 정도 남아야 용지 추가 수령 여부를 알려주냐”며 용지 부족 조짐이 보였다. 이 글쓴이는 “투표소 서기들이 용지 부족할까봐 연락이 오는데 우선 선관위에서 모니터링한다고 답변만 하고 추가 수령 확답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투표용지) 35매 남아있고 대기도 많다”는 메시지와 함께 투표용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내용의 메시지들이 계속 올라왔다.

한 지역은 4시가 넘어 투표 중단 상태를 보고했고 “부정선거 의혹 등 항의가 엄청 심하다”와 같은 혼란스런 상황도 그대로 전해졌다.

“경찰 지원 요청하는데 불러도 되냐. 현장에서 너무 고충이 심각하다”, “곧 투표 중단해야 한다. 빠른 조치 부탁드린다”, “선관위 답변 부탁드린다. 투표 중단된 동은 선거인에게 대기표 나눠드리고 6시 이후에라도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해도 되냐”는 등 선관위에게 조치를 촉구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5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이송된 투표함이 개표소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부는 성명을 통해 “송파구 투표소에서 발생한 감금 사태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은 송파구 공무원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며,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던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선관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현장 선거사무원들은 이미 투표용지 부족 상황을 인지하고 선관위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결국 현장 혼란과 시민들의 항의는 선관위가 아닌 선거업무를 지원하던 지방공무원들이 감당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선거사무를 수행하던 공무원들이 장시간 현장에 고립되고 폭언과 위협에 노출된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라며 “공무원들은 장시간 선거사무뿐 아니라 공보물 분류·포장·운반, 각종 선거지원 업무까지 수행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본연의 대민행정은 위축되고 시민 불편도 발생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더 이상 국가사무의 부담과 책임을 지방공무원에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거사무 운영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 67개소 투표용지 추가 송부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시 투표용지 부족으로 용지가 추가 송부된 곳은 전국 67곳이었다.

윤재수 선거정책실장은 이날 과천청사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로 송부한 투표소 개수는 전국 1만4천288개 투표소 중 67개소”라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35개, 부산·경남 8개, 대구 7개, 인천 6개, 울산 3개 순이었다. 서울은 송파구에서만 15개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추가 조달됐다.

이 중 17개 투표소는 추가 송부된 투표용지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나머지 50개 투표소에서는 실제 투표에 사용됐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일시 중지됐다 재개된 투표소는 총 22개소로 집계됐다.

윤 실장은 서울 ‘강남 3구’ 등 특정 지역 용지 부족 사태가 집중된 이유에 대해 “대구·경북, 부산·경남 쪽에서도 투표용지가 부족한 현상이 발생했다”며 “전반적으로 선거일 (당일) 투표율을 저희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사정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