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EU ‘탈미국’ 기술 드라이브에 우려…“중국과 AI 전쟁 중”

백민정 기자 2026. 6. 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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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푸즈더 주유럽연합 미국 대사가 지난 4월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기술 주권’을 앞세워 미국 빅테크 의존도 줄이기에 나서자 미국이 우려를 표했다. 유럽의 기술 자립 움직임이 대중국 견제를 위한 서방 공조를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앤드루 푸즈더 주EU 미국 대사는 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브뤼셀 경제안보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중국과 AI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미국이 승리하는 것은 서구 문명 전체에 중요하다”며 “유럽이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 우려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EU가 발표한 ‘기술 주권’ 전략에 대해 “아직 세부 내용을 모두 검토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방향성에 우려가 된다”며 “중국이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경우 경제적 강압 수단을 통해 유럽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과 미국이 기술 분야에서 긴밀한 파트너로 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푸즈더 대사는 현재 유럽이 AI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보다 뒤처져 있다고도 평가했다. 그는 “유럽은 아직 글로벌 AI 선도 기업을 배출하지 못했고 높은 에너지 비용 문제도 안고 있다”며 “유럽이 단독으로 격차를 따라잡기에는 너무 늦었다. 미국과 협력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즈더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주EU 대사로 임명돼 지난해 9월 공식 취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노동부 장관을 지냈으며, 최저임금 인상과 초과근무수당 확대 등에 반대하는 등 친기업 성향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유럽정책센터(EPC) 연설 등에서 중국을 “세계 질서와 규범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이고 장기적인 지정학적 위협”이라고 규정하는 등 강경한 대중 견제론을 펴왔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반도체 등 전략 기술 분야에서 유럽 기업을 우선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기술 주권 전략 초안을 공개했다.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유럽의 독자적인 기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EU는 초안에서 “지정학·지경학 경쟁이 심화하는 시대에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할 결정적 순간”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재 EU 클라우드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미국 빅테크 의존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도체법(EU Chips Act) 개정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유럽 내 생산·설계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 프랑스에서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AI 전용 데이터센터 건설에 최대 750억유로(약 132조원)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 이어지고 있다.

유럽 내에서는 최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술 자립 필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과의 희토류·반도체 갈등을 경험한 데다, 미국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핵심 클라우드 서비스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자국 기술 인프라를 외교·통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EU는 이번 전략이 미국과의 기술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U 집행위는 초안에서 “보호주의가 아니라 유럽의 이익과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전략적 균형추”라고 설명했다.


☞ [뉴스 깊이보기]‘탈미국’ 가속하는 서방···무기·핵우산·AI까지 ‘전략 자립’
     https://www.khan.co.kr/article/202605281805001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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