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왜 돈 주고 사 먹어” 30년 전까지 불법이었던 ‘생수’…알고 보니, 골칫덩어리 [지구, 뭐래?]

김광우 2026. 6. 5.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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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샘물(생수). 김광우 기자.
물을 왜 돈 주고 사 먹어?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이제는 돈을 주고 사 먹는 게 당연해진 ‘물’.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현관을 지나갈 때면, 집 문 앞에 택배로 주문한 먹는 샘물(생수)이 쌓여 있는 풍경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생수가 아니더라도, 정수 필터를 거치지 않은 물을 섭취하는 것 자체가 생경한 풍경이다.

하지만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물은 돈 주고 사 먹는 개념은 보편적이지 않았다. 물은 ‘공공재’였다. 누구나 최대한 싸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사회기반시설.

편의점 앞에 놓여 있는 생수. 김광우 기자.

대부분 가정집 냉장고에는 수돗물을 끓여 만든 보리차가 있었다. 대놓고 생수를 판매하는 슈퍼마켓 등 상점도 흔하지 않았다. 심지어 생수 판매 자체가 ‘불법’이었다.

순식간에 거대한 시장으로 커버린 ‘생수’ 산업.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부작용이 존재하고 있다. 단 한 번, 물을 담는 용기로 사용된 후 그대로 버려지는 페트병들.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물량만 해도 1년에 56억개에 달한다.

공동주택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장에 페트병이 쌓여있다. 주소현 기자

생수 산업이 커지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 것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 여러 수질 논란이 발생하며 깨끗하지 않다는 인식이 쌓이고, 생수를 선택하는 게 자연스레 변한 것이다.

문제는 지속적인 물관리로, 수돗물이 식수로 적합하게 변해 왔는데도 불구하고 불신이 여전하다는 것. 그리고 플라스틱 오염을 포함해, 개인들이 물을 소비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김광우 기자.
‘불법’이던 생수 산업…순식간에 3조 시장으로

생수 판매는 30년 전까지만 해도 ‘불법’이었다. 공식적으로 시중에서 생수가 판매되기 시작한 건 1995년 이후다. 1994년 3월 8일 대법원에서 생수 판매금지 조치를 ‘무효’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같은 달 16일부터 정부는 생수의 국내 시판을 허용했다. 바꿔 말하면, 병에 든 물을 사 먹기 시작한 게 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전에 생수가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9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생수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국제행사 기간 외국인 선수와 관계자들에게 생수를 공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생수업자들을 중심으로 판매 법제화에 대한 요구가 점차 증가했다. 특히 수돗물에서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등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며 요구에 힘을 실었다. 해당 시기부터는 음성적으로 생수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정부는 생수 판매를 쉽사리 허용하지 않았다. 우선, 생수 판매를 허용할 경우 수돗물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공식적인 메시지로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일부 계층만 생수를 소비할 경우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정부는 생수 판매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계기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이었다. 당시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페놀 원액 30톤이 파손된 파이프를 통해 낙동강으로 유입됐다.

아울러 같은 해 4월 보수공사 과정에서 페놀 탱크 파이프 이음새 부분이 파열되며, 페놀원액 1.3톤이 추가로 낙동강에 유입되며, 대구 지역에 식수 공급이 중단됐다. 그리고 국민의 수돗물 불신 또한 커졌다.

유리잔에 수돗물을 받고 있다. 김광우 기자.

이후 1994년 대법원은 생수 판매를 허용했고, 1995년 1월 5일 ‘먹는물관리법’을 제정해 생수의 시판을 허용했다. 이후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등이 늘어나고, 생수 가격의 부담도 줄어들며 생수 시장은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이제 생수는 굳이 돈 주고 사 먹을 필요 없는 ‘사치품’에서 ‘생필품’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3조176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시장 규모(2조7483억원)와 비교해 15.6% 확대된 수치다. 심지어 이는 학교, 단체 등에 납품되는 생수를 제외하고 일반 소비자가 구매한 것만 집계된 수치다.

10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한 국내 생수 시장 규모. 특히 휴대전화 클릭 한 번으로 생수가 집 앞에 도착하는 등 배송 간편성이 확대되며 시장 규모를 견인하고 있다.

강원 강릉시 강남동 강남축구공원에서 주민들에게 생수를 나눠주고 있다.[연합]
수돗물 불신이 ‘플라스틱’ 지옥 만들었다

수돗물 ‘불신’을 바탕으로 자리 잡은 생수 시장. 문제는 각종 유해물질 사태가 발생한 이후 국내 수돗물의 수질이 그대로 마셔도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개선됐는데도 불구하고, 생수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수가 더 많은 돈을 내고, 수돗물 대신 생수를 마시고 있다는 것.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실시한 ‘2024년 수돗물 먹는 실태 조사’에 따르면 끓여 먹는 것을 포함해, 수돗물을 마신다고 답한 비율은 37.9%에 불과했다.

수돗물(왼쪽)과 일회용 생수(오른쪽)를 유리잔에 따라놓은 모습. 겉모습에는 큰 차이가 없다. 김광우 기자.

그 원인은 여전한 ‘불신’이다. 수돗물을 먹지 않는 이들은 수돗물의 주된 우려 사항으로 ‘노후 수도관의 불순물 우려(34.3%)’, ‘건강에 대한 우려(21.5%)’ 등을 꼽았다.

여전히 수돗물을 마시는 게 건강에 유해하다는 인식이 많다는 것. 특히 정화 과정에서 투입되는 각종 화학물질, 수도관을 타고 오며 함유되는 각종 중금속 등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많다.

“내가 돈 내고 물 사 먹겠다는데, 왜 수돗물을 먹으래?”

생수 산업의 이면에는 큰 부작용이 존재한다. 가장 직접적인 문제는 일회용 페트병 쓰레기 증가다. 생수는 마시는 순간 사라지지만, 페트병과 라벨, 뚜껑, 묶음 포장 등 쓰레기는 그대로 남아 플라스틱 오염을 부추기고, 쓰레기 처리로 인한 탄소배출을 유발한다.

[123rf]

생수가 담기는 투명 플라스틱은 비교적 재활용이 쉬운 쓰레기에 속한다. 정부가 투명 페트병 별도 배출을 권장하고 무라벨 생수를 법제화하는 등 정책 또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생수병을 분리배출한다고 해서, 곧바로 새 것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다. 다시 생수병 원료로 사용되는 비율도 20%에 불과하다.

분리배출된 생수병은 상당수가 섬유, 시트, 포장재 등으로 재활용된다. 재활용이라고 표현하지만, 계속해서 재활용되는 완전한 순환이 아닌 셈. 최종적으로는 버려져 소각되거나 매립되며 환경오염에 기여한다.

심지어 이 또한 생수병이 모두 제대로 분리배출됐다고 가정했을 때의 얘기. 오염되거나 섞인 채 버려진 생수병은 재활용도 되지 못한 채 버려진다. 그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데에는 최소 450년의 세월이 걸린다.

생수.[게티이미지뱅크]

또 하나의 문제는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으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을 의미한다.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은 물 속에 포함되거나 공기 중을 떠돌아다니며, 우리의 인체에도 축적된다. 한 번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은 체외로 배출되지 않는다.

심지어 생수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미세플라스틱을 다수 섭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 국내 생수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 2024년 9월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생수 제품 30개 중 28개(93%)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 검증 단계에 있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은 체내에 흡수되며, 심혈관계, 호흡계 질환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동주택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장에 페트병이 쌓여있다. 주소현 기자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미세플라스틱은 토양이나 해양에 유입돼 오염을 일으킨다. 향후 여타 동물들은 물론, 인간이 섭취하는 재배 작물들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친다.

일각에서는 수돗물을 섭취하는 것보다 생수를 섭취하는 게 오히려 더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도 있다.

지난해 사단법인 먹는물네트워크가 발표한‘ 마시는 물 이용 및 인식조사 결과’ 보고서에 실린 설문조사 따르면 수돗물을 섭취하는 이들의 경우 맛·냄새 등에 대한 불만족 지수가 높았다. 하지만 ‘안전성’에 대한 만족도가 병입수(플라스틱 등 용기에 담긴 일회용 생수), 간이정수기(휴대용 정수기 등) 등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미세플라스틱.[게티이미지뱅크]
소비자는 ‘안전한 물’ 선호…수돗물 인식 바꿔야

사정이 이렇듯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 그러나 수돗물을 마시는 이들이 되레 다른 물이 건강에 더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쉽게 말해, 각자 현재 마시고 있는 물이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고 있다는 얘기다.

생수 문제와 관련한 대책은 현재 투명 페트병 별도 배출, 재생원료 사용확대, 재활용률 확대 등 자원순환 체계 정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배출 자체를 줄이는 방식의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애초에 생산·소비 단계에서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 특히 생수 산업에 있어서는 대안인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돗물’의 안전성이 확보될 경우, 더 저렴한 수돗물을 소비하는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안전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직접 우리 집의 수돗물 수질을 확인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돗물 수질이 궁금한 국민 누구나 무료로 수도꼭지 수질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공공서비스 ‘수돗물 안심 확인제’를 운영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물사랑누리집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6일부터 ‘우리집 아리수, 무료 수질검사’ 서비스를 개선해, 비대면 수거·검사 방식을 도입했다. 신청자가 원하는 날짜에 맞춰 물을 밀폐용기에 담아 두면, 직원이 수거해 검사하고 그 결과를 비대면으로 통보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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