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배우 됐다고 으스대는 모습 혐오스러워"…박지훈, 9년째 초심 유지 비결 ('취사병')[TEN인터뷰]
[텐아시아=이소정 기자]

"저는 으스대는 모습을 정말 싫어해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혐오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티빙 오리지널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주연 배우 박지훈을 만났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총 대신 식칼, 탄띠 대신 앞치마를 두른 이등병 강성재가 '전설의 취사병'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밀리터리 쿡방 판타지 드라마다. 박지훈은 극 중 의문의 능력을 얻게 된 뒤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강성재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작품은 공개 직후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중 최근 3년 기준 첫 주 최다 유료 가입자를 기록했다. 이후 3주 연속 유료 가입 기여자 수 1위에 오르며 흥행을 이어갔다. 박지훈 역시 코믹과 판타지, 성장 서사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또 한 번 연기력을 입증했다.
박지훈은 올해 2월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1688만 관객을 동원하며 '천만 배우' 타이틀을 얻은 직후 곧바로 '취사병 전설이 되다'를 선보였다. 무게감 있는 사극 속 단종에서 유쾌한 취사병 강성재까지 전혀 다른 결의 캐릭터를 소화하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1999년생인 박지훈은 2006년 MBC '주몽'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2017년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확장했다. 당시 그는 시그널송 무대 엔딩에서 선보인 윙크 한 번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1차 순위 발표식에서는 101명의 연습생 가운데 유일하게 100만 표를 돌파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후 단 한 번도 3위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채 최종 2위로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에 합류했다.

'왕과 사는 남자'와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연이은 흥행 이후 달라진 점을 묻자 박지훈은 "변한 건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작품 성공 이후 다양한 장르의 대본과 캐릭터 제안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그는 "작품 제안은 전보다 많이 들어오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 역할부터 악역까지 다양하게 들어왔는데 아직 대본을 다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흥행 후에도 초심을 잃지 않는 이유에 관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박지훈은 "물론 배우로서 작품 성공에 기여할 수 있지만, 사실 작품은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결과물"이라며 "그런데 마치 혼자 해낸 것처럼 행동하는 게 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위 말해 '천만 배우'가 됐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싫다"고 웃어 보였다.
작품의 인기를 실감한 순간으로는 오랜 친구의 반응을 꼽았다. 박지훈은 "나는 원래 SNS에서 반응을 잘 안 보는 편"이라며 "굉장히 친한 친구 한 명이 직장인인데, 회사에서 '왕사남'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안 보면 대화에 끼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친구가 직접 보고 와서 '잘 봤다. 울었다'고 이야기해 줬다"며 "그 말을 듣고 '정말 많은 분이 봐주셨구나', '작품이 잘됐구나'라는 실감을 했다"고 회상했다.

연기에 몰입하는 비결을 묻는 말에 박지훈은 '대본 느리게 읽기'라고 답했다. 그는 "대본을 정말 천천히 읽는다. 대사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보면서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며 "대본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기가 완전히 빠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머릿속을 대본으로 가득 채운다. '내가 이 인물이라면 어떨까', '상대 배우가 이 대사를 어떻게 칠까', '나는 어떤 반응을 할까' 이런 걸 계속 상상한다"면서 "상대 배우가 정해져 있으면 그분의 이전 작품들도 찾아본다. 그런 과정이 나만의 준비 방법이다"고 말했다.
박지훈은 흥행 성적에 관한 부담감이 크지 않다고 했다. 그는 "평소 부담감을 안고 가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며 "한 작품이 끝나면 잠시 리프레시하고, 다음 작품은 또 별개의 일이라고 여긴다"고 밝혔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렇지만 제 안에서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늘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뿐이거든요.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소중하지만, 스스로는 이전과 다르지 않은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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