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나서 담판 짓자"… 푸틴에 공개 서한 보낸 젤렌스키
푸틴 "새 대표가 종전안에 서명해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직접 대화를 통한 전쟁 종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푸틴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협상 기간 전면적 휴전을 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낸 것은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한에서 "스위스나 튀르키예, 아랍 국가 등 중립국에서 만나 대화하자"고 적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한에서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잡은 지 26년이 지나니 나이가 영향을 주기 시작한 거 같다" "당신은 러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에 도움을 요청한 통치자가 됐고, 이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등 조롱 섞인 말도 던졌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제안이 대화 재개를 위한 것인지, 잠재적 협상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한 것인지 불분명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사실상 대화를 거부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아직 서한을 읽어보지 않았다"며 "만남을 원한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로 오면 된다"고 답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고 싶으면 모스크바로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실적인 제안이 아니다"며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와라"고 역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적법성 있는 대표가 아니기에 대화 주체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도 보였다. 그는 이날 SPIEF 외신 간담회에서 "최종 평화 합의문은 법적으로 정당한 우크라이나 대표와 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시였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2024년 5월 20일까지로 이미 끝났다. 다만 계엄령에 따라 대선이 보류돼 대통령직이 유지돼 왔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됐다는 입장이다.
앞서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선언하고 특별군사작전에 나선 직후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화를 제안했다. 같은 해 3월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양국 대표단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협상에 나섰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려면 정상 간 만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영토 강제 병합을 선언하자 같은 해 10월 직접 협상하지 않겠다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직접 대화 배제 원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뒤집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 시민에게 평화를 가져올 유일한 방식이라면" 푸틴 대통령과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고 했다. 지난해 8월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양자 회담을 갖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양자 회담 준비가 됐다"며 대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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