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에 마냥 좋아했는데…"환율 1550원 될 판" 초비상

심성미/김익환 2026. 6. 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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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550원 턱밑
금융위기 이후 17년만에 최고
주가 급등의 역설
'외국인 투매'에 환율 천장 뚫렸다
증시 강할수록 매도세도 강해져
수출업체들은 달러 쥐고 관망만
개장 직후 순식간에 20원 급등
"주가 상승 멈춰야 환율도 안정"
< 공항 환전소는 1600원대 >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49.1원까지 치솟은 5일 서울 김포국제공항 환전소에 살 때 환율이 1614원으로 표시돼 있다. /최혁 기자


“주가가 그만 올라야 원·달러 환율도 급등세를 멈출 것 같습니다.”(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외국인 투자자의 급격한 국내주식 매도세에 원·달러 환율의 천장이 뚫렸다. 순식간에 1549원을 넘어서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550원의 턱밑까지 올라섰다.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이란전 종전 협상과 고유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 관세 등 악재만 쌓인 상황에서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까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시장에 ‘원화 매수세’가 실종됐다.

 ◇‘달러 사자’만 남은 외환시장


4월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2위를 차지했다는 한국은행의 브리핑 생중계가 한창이던 5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1529원으로 출발하자마자 무섭게 오르기 시작했다. 오전 10시가 넘어서자 1분에 3~4원씩 오르며 1549.1원까지 치솟았다. 약 1시간30분 만에 20원 넘게 오른 것이다. 이후 외환당국의 실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쏟아지며 이날 환율은 9.4원 오른 1539.1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오전 장중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세가 급증한 반면 원화 매수세는 실종되는 ‘극단적 쏠림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환율이 지나치게 급등해 순간적으로 ‘달러 사자’와 ‘원화 팔자’ 수요가 넘친 것 같다”며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수출업체 사이에서도 ‘더 기다렸다가 매도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달러 쇼트커버 물량까지 가세했다. 환율이 고점이라고 판단해 달러나 선물환을 미리 판 투자자가 예상과 다른 급등세에 손실을 막기 위해 다급하게 달러를 사들였다. A은행의 외환 딜러는 “고점이라고 여겼다가 포지션이 뒤집혀버린 투자자의 쇼트커버 물량이 나왔다”며 “상승세를 눌러줄 수출업체의 환전 물량도 적었다”고 말했다.

 ◇20일 연속 ‘매도폭탄’ 던진 외국인

이 같은 극단적 쏠림 현상 뒤엔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38조2443억원어치(한국거래소+넥스트레이드)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최근 들어 특히 강해지고 있다. 증시가 강할수록 매도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선 지난달 7일 이후 이날까지 20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만 70조원어치 넘게 순매도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환율 방향이 위쪽을 향해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원화 매도세가 환율 변동폭을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상승세가 멈춰야 환율 급등세가 잦아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기보다 펀드 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비중 조정)을 위해 한국 주식을 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를수록 외국인이 덜어내야 할 한국 주식도 늘어난다. 문 연구원은 “포트폴리오 내 비중 목표가 약 5%이던 국가가 갑자기 15~20%씩 불어나니 기계적으로 팔아야 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이후 외국인 자금이 187억달러가량 유입됐지만 환율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환율의 상단이 더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종전 협상이 길어지며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어서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중동 사태가 해결되고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기 전까진 상단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1550원을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1570~1580원까지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김익환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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