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흑자 세계 2위인데 환율 1550원…흔들리는 원화 강세 공식

전유진 2026. 6. 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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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호황으로 사상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1,550원 선을 넘보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 확대와 외국인의 대규모 셀 코리아가 맞물리며 달러 유출 압력을 키우면서, '경상수지 흑자=원화 강세'라는 기존 공식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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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9.4원 오른 1539.1원 마감
장 중 1549.1원 터치… 금융위기 후 처음
경상수지 흑자는 3월 이어 역대 두 번째
외국인 매도·대미 투자 우려에 원화 약세
5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반도체 초호황으로 사상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1,550원 선을 넘보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 확대와 외국인의 대규모 셀 코리아가 맞물리며 달러 유출 압력을 키우면서, '경상수지 흑자=원화 강세'라는 기존 공식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국 중 원화 가치 가장 많이 떨어져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4원 오른 1,539.1원에 거래를 마쳤다. 14거래일 연속 1,500원 선을 웃돌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기록(11거래일 연속 1,500원 돌파)을 넘어섰다. 장중 한때 1,549.1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9년 3월 10일(1,561.0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환율 상승 여파는 일반 환전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환율 우대가 거의 적용되지 않는 인천공항 환전소에서는 달러 가격이 1,600원을 넘어섰다. 이날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달러 판매 가격을 각각 1,603원, 1,605.72원으로 고시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란 전쟁 이후 주요국 통화 가운데 원화 가치 하락 폭(5.8%)이 가장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우리나라가 국제교역에서 사상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282억9,000만 달러(약 43조 원)로 사상 최대였던 전월(379억3,0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36개월 연속 흑자로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흑자 흐름이다.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5% 늘어난 덕분에 상품수지(수출-수입)도 246.42% 급증했다. 1분기 경상수지 흑자(744억 달러) 규모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유성욱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대만은 2019년부터 우리나라보다 흑자가 많았지만 올해 1분기엔 한국이 일본, 대만, 독일을 앞섰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도·대미 투자가 경상수지 흑자 상쇄

그래픽=박종범 기자

통상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면 국내에 달러가 유입되면서 원화는 강세를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확대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이 맞물리면서 경상수지 흑자와 원화 강세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국인 해외 투자가 지속적인 달러 수요를 유발해 자본 유출 압력을 구조적으로 강화시키고 있다"며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합의도 원화 약세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약 1,230억 달러에 달했지만, 직접투자(기업의 실물투자)와 증권투자(주식·채권)를 합친 자본 유출 규모도 1,132억 달러에 이르렀다. 올해 1분기에도 유출 규모가 771억 달러를 기록하며 경상수지 흑자 규모(738억 달러)를 웃돌았다. 4월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4월 직접·증권투자 규모는 123억1,000만 달러로, 벌어들인 달러의 절반가량이 다시 해외로 향한 셈이다.

특히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4월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는 12억4,000만 달러로 전월(293억3,000만 달러)보다 크게 줄었지만, 5월 들어 매도세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 규모는 70조 원을 넘어섰다.

전 연구원은 "외국인 국내 주식 매도세가 잦아들어야 한다"며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토대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돼야 환율 상승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미 직접 투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달러 공급 유인이 줄어든 만큼 하반기에도 환율 하락 폭이 제한돼 1,400원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고환율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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