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땐 빅테크서 950억弗 이탈"…K반도체株도 비상

원호섭 기자(wonc@mk.co.kr),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추경아 기자(choo.kyoungah@mk.co.kr) 2026. 6. 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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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2조弗 스페이스X, 자금 블랙홀 현실로
보름만에 나스닥100 조기편입
패시브자금 강제매수 몰리면
중소형주·AI 자금경색 우려도
국내 일반투자자 청약 불가능
운용사들 '우주ETF' 대거 출시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이 임박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거대한 '머니무브' 시험대에 올랐다. 초대형 기업공개(IPO)발 자금 이동이 증시 흐름을 뒤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사례가 반면교사다. 삼전닉스 레버리지가 투자자금을 '독식'하다시피 하며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 상당수가 시장 상승 흐름에서 소외된 바 있다. 스페이스X라는 초대형 신규 상장사가 글로벌 투자자금 '블랙홀'이 되면 이 같은 일이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의 관심은 먼저 '머니무브'에 따른 기존 주식 매도 압력이 얼마나 될지에 집중되고 있다.

나스닥은 스페이스X 상장을 유치하기 위해 규정을 완화해 상장 15일 만의 나스닥100 조기 편입을 허용했다. 아울러 신규 종목에는 실제 유통주식 가치의 3배 비중을 부여해 스페이스X로의 '자금쏠림'을 독려하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IB) JP모건은 스페이스X 상장으로 인해 지수흐름을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자'가 미국 대형 기술주(빅테크)에서 950억달러를 빼낼 것으로 추산했다. 상장 후 스페이스X 기업가치가 2조달러에 이르고 주식 절반이 유통될 경우를 가정한 분석이다. 이 정도 자금 이동이 현실화하면 미국 빅테크는 물론이고 외국인 비중이 높은 국내 반도체·성장주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스페이스X 지수 편입, 비싸도 매수

편입의 역설은 '비싸도 사야 한다'는 데 있다. 패시브 자금은 지수를 기계적으로 따라가야 해 주가가 급등해도 매수를 멈출 수 없다. 토드 손 스트래티가스 상장지수펀드(ETF) 전략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수조 달러 규모 ETF가 이 주식을 사야 하지만 실제 유통 물량은 5% 수준"이라며 "지수 편입 과정이 광란에 가까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충격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보호예수가 풀리며 향후 180일에 걸쳐 물량이 단계적으로 추가 유입되기 때문이다. 초대형 종목 편입으로 기존 중소형주가 지수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크리스천 라우트 씨티그룹 시장전략책임자는 "상장과 지수 편입 사이 시간이 너무 짧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S&P다우존스는 이날 12개월 검증 기간과 흑자 요건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스페이스X의 S&P500 조기 편입 가능성은 차단했다.

◆ 청약 자금 마련에 성장주 매도 압력

매도 압력은 개인투자자에게서도 나온다. 공모 물량의 최대 30%가 개인에게 배정될 수 있어 기존 주식을 팔아 청약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청약 대기자금과 자금 마련 수요가 단기적으로 주식시장 수급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 상장 이후 기존 성장주 비중을 줄이며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파장은 상장 기업 하나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법무법인 펜윅의 랜 벤추르 자본시장 공동대표는 "스페이스X IPO 흥행 여부가 올해 상장 예정 기업들에 들어갈 기관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내 IPO를 검토 중인 앤스로픽과 오픈AI 같은 인공지능(AI) 기업들도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 AI 데이터센터 등 화려한 청사진

자금을 끌어들이는 동력은 회사가 제시한 미래 구상이다. 브렛 존슨 스페이스X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일(현지시간) 온라인 IR에서 회사를 단순 로켓 기업이 아닌 '우주·통신·AI를 결합한 수직계열화 기업'으로 규정했다. 재사용 로켓 '스타십'으로 발사 비용을 낮추고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와 AI 사업을 결합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현재 실적에 대한 냉정한 응시도 필요하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난해 매출 187억달러, 영업손실 26억달러를 기록했다. 흑자 사업은 사실상 스타링크뿐이고 AI 부문은 지난해 64억달러 적자를 냈다. 리서치업체 뉴컨스트럭츠는 조달 자금의 약 78%가 부채 상환과 주파수 인수 등에 배정돼 실제 AI 투자에 투입될 돈은 180억달러에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 국내에서 투자하려면 ETF가 대안

국내 일반투자자들은 법제도상 제약으로 인해 스페이스X 공모 청약이 어렵다. 이 때문에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다양한 우주 테마 ETF를 내놓으며 투자 대안을 모색하는 투자자 유치 경쟁에 나섰다.

국내에 선보인 우주 ETF는 크게 '미국 우주기업형(미장형)' '국내 우주기업형(국장형)' '우주 데이터센터 집중형'으로 나뉜다. 미장형 ETF는 사전에 스페이스X 관련 종목 편입을 통해 운용한 뒤 스페이스X 상장 후에는 집중적으로 이 종목을 편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자산운용은 국장형 ETF인 'SOL 우주항공밸류체인'을 이달 중순 출시한다. 국내 우주항공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집중하며 기존 국장형 상품인 한화자산운용의 'PLUS 우주항공'과 경쟁에 나선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IWOOM 미국우주데이터센터인프라'는 로켓랩 외 인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우주 데이터센터 인프라스트럭처 종목을 함께 편입한다는 전략을 내세워 눈길을 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 서울 신윤재 기자 / 추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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