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낭비’ 심각한 중국…화력 기반 전력망 관리 방식부터 바꿔야
화력 기저에 놓는 전력망 ‘경직성’ 문제

중국은 오늘날 전세계 재생에너지 산업을 이끄는 ‘녹색전환’ 선도 국가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전세계가 화석연료 수급에 곤란을 겪지만, 중국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며 되레 그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런 중국조차 아직 풀지 못하는 숙제가 있으니, 바로 “경직된 전력망” 문제다.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는 늘렸지만, 전력망 때문에 이를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있다. 이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기가와트(GW)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은 우리 정부 역시 중요하게 참고해야 할 사례로 주목된다.
영국의 비영리 기후연구기관 ‘카본브리프’는 지난 4일(현지시각) 2026년 1분기 중국의 에너지 현황을 분석한 라우리 밀리비르타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 수석연구원의 글을 게재했다. 밀리비르타는 국가 통계 등 여러 자료를 수집해 중국의 에너지 정책과 탄소배출량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연구자다. 그는 “올해 1분기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 증가할 것”이라 분석하고, 특히 전력 부문에서 배출량이 늘었다고 짚었다. 또 “사상 최대 규모의 신규 풍력·태양광발전 설비를 건설했음에도 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이 늘어난 것”을 그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설비 늘렸으나 절반은 버려진 재생에너지


문제는 활용되지 못하고 “낭비되는” 풍력·태양광 발전량도 늘고 있단 사실이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늘렸지만 실제론 여기서 충분히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단 얘기다. 그러다 보니 정체되거나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던 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량이 되레 함께 늘어났다. 중국의 석탄·가스 발전량은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인 바 있는데, 올해 1분기에는 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력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 늘어났고, 결국 전체 배출량 증가로 이어졌다고 밀리비르타는 분석했다.
핵심은 ‘설비 이용률’(Capacity Factor, 용량 계수)이다. 발전소가 설치된 최대 용량 대비 실제 전력을 얼마나 생산했는지 보여주는 비율인데, 중국에서 재생에너지의 설치는 늘었으나 설비 이용률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밀리비르타는 “설비 이용률이 안정적이었다면 올해 1분기 중국의 태양광·풍력 발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0테라와트시(TWh) 증가해, 원자력·수력까지 합친 ‘청정에너지’ 발전량은 170TWh가 되어 이 기간 전체 전력 수요 증가분인 120TWh를 여유 있게 상회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풍력의 설비 이용률은 18%, 태양광 설비 이용률은 11%로 하락하면서, 결국 실제 청정에너지 발전량 증가는 60TWh에 그쳤다. 프랑스의 연간 총 전력 생산량을 넘어설 수 있는 설비를 가졌는데도, 이를 절반밖에 써먹지 못한 셈이다.
중장기 계약으로 눌러앉은 석탄, 재에너지 밀어내

이는 우리나라 역시 일정 부분 현실로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호남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설비가 많이 늘었지만, 전력망 용량에 한계가 있어 전력당국이 전력 과잉을 막기 위해 신규 발전 허가와 계통 접속을 임의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핵발전소가 많은 동해안의 경우, 화력발전보다 발전량 조절이 더 어려운 핵발전소 때문에 새로 지어진 석탄화력발전소가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것도 전력망의 경직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인프라 자체보다 전력망의 관리·운용이 문제

이 때문에 중국은 2027년까지 풍력·태양광 발전을 대규모로 전력망에 통합할 수 있는 “신형(새로운) 전력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앙정부가 각 성의 전력망 ‘조절 능력’ 향상 속도에 맞춰 ‘신에너지’(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증설을 합리적인 속도로 진행하라고 요구하는 등 무엇보다 전력망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석탄화력발전의 위상도 기존 ‘기저부하’(특정 기간 동안 전력망에서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최소한의 전력 수요) 전원에서 ‘조절성’ 전원으로 바뀌었다.
밀리비르타는 “태양광·풍력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유리한 전력 시스템 개혁이 시행된다면,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호르무즈 해협 위기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도 낮은 궤적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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