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거장 고레에다 감독 “상상을 현실로…휴머노이드 통해 가족 재생과정 담아”
떠난 이 복원하는 AI서 영감
아버지 향한 그리움도 녹여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제 영화에는 죽은 사람의 시선과 산 사람의 시선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번에는 죽은 아이가 휴머노이드라는 존재와 하나가 됐고, 이를 통해 가족이 재생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영화 ‘상자 속의 양’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5일 강남구 NEW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중요한 것은 휴머노이드라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이야기라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 작품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죽은 아들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족의 삶에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변화를 그린다.
부모는 눈 앞의 존재가 진짜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점차 그를 통해 잊고 있던 아이에 대한 추억과 후회를 마주하게 된다. 휴머노이드를 소재로 해 공상과학(SF) 영화로 분류되지만, 실상은 가족이라는 관계를 꾸준히 탐구해온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통찰이 담긴 가족 드라마다. 이 영화를 두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휴머노이드 버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작품의 출발점은 감독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과 중국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의 모습이나 목소리를 복원하는 기술들이 활용되는 모습을 보며 관심을 갖게 됐다”며 “그 무렵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는데 만약 지금 눈앞에 나타난다면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누구나 한 번쯤은 떠난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나. 그런 감정을 영화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경계를 그리지만 결국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으로 향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인간은 결과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존재”라며 “나무를 보며 단순히 나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떠올리고 기억을 겹쳐 상상할 수 있다. 그런 상상력이 인간만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휴머노이드 아이 역할을 맡은 쿠와키 리무도 동석했다. 인형처럼 귀여운 외모와 자연스러운 연기로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주목 받은 쿠와키는 2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고 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쿠와키를 보자마자 주인공으로 낙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쿠와키는 촬영할 때만 해도 휴머노이드가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다고 털어놨다. “감독님이 설명해주셨는데 처음에는 잘 몰랐어요. 연기를 하면서 조금씩 알게 됐어요.”
쿠와키는 휴머노이드를 “다정한 로봇”이라고 표현하면서 인간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아이의 천진한 시선으로 설명했다. 그는 “인간은 먹는 것도 좋아하고 달리는 것도 좋아한다. 즐거운 일을 상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휴머노이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영화 속 휴머노이드 아이는 로봇이기에 음식을 먹지 못하는데 이 장면은 작품을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로도 작용한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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