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는 것이 호국 … UN데이 공휴일로 지정해야"

홍혜진 기자(hong.hyejin@mk.co.kr) 2026. 6. 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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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부영그룹·대한노인회·UN한국협회 회장
대담 = 이지용 부동산부장
유엔이 한국 세우고 지켜내
6·25 참전국에 늘 감사해야
각자 제몫하는 게 진짜 호국
노인연령 75세로 높일 필요
저출생 예산도 부모에 줘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겸 대한노인회장이 유엔데이 지정과 노인 연령 상향 조정에 대한 의견을 말하며 웃고 있다. 김호영 기자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에서 만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겸 대한노인회장의 집무실 벽면은 6·25전쟁 유엔 참전국 기록과 그가 직접 편저한 역사서들로 채워져 있었다. 평생 민간 임대주택 현장을 지킨 경영자의 공간이자 격동기 한국 현대사의 사실을 기록해온 사학자의 서재이기도 했다.

최근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직원 출산지원금 1억원'이라는 파격적 결단 역시 국민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는 그의 '호국' 신념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에게 기업인이 회사를 일구고 세금을 내는 일, 근로자가 성실히 일하는 것, 아이를 낳아 국가의 미래 일꾼으로 키우는 일은 모두 호국의 연장선에 있다.

대한노인회장으로서 그는 '노인 연령 75세 상향'과 '재가 임종 제도'라는 굵직한 화두도 제시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를 향해 거침없이 고언을 던지는 재계 원로에게 대한민국의 미래, 유엔 참전의 역사, 저출생·고령화 해법을 물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이 오늘의 성장을 이뤘지만 그 기반이 된 과거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1950년에 발발한 6·25전쟁의 참상을 기억하는 이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우리 세대 정도는 돼야 기억을 바탕으로 역사를 전할 수 있지만 지금은 관련 기록과 관심이 모두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를 알아야 미래를 관조할 수 있는데 이대로 가면 사실이 묻혀버릴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편향되지 않은 사실 그대로의 역사를 알릴 필요가 있어 역사서 '6·25전쟁 1129일'을 1000만부 이상 무상으로 배포하는 등 역사 알리기에 힘써 왔다"고 설명했다.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은 유엔 참전국 조형물 건립 지원으로도 이어졌다. 유엔한국협회 회장이기도 한 이 회장은 '유엔데이(10월 24일)' 공휴일 재지정도 꾸준히 제안하고 있다. 그는 "유엔데이는 1975년까지 국경일로 지정돼 대통령이 행사를 주관할 만큼 우리나라에서 큰 기념일이었다"고 했다.

유엔데이는 국제 평화와 안전을 목표로 유엔이 창설된 1945년 10월 24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1950년부터 1975년까지 6·25전쟁 당시 유엔군 파병에 대한 공로를 기리기 위해 공휴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북한이 유엔 산하 여러 기구에 가입하자 정부는 항의 표시로 1976년 유엔데이를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은 단순히 일제에서 해방된 것이 아니라 유엔의 절차에 의해 만들어진 국가"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수립 과정에서 유엔한국임시위원단 8개국이 도움을 주었고 6·25전쟁 때는 전투 지원 16개국, 의료 6개국과 물자 지원 38개국 등 총 60개국이 우리나라를 지원했다"며 "태동과 존재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유엔데이를 반드시 공휴일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지원금 1억원 지급에 대해서는 "지원금을 줄 거라면 억대는 돼야 실질적인 효과가 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부영그룹은 2024년부터 출산한 임직원에게 자녀 1인당 1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 회장의 집무실 옆 응접실에는 지원금을 받은 직원들이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부영의 출산지원금은 정부 정책 변화도 끌어냈다. 정부는 출산 후 2년 내 받는 지원금에 대해서는 1억원 한도로 전액 근로소득세를 면제하도록 세법을 개정했다.

이 회장은 정부의 저출생 예산도 직접 지원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간접 혜택이나 관리 조직 운영비로 쓸 것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에게 직접 전달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연간 출생아 수를 30만명으로 볼 때 30조원이면 아이 1명당 1억원씩 직접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대책으로는 노인 연령의 단계적 상향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60대는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65세인 노인 기준 연령을 매년 1년씩 올려 10년 뒤 75세까지 상향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청년 일자리 잠식 우려와 관련해서는 임금체계 조정을 통한 상생 방안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65세에 퇴사하는 대신 그 시점을 임금피크기로 설정하고 66세부터 기존 임금의 40% 수준을 지급하면서 사회 참여를 연장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외국 인력 도입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노인 연령 상향으로 고령층 편입 속도를 늦추는 동시에 부족한 노동력은 외국 인력으로 수급해야 한다"며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등에서 한국 요양사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호국이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태도라고 했다. 그는 "호국은 총탄이 오가는 전장에서 피를 흘리는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자녀를 건강하게 낳아 국가의 장래 일꾼으로 키우는 것도 호국이고 산업 현장에서 열심히 일해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것도 호국"이라고 말했다.

이중근 회장

△1941년 순천 출생 △고려대 대학원 행정학·법학 박사 △KAIST 명예경영학 박사 △1992년~ 학교법인 우정학원 이사장 △1994년~ 부영그룹 회장 △1999~2001년 건국대 제20대 이사장 △2000~2004년 한국주택협회장 △2017년~ 제17·19대 대한노인회장 △2026년~ 제13대 유엔한국협회장

[홍혜진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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