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뉴타운부터 오세훈 신통기획까지…서울 승리 공식은 결국 ‘부동산 개발’?

유설희 기자 2026. 6. 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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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도 강남과 대등해질 수 있다”…표심은 늘 ‘개발’을 택했다
53% 세입자의 서울, 왜 ‘맘다니’는 없고 ‘정원오세훈’만 남았을까?
서울 남산에서 바라 본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문재원 기자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늘 부동산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승패를 가른 것 역시 ‘부동산 민심’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은 부동산 규제에 민감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강동·광진·용산 등 한강벨트에서 크게 앞서면서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공급을 내세웠다. 하지만 민심은 오 후보를 택했다.

5일 역대 서울시장 후보들의 선거 공약을 분석해보면, 시장 중심 공급은 ‘필승 공식’으로 통해온 측면이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을 내세운 보수 진영 후보들이 서울시장에서 당선된 경우가 많았다.

부동산이 서울시장 선거 최대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한 건 2002년 지방선거 때부터다. 서울 시내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을 수 있는 빈 땅이 고갈되면서, 기존 도심을 허물고 다시 짓는 재개발·재건축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강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되지 못한 강북은 주거 환경이 점점 낙후되어갔다.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강북도 강남과 대등해질 수 있다”며 강북 지역의 대대적 재개발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당선 직후엔 ‘뉴타운’이라는 이름의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강남 집값 폭등에 박탈감을 느끼던 강북 유권자들의 표심을 정확히 파고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민석 당시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영어전용캠프 설치, 천연가스 버스 전면도입, 대중교통환승체계 개편 등 주로 생활 밀착형 공약을 내세웠지만 결국 표심은 ‘개발’을 선택했다.

사진가 이재욱의 ‘뉴타운’(2014~2015) 연작 중 한 작품. 이재욱 작가 제공

2006년 선거에서도 화두는 ‘강북 개발’이었다.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강북 뉴타운 사업을 기존 26개에서 50개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강금실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용산 중심의 강북 개발 공약을 제시했다. 오 후보의 광역 뉴타운 개발에 대해선 “사업성은 어떻게 보장하고 예산은 어떻게 마련하냐”며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도 당시 선거 쟁점이었는데, 강 후보는 찬성이고 오 후보는 반대였다. 오 후보는 강 후보를 33%포인트 격차로 이겼다.

오세훈 시장 사퇴로 치러진 2011년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당시 야권 통합 후보의 ‘뉴타운 출구전략’이 선택을 받았다. 그는 뉴타운 사업을 재검토하는 대신 장기 전·월세 주택, 1인 가구용 공공원룸 등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강조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던 영향이 컸다.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 3구와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락했고, 미분양 물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뉴타운 사업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던 때였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비강남권 재건축 연한 폐지 등 규제 완화 공약을 발표했지만 7%포인트 차이로 졌다.

2021년 보궐선거에선 다시 ‘개발’이 화두로 떠올랐다. “여야 모두 부동산 정책에만 올인한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였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용적률·층수 등 규제 완화를 통한 ‘스피드 주택공급’을 1번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 후 본격화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의 밑바탕엔, 박원순 전 시장이 재건축·재개발을 인위적으로 묶어 놓은 탓에 신규 주택이 제때 공급되지 못해 집값이 올랐다는 논리가 깔려 있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도 공급을 늘리겠다고 강조했지만 공공 주도 개발을 주장했다. 오 후보의 민간 주도 재개발 공약에 대해서는 “서울이 탐욕의 도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결과는 오 후보의 18%포인트 차 승리였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선 민주당의 ‘우클릭’이 눈에 띄었다. 정원오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모두 30만호 이상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정 후보는 ‘착착개발’, 오 후보는 ‘쾌속 통합’이라는 다른 이름을 내세웠지만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해주고, 용적률 특혜를 주는 등 사업성을 높여주겠다는 방법론은 유사하다. ‘정원오세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여야 모두 개발을 내세웠는데 정 후보가 진 이유는 뭘까. 이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부활시키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명픽’(이 대통령 선택)으로 분류되는 정 후보가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을 외쳐도, 개발을 주도할 시장 이미지를 얻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 로이터통신

문제는 여야 모두 개발·공급 공약에만 매달리면서 세입자 정책 등 서민 주거 안정 대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서울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은 세입자 비율이 53.4%로 자가 비율(44.1%)보다 높은데도 말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너무 공급, 공급만 얘기하다 보니까 월세가 오르는 문제 같은 서민 주거비 부담 문제는 전혀 선거 쟁점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글로벌 도시에서는 이미 세입자 대책이 선거의 주요 담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지난해 선거에서 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층을 겨냥해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 임대료 동결이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제시하며 당선됐다. 한발 더 나아간 사례도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2021년 9월 치솟는 월세를 참다 못한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주택 임대 기업으로부터 약 24만호의 주택을 공공 소유화할 것을 요구하는 투표를 가결시켰다. 독일 역시 인구 43% 정도만 집을 소유하고 있는데, 서울의 자가 비율(44.1%)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에서도 임대료 상한제 같은 세입자 정책이 당락을 가르는 핵심 변수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뉴욕의 맘다니 시장이 파격적인 주거정책으로 돌풍을 일으켰는데, 서울은 가치와 철학을 담은 주거 대책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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