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뉴스타파]신앙의 이름으로 - 기독교 대안학교의 이념 전쟁
지난 3월 7일 서울 명동 인근, 극우 성향 청년 단체 ‘자유대학’의 집회 현장에 10대 청소년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열광적으로 춤을 추고 환호하며 ‘혐중, 반공, 반이재명’ 구호를 외쳤다. 아이들의 이런 집단행동은 어른 시위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고, 현장에서 영상으로도 촬영돼 온라인 공간까지 널리 퍼졌다. 취재 결과, 아이들은 경기도 시흥에 있는 A기독교 대안학교에 소속된 학생들이었다. 이 아이들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경기도 시흥과 서울 서초의 기독교 대안학교, ‘신앙의 이름’으로 ‘반공’을 가르치다
뉴스타파는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A기독교 대안학교를 찾아가 소속 학생들이 단체로 극우 집회에 참여한 이유를 물었다. 학교 관계자들은 공산주의를 언급하며, ‘반공’은 교회의 당연한 태도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가 친중, 공산화 정책을 펴고 있기에 우리가 기도하고 싸워야 한다”며 “좌파 세력들이 교회를 핍박하는 게 눈에 보인다”고 학교 관계자는 주장했다. 이 교회가 운영하는 대안학교는 미인가 교육시설로 이 학교에 속한 청소년들은 모두 공교육을 받지 않고 교회가 운영하는 홈스쿨링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어른들이 만들어낸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극단적 이념과 사상은 아이들에게 여과 없이 주입되고 있었다.
서울 서초구의 W기독교 대안학교에서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반공주의의 교육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기독교 대안학교의 관계자는 2026년 개학 예배에 참석해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핵심이 체제 전쟁에 있다”고 말했다. “공산주의, 주체사상, 친북, 친중”을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실체라고 주장했다. 반시대적이고 배타적인 세계관이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의 개학 예배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된 것이다. 이 대안학교는 수업 시간에 ‘이태원 추모 행사에 북한의 지령이 개입됐다’는 시중에 떠도는 헛소문을 논술 문제로 출제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문제에 학생들이 답안을 작성한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이 쓴 답안지에는 ‘한국 사회에 수많은 북한 간첩이 존재하며 이에 위기감을 느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일으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교육의 결과일까. 이 학교에 속한 학생 중 한 명은 지난 12.3 내란 이후 열린 ‘세이브코리아’ 집회에 연사로 참여해 ‘윤석열을 응원하고, 내란은 정당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낭독하기도 했다.

김진홍 목사는 왜 ‘독재자 이승만’을 영웅으로 가르칠까?
뉴스타파는 김종우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연구교수와 함께, 극우 성향의 교회들이 운영하는 대안학교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주요 담론을 텍스트 마이닝 기법(맥락화 토픽 모델, CTM)을 통해 도식화해 보았다. 김 교수는 해당 기독교 대안학교 유튜브에서 추출한 총 18,000여개의 문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독교 국가주의, 이승만 건국 서사, 반페미니즘, 반진화론’ 등이 이들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이념적 요소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이러한 이념이 지닌 강경한 배타성으로 인해 교육 현장에서 극우적이고 파시즘적인 징후가 드러나고 있다”며, “이것이 대안학교라는 제도를 통해 학습되고 있는 현상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독교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와 관련된 논의들이 이승만의 건국 서사와 관련된 논의와 함께 나타나는 양상이 강하게 보인다”면서 “이승만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왜곡된 이념 교육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D기독교 대안학교는 이승만을 찬양하는 역사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해당 학교가 속한 재단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제보자를 만났다. 제보자는 “D학교는 이승만 대통령을 거의 신격화 하고, 하나님과 동격인 것으로 계속 얘기를 하고 세뇌시킨다”고 말했다. “학교의 이사장이 전교생과 전교직원을 대상으로 ‘건국전쟁’을 관람하게 했다”고도 했다. ‘건국전쟁’은 이승만 대통령을 미화해 역사 왜곡 논란의 중심에 섰던 다큐멘터리 영화다. 뉴스타파는 D학교의 이사장이자 뉴라이트 초대 상임의장을 지낸 김진홍 목사를 직접 만나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김 목사는 “공산주의 체제와 구분되는 자유민주주의를 세운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목사는 “건국 대통령으로서 이승만의 공과를 7대 3으로 본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토지개혁과 한미동맹을 한 이승만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승인 없이도 운영되는 미인가 기독교 대안학교,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해 윤석열 탄핵 정국에서 ‘세이브코리아’를 결성해 ‘윤석열 탄핵 반대’ 및 ‘국가기도회’를 열며 강력한 탄핵 반대 여론을 이끌었던 부산 세계로교회 또한 ‘이승만의 건국 정신’을 강조하며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라는 이름의 미인가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 이름부터 이승만의 호인 ‘우남’을 내걸고 있다. 세계로교회의 목사이자 학교 이사장인 손현보 목사는 지난 2025년 3월 열린 이 학교 개교식에서 “이승만이 아니었으면 단연코 우리는 박헌영이나 여운형 같은 사람을 따라서 북한 공산당처럼 되었을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대통령 이승만을 강조했다.

뉴스타파는 부산 세계로교회를 찾아 손현보 목사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손 목사는 학교 이름에 이승만의 호 ‘우남’을 넣은 이유에 대해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따라야 할 모델이 있어야 한다”며 “그 중에 이승만은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우남’을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극좌 시각에서 (우리를) 극우로 보는 것”이라며 “세이브코리아는 민주당의 권력 남용에 맞선 정상적인 집회였다”고 주장했다.
정병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는 손현보 목사의 이승만 교육을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그는 기독교인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이 국회를 시작할 때에 기도하고 시작했다”면서 이승만을 강조하는 교육은 “(기독교인의 현실 정치 참여를) 이상화하고 모델로 하는 것이며 (기독교인이 세속 사회를) 지배하려는 욕구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일부 기독교 대안학교가 부각하는 편향된 정치성은 결코 교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올바른 기독교 대안교육은 공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역사 왜곡과 극우 편향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기독교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일부 기독교 대안학교의 그릇된 역사, 정치 편향 교육을 비판했다.
뉴스타파는 교육부에 미인가 미등록 시설로 운영되며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기독교 대안학교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교육부는 서면 답변을 통해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폐쇄명령 및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사회통념에 위배되는 시설은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할 수 없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는 교육 시설은 제도에 편입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도 미인가 미등록 교육 시설은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하는 학교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뉴스타파 뉴스타파 다큐팀 docu@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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