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세계 석유 지도 다시 쓰는 걸프국들

곽주현 2026. 6. 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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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1200㎞ 넘어 홍해로 수송
UAE는 오만만 방향 새 송유관 건설
이라크는 튀르키예 쪽 지중해 이용
오만 무산담반도에서 보이는 호르무즈해협에 1일 수많은 선박이 떠 있다. 무산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3개월 이상 막히자 이곳을 통해 석유와 가스를 수출해 오던 페르시아만(걸프만) 산유국들이 대대적인 대체 수송로 확보에 나서고 있다. 각 국가가 새로운 송유관과 항만, 철도 인프라 건설에 나서면서 전 세계 석유 운송로 지도 자체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미국·이란 전쟁을 계기로 걸프국들이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다양한 대안을 찾아 활용하고 있으며, 이 추세는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우디아라비아다. 지형상 동쪽 지역에 유전이 집중된 사우디는 동부 페르시아만을 통해 일평균 약 7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그러나 호르무즈해협이 막히자 사우디는 서쪽 끝 홍해 얀부 항구로 이어진 1,200㎞ 길이의 '동서 파이프라인'을 대체로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이 파이프라인으로 일일 약 200만 배럴을 내보내는 데 그쳤지만, 최근에는 최대 용량인 약 700만 배럴까지 규모를 늘렸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증가된 물동량 처리를 위해 홍해 얀부항 저장 탱크 및 적재 펌프 등 수출 처리 시설을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아랍에미리트(UAE)는 호르무즈해협 아래쪽에서 우회로를 찾았다. 기존에는 UAE의 합샨 지역에서 페르시아만에 있는 두바이나 아부다비 방향으로 석유를 수송해 수출했다면, 이제는 오만만에 접해 있는 푸자이라항 쪽으로 향해 있는 파이프라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힌 UAE는 푸자이라항으로 향하는 두 번째 송유관을 건설해 2027년까지 수출 물량을 두 배인 일 500만 배럴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석유 수출 대금이 국가 예산의 약 90%를 차지하는 이라크는 호르무즈해협의 우회로 찾기가 더욱 급한 상황이다. 이라크의 올해 4월 석유 수출량은 1,000만 배럴에 그쳤는데, 이는 미국·이란 전쟁이 시작되기 전(월 9,300만 배럴) 수출량을 고려하면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시각물_호르무즈해협 우회로 찾는 걸프 국가들

경제가 눈에 띄게 타격을 입자 이라크 정부는 최근 쿠르디스탄-튀르키예 파이프라인을 통해 원유 수출량을 3배 이상 늘리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라크 최대 유전지대인 키르쿠크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를 970㎞ 떨어진 지중해 연안의 튀르키예 제이한 항구로 수송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걸프 국가들은 역내 국가들을 연결하는 철도 프로젝트도 가속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송유관이나 선박에 비해서는 운송할 수 있는 석유의 양이 매우 적지만, 연료와 원자재 운송에서는 도움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내륙 파이프라인이 이란의 무인기(드론)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은 맹점으로 거론된다. 이란은 올해 4월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을 공격했고, 지난달에는 UAE의 푸자이라항 석유 허브를 노렸다. 대체로 인프라가 노후화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그러나 이란이 전쟁 후에도 호르무즈해협 통항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어서 걸프국들의 '우회로 찾기'는 생존을 위한 필수 작업이 됐다.

술탄 아흐마드 자비르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은 최근 한 포럼에서 "에너지 안보는 더 이상 단순히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운송 경로와 접근성, 저장 시설, 예비력 확보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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