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지 부족했던 투표소 50곳”…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사의 표명
사태 핵심 원인은 ‘감축 인쇄 방침’…정책실장 “투표소별 편차 감안 못해”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가 50곳, 이로 인해 투표가 일시 중지됐던 투표소는 22곳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5일 오후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허철훈 사무총장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사실을 알렸다.
노 위원장은 "참정권이라는 국민의 소중한 권리를 침해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가능한 신속하게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겠다. 객관적이고 철저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위원 전원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등 선관위의 책임을 확인하는 모든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윤재수 중앙선관위 선거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국 1만4288개 투표소 중 투표용지를 추가 송부한 곳은 67개"라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서울 35개소가 가장 많았고, 부산 8개, 경남 8개, 대구 7개, 인천 6개, 울산 3개소가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는 송파구가 15개소로 집중됐다.
이 중 실제 투표용지가 동난 투표소는 50개소, 잠시라도 투표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투표소는 22개소로 파악됐다. 추가 송부는 이뤄졌으나 결국 사용되지 않은 투표소도 17개소였다.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 등에서는 오후 1시부터 투표용지가 소진돼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오후 4시10분께 투표가 중단됐다가 오후 5시20분을 넘겨서야 재개됐다.
윤 실장은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감축 인쇄 방침'을 꼽았다. 사전투표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선거일 당일 투표용지가 대량으로 남아 회수·보관·폐기 비용이 발생한다는 내부 의견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 종합 관리 지침에 감축 인쇄 기준을 처음으로 명문화했다는 것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국회의원 선거는 선거인 수의 60%,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선거는 50%를 하한선으로 삼되, 각 구·시·군 선관위가 지역 실정을 고려해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투표소 간 편차였다. 송파구 전체로는 최종 투표율이 66%에 그쳐 용지가 남았지만, 관내 146개 투표소별로 실제 투표자 수에 큰 편차가 생기면서 일부 투표소에 용지가 집중되지 못했다. 윤 실장은 "투표소별 선거인 수와 사전투표 결과, 선거일 투표 진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인정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시민사회는 수사를 통한 처벌을, 정치권은 진상 규명과 함께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했다"며 책임 규명을 당부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이날SNS를 통해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필요하다면 국회의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통해서라도 확실한 규명과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노 위원장과 허 사무총장 등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광역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오는 8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측을 상대로 선관위 간부들의 직무 유기 혐의 사건 고발인 조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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