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부인은 남자” 미국 황당 유튜버, 러시아가 띄우는 이유

천호성 기자 2026. 6. 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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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포럼에 모인 논란 인물들
미국 음모론 인플루언서 캔디스 오언스가 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행사장 내 러시아투데이(국영방송) 전시장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각상 옆에 서있다. 러시아투데이 누리집 갈무리

미국의 음모론 전문 유튜버 캔디스 오언스(37)가 러시아 국영 매체에서 저명한 언론인 대접을 받고 있다. ‘푸틴의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몇 안되는 서방 인사인 그를 러시아 국영 신문과 방송들이 앞다퉈 띄우는 것이다.

오언스는 4일(현지시각) 밤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투데이’(RT)에 방영된 40분짜리 대담에서 ‘프랑스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이 트랜스젠더라고 확신하냐’는 질문에 “1010%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브리지트에게) 30년 동안의 사진을 보여주라고 요구했지만 사진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가 마크롱과 결혼 전) 세명의 자녀를 뒀으면 임신했을 때나 아이를 기를 때, 가족 휴가 때 찍은 사진이 있을 법 한데, 아무것도 없다. 텅 비어있다”고 주장했다.

오언스는 구독자 600만명을 거느린 미국 인플루언서다. 지난해 9월 피살된 극우 활동가 찰리 커크가 설립한 단체 ‘터닝포인트 유에스에이’ 등에서 활동했고, 유대교가 ‘소아성애를 중심으로 한 종교이며 악마를 믿는다’는 식의 반유대주의 발언을 해왔다. 2024년부턴 브리지트가 성전환한 남성이라는 소문을 퍼뜨리는 데 공을 들인다. 마크롱 부부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그를 명예훼손 혐으로 미국 법원에 고소한 상태다.

캔디스 오언스가 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에 오언스는 대담에서 “현직 대통령이 다른 나라 팟캐스터를 고소하다니, 제기되는 가설에 매우 사실적인 대목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괴소문을 입증할 증언, 사진 등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 출신 진행자 릭 산체스는 연신 “맞는 말”이라며 거들었다. 산체스는 2010년 시엔엔(CNN) 방송 도중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을 노예에 빗대어 “목화 따는 대통령”이라고 비하했다가 해고됐다.

오언스는 대담 방영에 앞서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행사장 내 러시아투데이 전시관에 마련된 마크롱 얼굴 조각상 옆에서 포즈도 취했다. 러시아투데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서방 지도자·기업가 12명을 우스꽝스럽게 조각해 전시했는데, 오언스를 마크롱 옆에 세워 전시를 홍보한 것이다. 매체는 오언스 사진을 보도하며 ‘마크롱이 오언스 암살을 지시했다’는 그의 주장도 실어 날랐다.

러시아 국영 통신 ‘타스’(TASS) 역시 연일 오언스를 인터뷰 중이다. 오언스는 2일 타스에 “조사는 끝났다. 브리지트 마크롱이 남자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오언스를 “100만명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미국 언론인”, “미국 보수 진영에서 저명한 인물”이라고 추어올렸다.

국영 매체들이 오언스 인터뷰에 줄 서는 건 크렘린의 역점 사업인 국제경제포럼을 띄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제경제포럼은 러시아가 매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여는 경제 행사다. 한때는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해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등 세계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러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렸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가 시작되며 참석자가 단출해졌다. 올해 초청에 응한 정상은 우즈베키스탄과 탄자니아 지도자 뿐이다.

이에 국영 매체들은 오언스의 입을 빌려, 서방 정부들이 퍼뜨리는 ‘반러 감정’ 탓에 사람들이 러시아에 오지 못한다고 설파한다. 캔디스는 2일 타스에 자신이 이번 국제경제포럼에 참가한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언어 폭력과 비난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런 공격의) 목적은 사람들이 러시아 여행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나는 신경 쓰지 않으며 그런 것들에 맞서 굳게 서 있을 뿐”이라고 했다.

오언스 외에 올해 포럼에 온 미국인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연회장 신축을 담당하는 로드니 쿡, 우크라이나 전쟁을 옹호해온 배우 스티븐 시걸 등이다. ‘여성혐오자’를 자처하는 인플루언서 앤드루 테이트도 행사 기간 러시아에 와 있다. 테이트는 영국과 루마니아에서 각각 성폭력, 인신매매 등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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