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매달고 만취 운전해 숨지게 한 승객… 구형 30년, 1심은 13년

만취 상태로 대리운전 기사를 차량에 매단 채 운전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징역 30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면서도 초범인 점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
대전지법 형사12부(김병만 부장판사)는 5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5)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4월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블랙박스 영상과 일부 진술 등을 근거로 살인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A씨가 기억 상실을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만큼 중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A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더라도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용인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신 상태였던 것은 맞지만,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을 정도의 심신장애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심신장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다른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가장 무거운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유족과 합의하지 못했고,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한 점도 불리한 사정으로 봤다.
다만 재판부는 형량을 정하면서 A씨가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지만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 A씨가 기소 이후 1심 선고 전까지 법원에 14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한다.
A씨는 작년 11월 14일 오전 1시 30분쯤 대전 유성구 관평동 인근 도로에서 자신을 태우고 운전하던 60대 대리기사 B씨를 운전석 밖으로 밀쳐낸 뒤, B씨가 차량에 매달린 상태에서 약 1분 40초 동안 1.5㎞가량 운전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앞서 B씨가 과속방지턱을 조심히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설하고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2%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차량은 주행 중 가드레일과 연석 등을 잇달아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에서 운전자 폭행과 음주운전 혐의는 인정했지만, 과도한 음주로 기억이 나지 않는 이른바 ‘블랙아웃’ 상태였다며 살인의 고의는 부인했다.
선고 직후 유족 측은 형량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유족 측 변호인은 유족들이 피고인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반성문 제출 등을 감안하더라도 구형보다 형량이 크게 낮아진 점이 안타깝다는 취지로 말했다. 유족 측은 검찰에 항소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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