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키운 민주주의 꽃 시들게 하나”…‘투표지 부족’ 대학가 규탄 잇따라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그 꽃은 피를 마시며 자랐다. 피로 싹틔운 민주주의의 꽃을 시들게 하려는가.”(서울대학교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운영위원회)
“국민의 한 표가 온전히 보장되지 못한 자리에서 민주주의의 신뢰 또한 온전히 설 수 없다.”(서강대학교 총학생회·학부학생회)
6·3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대학가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학생들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경위와 원인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00여개 대학 총학생회의 연대체인 전국총학생회협의회(전총협)는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참정권 침해와 직무 유기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선거를 관리하는 헌법기관이 국민의 한 표를 온전히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주권에 대한 중대한 책무 방기이자 도전이다. 이는 국민이 어렵게 지켜온 참정권을 강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일선의 혼선으로 축소될 수 없으며 선관위는 국민주권을 유린한 책임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 자치 기구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선관위의 행태를 비판했다.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운영위원회는 “선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의 핵심”이라며 “그 권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호해야 할 기관이 보여준 안일함은 숱한 의문을 자아낸다. 더욱이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헌법기관으로서 독립된 지위를 누리는 선관위가, 오히려 그 독립성을 방패로 삼아 무능함을 숨기고자 하는 시도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총학생회 중앙비상대책위원회도 “예상을 넘어선 투표 참여는 선거관리 실패의 변명이 되어선 안 된다. 오히려 그것은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자, 선관위가 더욱 철저히 보장했어야 할 시민의 의지”라고 짚었다.
이번 사태를 정쟁의 소재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도 나왔다. 서강대 총학생회·학부학생회는 “이번 사안은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며 “정치권과 사회 각계는 이번 사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태를 중단하고, 국민 기본권 수호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앞서 6·3 지방선거 본투표날인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12개 투표소와 강남구 1개 투표소, 광진구 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주민들이 투표에 차질을 빚는 일이 발생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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