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대 “여성고용정책과 복원·AI 노동정책 젠더 관점 반영을”

이재명 정부가 ‘노동 존중 사회’를 강조하며 출범한 지 1년, 여성노동자의 노동은 존중받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성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폐지한 여성고용정책과를 확대·복원하고 인공지능(AI) 노동 정책에 젠더 관점을 반영하는 등 적극적인 성평등 노동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5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한국여성노동자회 등으로 구성된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성평등노동 정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성평등 공시제 도입, 민간고용평등 상담실 복원 등을 약속했지만 여성 노동자가 겪는 저임금·불안정·차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과제들조차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여성 노동을 사회 인프라가 아니라 조정 가능한 비용처럼 취급하는 인식이 현 정부 들어서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폐지된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를 확대·복원하고 제대로 된 성평등 공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성평등가족부가 확대 개편되며 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가 담당하던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새일센터 집단 상담 관련 업무가 성평등부에 이관됐다. 나머지 모성보호, 육아지원, 일·가정 양립 지원, 성희롱·성차별 해소 등 정책은 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로 옮겼다.
노헬레나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처장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여성고용정책과를 폐지한 이후 일부 업무가 성평등가족부로 이관됐지만 권한 차이가 명백하다. 성평등부는 노동과 관련해 실질적인 행정 집행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아 여성 고용 정책을 실행하고 집행하는 컨트롤 타워가 사라진 것”이라며 “고용노동부 내 여성고용정책과를 확대복원하라”고했다. 김두나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는 “성평등부는 2027년 시행 목표로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공시제는 단순 정보 공개 제도가 아니다”라며 “공시항목과 공시의무 대상을 넓히고 공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여성노동자를 위한 안전망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유엔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으로 인한 여성의 실직 위험이 남성보다 3배 높다고 밝혔다. 단순사무직, 서비스직 등 여성 노동자가 많은 직종에서 자동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이슬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활동가는 “정부의 인공지능 기본계획에서 질 낮은 일자리로 밀려나는 가장 취약한 이들에 대한 정책적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며 “이재명 정부는 젠더 관점의 인공지능 노동 정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청와대 앞에선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주최로 ‘2027 최저임금 대폭인상 및 적용확대 촉구 기자회견’도 열렸다. 이들이 지난달 12일부터 2주가량 1065명의 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만큼만 기본급을 받고 있는 여성노동자 비율은 45.9%를 차지하고,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는 이들도 32.8%에 달한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여성 집중직종인 돌봄서비스의 저임금 문제는 심각하고 최저임금이 곧 여성의 임금이 되고 있다”며 “정부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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