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 차린 선관위…유권자 정보·기표용구 버려둔 채 "우리 소관 아냐"
시위대 일부 촬영·생방송으로 노출
선관위 "보존 기한 있는 자료 아냐"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선거 시위로 2박 3일간 봉쇄됐던 6·3 지방선거 투표소에서 철수하면서 유권자 개인정보가 담긴 선거 물품을 그대로 두고 가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선관위는 경찰 도움을 받아 5일 오전 8시 53분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가 있는 잠실 우성아파트 경로당 안으로 진입한 뒤 투표함 2개를 빼내 개표소로 옮겼다. 경찰은 기동대 18개 부대, 약 1,000명을 투입해 투표함 반출을 가로막고 있던 시위대를 해산했다.
선관위가 떠난 빈 투표소에는 선거 관련 물품이 방치돼 있었다. 쓰레기봉투 안에선 실제 선거인명부 대조전표가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대조전표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를 못 한 유권자들에게 '대기표' 개념으로 나눠 준 것으로, 선거인명부 등재번호, 성명, 성별 등 개인정보가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사용하지 않은 기표 용구와 팻말, 안내문, 선거인 이름 등을 따로 적은 메모 등도 바닥에 나뒹굴었다.
문제는 투표소를 점령한 시위대가 해당 물품들을 촬영하고 영상으로 생중계하면서 유권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됐다는 점이다. 시위대 일부는 대조전표를 뒤지며 "이름이 다 적혀 있다" "이게 뭐냐"라고 격분했다. 유튜버들도 투표소를 수색하는 과정을 생중계하면서, 방치된 선거 물품들을 부정선거 의심 증거라고 주장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질타를 받은 선관위가 또다시 부실한 현장 관리로 부정선거론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 측은 보존 기한이 있는 선거관리기록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특수한 상황 탓에 투표함과 필수적으로 챙겨야 하는 것만 가지고 나왔다"며 "선거인 대조전표는 유권자 소유물로 선거법상 보존기한 의무가 없는 자료"라고 해명했다. 공직선거법은 선관위가 투표지, 투표함, 투표록, 선거록 등 선거에 관한 모든 서류를 당선자의 임기 중 각각 보관하도록 규정한다.
잠실7동 제2투표소는 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모자라 투표 마감 시각을 오후 10시로 연장했던 곳이다. 선관위는 오후 11시 50분쯤 공식적으로 투표 종료를 선언했으나,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몰려와 투표소를 에워싸고 투표함 반출을 막아서면서 이틀 넘게 혼란이 이어졌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나민서 기자 i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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