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민주당 ‘당권 삼국지’…전리품은 2028년 총선 공천권
‘친명 투톱’ 송영길의 귀환, 김민석의 등판…결국 승부처는 단일화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6·3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여권에선 벌써 다음 전쟁이 시작됐다. 전장은 9월 전당대회, 전리품은 2028년 총선 공천권이다. 승자는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미래권력을 설계하고, 패자는 권력의 변방으로 밀려난다.
전장에 오를 이들 중 단연 주목받는 인물은 세 사람이다. 지방선거 승리의 깃발을 든 채 연임에 나선 정청래 대표, 국무총리직을 발판 삼아 당권을 넘보는 김민석 국무총리, 그리고 4년 만에 국회로 돌아온 6선의 송영길 전 대표다. 수성하려는 자와 판을 뒤흔들려는 자, 탈환하려는 자가 한 무대에 섰다. 민주당의 '삼국대전'이 막을 올렸다.

송영길 "평택을, 질 수 없던 선거" 정청래 직격
현재까지 전황은 정청래 대표에게 다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총 16곳의 광역단체장 중 12곳을 석권하며 지방권력을 상당 부분 되찾았다.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전북지사 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특히 전북은 정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승부처로 평가됐다.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과 김관영 무소속 후보의 돌풍으로 패배 가능성까지 거론됐기 때문이다. 만약 이원택 민주당 후보가 낙선했다면 공천 책임론은 물론 지도부 책임론까지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었다. 정 대표로선 가장 위험한 고비 하나를 넘긴 셈이다.
물론 승전보만 있지 않았다. 김관영 후보가 4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민주당 대표 텃밭 호남 민심의 균열을 드러내면서다. 경기 평택을 재보궐선거 패배도 정 대표를 따라다닐 약점으로 꼽힌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 실패 끝에 어부지리로 국민의힘에 의석을 내준 만큼 당 안팎에서는 "이길 수 있었던 선거를 놓쳤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전북 승리로 치명상은 피했지만, 연임 가도에 경고등이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빈틈을 가장 먼저 파고든 인물은 송영길 전 대표다. 인천 연수갑 재보궐선거 승리로 4년 만에 원내 복귀에 성공한 그는 선거 직후부터 정청래 지도부를 정조준했다. 특히 송 전 대표는 6월4일 SBS라디오에서 경기도 평택을 재선거 패배를 두고 "당력을 평택에 집중했으면 질 수가 없는 선거인데 져버렸다"고 지적하며 선거 전략 실패 책임을 지도부에 돌렸다. 전북지사 선거를 두고도 무소속 김관영 후보의 선전에 대해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송 전 대표의 화살은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을 향했다. 그는 "어차피 바로 전당대회가 있다. 이런 리더십이 거기서 평가를 받는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당 지도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단순한 선거 평가를 넘어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 대표 체제에 대한 공개 견제로 해석한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사실상 당권 경쟁의 포문을 연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송 전 대표가 이미 지방선거 국면부터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행보를 해왔다는 관측도 나온다. 취재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20명이 넘는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선거 지원을 넘어 전국 단위 정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송 전 대표 측이 이미 전당대회 준비 조직을 꾸렸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다만 송 전 대표는 관련 관측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5월6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준비설과 관련해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총리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김 총리의 전대 출마를 거의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라며 "출마 여부가 아니라 언제 총리직을 정리하고 등판할 것인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최근 김 총리가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는 데다 당내 세력 규합 움직임도 감지된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김 총리는 6월2일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서울 총리공관에서 국무위원들과 만찬을 했다. 당내에서는 이미 '출마하느냐'보다 '언제 나오느냐'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호남 껴안기' 나선 김민석, '익산' 주소지 이전
특히 정치권은 김 총리가 올해 초 주소지를 전북 익산으로 옮긴 점에 주목한다. 익산에는 김 총리의 노모가 머무르는 요양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총리 역시 여러 차례 "정치를 마치면 익산에서 살고 싶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단순한 거주지 이전 이상의 의미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민주당 권리당원 구조상 호남의 영향력이 상당한 데다, 이번 전북지사 선거를 계기로 호남 민심의 중요성이 다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차기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두고 호남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 더욱 주목하는 것은 송 전 대표와 김 총리의 관계다. 두 사람 모두 친명 진영의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의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자신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을 이재명 당시 후보에게 양보하며 그의 정치적 재기를 도운 인물로 평가된다. 김 총리 역시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발탁될 만큼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대표적 친명 인사다. 두 사람 모두 친명 진영 안에서 확고한 정치적 자산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을 단순한 경쟁자로만 보지 않는다. 김 총리는 송 전 대표가 수감생활을 하던 시기에도 꾸준히 면회를 다닌 인사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상당한 신뢰가 형성돼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두 사람이 지난 5월초 인천의 한 호텔에서 별도 회동을 가졌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다만 송 전 대표는 시사저널의 관련 질문에 "지금은 언급을 안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 안팎에서는 전당대회가 가까워질수록 결국 친명 진영 내부의 교통정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김 총리가 당권주자로 정리되고 송 전 대표가 다른 역할을 맡는 시나리오, 향후 개각 국면에서 송 전 대표의 입각 가능성 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아직은 가설의 영역이지만 민주당 권력의 중심축이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사람이 끝까지 충돌하는 그림보다는 막판 조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결국 9월 전당대회는 정청래·김민석·송영길 세 사람의 경쟁을 넘어 민주당의 미래권력을 둘러싼 친청 대 친명의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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