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세탁기가 좌우"…재생에너지 불안정 줄일 보상전략

이병구 기자 2026. 6. 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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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은 보급률이 약 97%에 달하고 소비전력도 높아 전력피크를 좌우하는 핵심 가전으로 꼽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전력 공급이 줄고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가전 사용을 줄이면 보상을 지급하는 수요반응(DR) 보상을 최적화해 전력 부하를 효과적으로 분산하는 전략이 제시됐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는 우종률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팀이 수요반응 제도를 최적화하는 설계방법을 제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5월 1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유틸리티스 폴리시'에 공개됐다. 

낮에는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가 풍부하게 생산되지만 해가 지는 오후 5시부터는 발전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퇴근 후 가정 전력 사용 급증 시간과 겹치면서 전력망에 부담이 가는 '전력피크'가 해결 과제다.

수요반응 제도는 소비자가 전력피크 시간대에 전기 사용을 줄이면 보상을 지급해 전력망 부담을 줄이는 제도다. 현행 제도는 전원을 끄는 가전의 종류와 관계없이 동일한 보상을 지급하고 있다. 가전마다 사용을 미뤘을 때 불편한 정도와 사용을 미루는 시간대를 고려하지 못해 부하 분산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팀은 최적의 수요반응 전략을 설계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전국 1124가구를 대상으로 TV·세탁기·건조기·전기밥솥·식기세척기·에어컨·히터에 대해 저녁 피크 시간대인 오후 5~8시 동안 사용을 미루는 대가로 어느 정도의 금액을 보상받고 싶은지, 가전을 언제 다시 사용할 것인지 설문을 통해 분석했다. 

조사 결과 더위·추위와 직결되는 에어컨과 히터는 참여를 유도하려면 높은 보상이 필요했다. TV와 전기밥솥은 비교적 적은 보상으로도 절반 이상의 가구가 참여 의향을 보였다. 식기세척기와 건조기 사용은 다른 시간대나 주말로 쉽게 옮길 수 있지만 보급률은 30~40% 수준으로 전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보급률이 약 97%에 달하고 소비전력도 2000~2200와트(W, 소비전력 단위)로 높은 에어컨과 세탁기가 전력 부하를 분산하는 핵심 가전으로 나타났다.

실제 수요반응 제도가 발동된 2023년 8월 7일 전국 전력 수요 데이터에 분석 결과를 대입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현행 보산 단가인 킬로와트시(kWh, 소비 전력량)당 1500원을 적용했을 때 기존 저녁 피크의 전력 부담은 9.3% 감소했지만 미뤄진 사용량이 오후 9~10시에 몰리며 2차 피크가 생겼다.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보상을 kWh당 500원 수준으로 낮추자 저녁 피크 감소는 1.8%로 줄었지만 여러 시간대로 사용량이 분산되면서 전력망은 훨씬 안정적이었다. 연구팀은 "과도한 보상이 오히려 전력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정책 설계에 실증적인 해답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피크 시간대에 줄어든 사용량이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해 수요반응 제도가 상황에 따라 새로운 피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처음 밝혀냈다.

우 교수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전력망 변동성도 함께 커진다"며 "가전 특성과 가구 유형, 시간대별 계통 상황에 맞춘 맞춤형 보상 설계가 탄소중립 시대 전력 시스템 안정성을 좌우할 핵심"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jup.2026.102233

왼쪽부터 양예하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박사과정생, 손우진 박사과정생, 우종률 교수. 고려대 제공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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