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거야" 되뇌지만… 이스라엘·이란 도발에 속수무책 트럼프
휴전 무관 공세 강화 네타냐후
美봉쇄 보복 대상 된 쿠웨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이란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되뇌고 있다. 그러나 협상은 진척되지 못하고 봉쇄 유지도 여의치 않다. 고삐 풀린 이스라엘과 대담해진 이란 때문이다. 전면전 재개 선택지가 사실상 봉인된 터여서 속수무책이나 마찬가지다.
무기력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이란전 상황과 관련해 “우리는 문서상으로 승리할 수도 있고 군사적으로 승리할 수도 있다”며 어느 쪽이든 미국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 협상이 타결되든 다시 무력을 동원하든 결국 미국이 바라는 결과를 얻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이는 이제 많지 않다. 원유 시장과 반전 여론을 달래기 위해 짐짓 기세를 부풀린 ‘정신 승리’ 아니냐는 게 그들의 의심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함께 전쟁을 일으킨 이스라엘부터 골칫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친(親)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전투를 멈추기를 원한다. 전날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가 합의한 휴전 갱신은 미국 국무부가 중재했다.
하지만 합의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한계를 드러냈다. 갱신 협상에서 배제된 헤즈볼라의 수장 나임 카셈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합의안의 요구는 항복과 패배, 적의 목표 달성을 의미할 뿐”이라며 합의를 거부했다. “점령이 계속되는 한 저항도 계속될 것”이라고 카셈 사무총장은 강조했다.
고삐 풀린 이스라엘
교전 지속의 핵심 요인은 이스라엘이다.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 이스라엘 접경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시범 구역’을 설정해 레바논 정부군이 통제하도록 한다는 게 합의의 전제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의 철수 시기는 명시되지 않았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짚었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영토의 약 5분의 1을 장악하고 ‘완충 구역’을 구실 삼아 남부에 주둔 중이다. 자위권만 행사하고 레바논을 대상으로 공격 작전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4월 16일 휴전 당시 이스라엘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레바논 깊숙이 진격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 협상 도중에도 헤즈볼라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라고 군에 명령했다는 게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지적이다.
이날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소 8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지금껏 양측 간 전투로 발생한 레바논 측 사망자는 적어도 3,526명이라는 게 보건부 집계다. 이스라엘이 철군 불가 방침을 고수할 경우 미국의 대이란 협상은 교착할 수밖에 없다. 그간 이란이 협상 조건으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의 휴전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의 에스마일 가니 사령관은 이날 이를 재차 상기시키며 전면전 발발 이전 상태로 철수할 것을 이스라엘에 촉구했다.
대담해진 이란
미국이 협상 지렛대로 활용 중인 대이란 해상 봉쇄도 고비를 맞고 있다. 이란이 만만한 쿠웨이트를 상대로 보복에 나서면서다. 미국이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을 계속 차단하려면 걸프(페르시아만) 주변 긴장 고조와 이스라엘만 챙긴다는 쿠웨이트 등 걸프 동맹국들의 불만을 감내해야 한다고 WSJ는 분석했다.
미국은 쿠웨이트 달래기부터 시도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이날 워싱턴에서 셰이크 자라 알사바 쿠웨이트 외무부 장관을 만나 국제공항 등을 겨냥한 이란의 “부당하고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을 규탄했다. 하지만 쿠웨이트는 1주일 새 세 번째 폭격을 당했고, 공항은 전쟁 이후 닫았다가 다시 문을 연 지 48시간 만에 다시 폐쇄됐다. 미국은 공습을 막아 주지 못했다. 바데르 알-사이프 쿠웨이트대 교수는 “우리는 희생양이 돼 왔다”고 WSJ에 말했다.
폭격 재개를 지시하기에는 사정이 만만치 않다. 집권 공화당 내 이탈로 전쟁 권한 결의안이 연방 하원을 통과했다. 상원 본회의에도 결의안이 상정돼 있다. 11월 중간선거 유권자들에게 전쟁은 인기가 바닥이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5일 자국 국영방송에 “협상과 합의가 필요한 쪽은 미국”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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