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로 덮인 대도시가 꽃가루 알레르기에 더 취약?…주범은 '빛공해'

밤도 대낮처럼 환한 대도시 환경이 꽃가루 알레르기 시즌을 늘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린 멍 미국 밴더빌트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빛공해가 알레르기 시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넥서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위성 관측 등으로 수집한 야간 조명 데이터와 꽃가루 측정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뉴욕, 필라델피아 같은 미국 북동부 대도시들에서는 알레르기 시즌이 3월 이전 시작되는 반면 코네티컷주 같은 농촌 지역은 한 달 늦게 알레르기 시즌이 시작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대도시의 알레르기 시즌 종료 시점은 11월 초, 농촌 지역은 10월 초였다.
알레르기 시즌은 일일 꽃가루 농도가 측정 지역의 30번째 백분위수 농도보다 높은 시기를 의미한다. 30번째 백분위수 농도란 농도를 100번 측정했다고 가정했을 때 30번째로 낮은 농도값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꽃가루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알레르기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이처럼 알레르기 시즌을 정했다.
대도시는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이 길뿐 아니라 농도 또한 더욱 높았다. 연구팀이 꽃가루 농도를 ‘심각’으로 분류한 날을 보면 대도시는 꽃가루 시즌의 27%, 농촌 지역은 꽃가루 시즌의 17%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대도시에서 꽃가루 시즌이 길어진 원인이 도시열섬 현상, 기온, 강수량 등의 영향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이 같은 환경 변수들도 고려했다. 그리고 빛공해가 다른 변수들과 별개로 꽃가루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적 요인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야간 조도가 가장 낮은 조건과 가장 높은 조건을 비교했을 때 가로등, 자동차 전조등, 광고판 등의 영향으로 빛공해가 심한 지역은 알레르기 시즌이 연간 최대 130일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빛공해가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시켰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연구는 아니다.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이 늘어나면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기간도 늘어난다는 관점에서 알레르기 시즌을 정의했다.
빛공해가 꽃가루 시즌을 늘리는 원리는 식물이 빛에 반응하는 방식에 있다. 식물은 하루 중 빛이 비치는 시간을 감지해 꽃 피울 시기를 결정한다. 인공조명이 밤에도 켜져 있으면 식물은 아직 낮이 끝나지 않았다고 착각한다. 그 결과 꽃이 더 일찍 피고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도 길어진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인공조명은 염증 반응을 촉진하고 생체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 인공조명은 꽃가루 농도를 바꿀 뿐 아니라 인체에도 영향을 미쳐 알레르기에 취약해지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도시에 어떤 식물을 심어야 할지 결정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모든 식물이 빛에 동일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보리수나무는 수분(수술 화분이 암술머리에 옮겨붙는 일) 시기에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반면, 플라타너스는 빛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플라타너스는 현재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나무가 됐다. 연구팀은 “플라타너스는 도시 환경에서 잘 자라는 강인함 때문에 대량으로 심어졌다”며 “하지만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를 대거 생산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플라타너스는 도시 열기를 식히고 대기의 질을 개선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연구팀은 플라타너스를 베어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신 앞으로는 빛의 영향을 덜 받는 나무를 대도시에 심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로등과 광고판 밝기를 조절하고 꽃가루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등의 방법도 알레르기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참고 자료>
doi.org/10.1093/pnasnexus/pgaf405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