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olumn] 약속의 ‘서울의 봄’, 김기동이 증명한 진짜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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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완연한 서울의 봄을 만들겠다.” 개막 전 미디어데이 마이크를 잡은 김기동 감독의 이 한마디는 단순한 출사표가 아니었다. 그것은 지난 몇 년간 성적 부진과 하위 스플릿 추락이라는 시린 겨울을 버텨온 수호신들을 향한 묵직한 약속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팬들은 마침내 감독이 약속했던 그 찬란한 ‘봄날’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지금 서울이 보여주는 거침없는 질주는 단순히 대진운이 좋았다거나 운이 따른 ‘반짝 상승세’가 아니다. 미디어데이에서의 약속을 그라운드 위에 고스란히 구현해 낸 김기동 감독의 세련된 전술적 진화, 그리고 이를 믿고 따른 선수단의 단단한 결속이 만든 필연적인 결과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부신 변화는 경기장 안, 빌드업 구조에서부터 시작됐다.
# 인버티드 풀백의 마법
이번 시즌 김기동 감독이 서울에 이식한 축구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단연 ‘빌드업 구조의 혁신’이다. 과거의 서울은 점유율은 높지만 실속이 없는, 이른바 ‘느린 축구’로 비판받기 일쑤였다.
후방에서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이 안전하게 공을 돌리다 결국 측면에 고립되어 무의미한 롱볼을 때리거나 패스 미스를 내주는, 답답한 ‘U자형 빌드업’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패스 횟수는 리그 최상위권인데 정작 상대의 빈틈을 찌르는 전진 패스가 부족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 체제의 이번 시즌은 완전히 다르다. 서울은 전술적 체질 개선을 위해 현대 축구의 가장 세련된 트렌드인 ‘인버티드 풀백’을 전면에 내세웠다. 좌우 풀백인 김진수,최준이 단순히 터치라인을 따라 직선적으로 움직이던 과거의 역할에서 벗어나, 후방 빌드업 시 과감하게 중앙 미드필더 위치로 좁혀 들어오는 대형을 취한다.
풀백이 미드필더 라인 가운뎃자리로 가세하면서 중원에는 자연스럽게 수적 우위가 확보된다. 상대 압박이 들어와도 서울의 미드필더진은 유기적인 삼각 패스 대형을 유지하며 유연하게 압박을 풀어내고, 중앙에서부터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찔러 넣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측면에 갇혀 숨이 막히던 서울의 전술이 중앙을 지배하는 능동적인 축구로 탈바꿈한 순간이다.
# 데이터가 증명하는 지배력 : 리그 최상위권의 ‘리커버리 성공률’
이러한 빌드업 구조의 변화는 단순히 공격의 유기성만 높인 것이 아니다. 수비 전환 시에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데, 이는 ‘리커버리 성공률’ 수치에서 고스란히 증명된다.
리커버리란 패스 미스나 경합 과정에서 주인 없는 공이 되었을 때, 상대보다 먼저 공을 낚아채 다시 우리 팀의 소유로 가져오는 행위를 뜻한다. 서울은 이번 시즌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한 채 공을 잃어버린 직후 2~3초 내에 사방에서 상대를 에워싸는 강한 압박을 시도한다.
이때 빌드업 과정에서 이미 중앙으로 좁혀 앉아있던 인버티드 풀백과 미드필더들이 촘촘한 ‘1차 방패막’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가 압박을 피해 다급하게 걷어내거나 패스 실수를 저지르면 그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세컨드 볼을 가로챈다. 한 발 더 뛰는 기동력과 노련한 위치 선정이 결합하여, 상대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공격권을 유지하는 ‘숨 막히는 축구’를 완성한 것이다.

# 완벽한 신구조화, 무너지지 않는 위닝 멘탈리티
김기동 감독이 세운 세련된 전술적 뼈대 위에 살을 붙인 것은 결국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선수들의 단단한 결속력이다. 과거의 서울은 경기 잘 풀릴 때는 화려하지만, 한 번 실점하거나 위기가 찾아오면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확실한 리더십의 부재와 위닝 멘탈리티의 실종이 가져온 암흑기의 단면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서울은 완전히 다른 스쿼드의 깊이를 보여준다. 최후방에서 든든하게 골문을 지키며 수비 라인을 리드하는 구성윤의 안정감, 그리고 그라운드 위에서 독려와 헌신으로 중심을 잡아주는 김진수의 베테랑 리더십이 경기장 안팎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위기 상황이 와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노련함과 "우리는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팀 전체에 이식된 것이다.
여기에 김 감독이 발굴하고 믿음을 보낸 겁 없는 신예 손정범의 패기가 폭발적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손정범은 지치지 않는 기동력과 투지 넘치는 전방 압박으로 경기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베테랑들의 체력적 부담을 지워낸다.
김진수와 구성윤이라는 든든한 버팀목 아래에서 손정범 같은 신예들이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만개시키는 신구조화. 고참들의 품격과 신예들의 패기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서울은 90분 내내 지치지 않는 하나의 완벽한 '원팀(One Team)'으로 거듭났다.
# 약속은 현실이 되었다, 상암의 봄은 이제 시작이다
결국 지금 FC 서울이 잘나가는 진짜 이유는 그라운드 위에서의 완벽한 체질 개선과 이를 완벽하게 수행해 내는 선수단의 단단함에 있다. 이기는 것을 넘어 세련된 '보는 재미'까지 확실하게 선물하는 서울의 축구는 이제 구단의 성적 상승을 넘어 K리그 전체 흥행을 견인하는 기분 좋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빅매치마다 수만 명의 관중을 상암으로 결집시키는 압도적인 흥행 파워는 서울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완연한 서울의 봄을 만들겠다"던 김기동 감독의 당찬 외침은 마침내 차가운 겨울을 견뎌낸 상암의 그라운드 위에서 화려한 꽃을 피웠다. 수도의 자존심을 완벽하게 되찾으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 '위닝 멘탈리티'까지 장착한 FC 서울. 대한민국 축구의 중심에서 다시 왕좌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기 시작한 이들의 뜨거운 역사는, 반짝이는 신기루가 아닌 이제 막 시작된 진짜 '봄날'의 서막이다.
글='IF 기자단' 7기 박현민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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