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채굴, 그림자 노동, 석탄 밀거래 의혹…‘82명 사망’ 류선위 탄광의 추악한 민낯

2026. 6. 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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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운영 그룹, 수익 극대화 위해 뇌물 건네고 수많은 안전 관행 무시
사고가 난 류선위 탄광에 5월 24일 구조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신화AP연합뉴스

사망 82명, 실종 2명, 부상 128명, 자력 탈출 35명.

지난 5월 22일 중국 산시성 창즈시 진위안현 류선위 탄광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피해 기록이다. 이 사고는 중국에서 17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탄광 사고로 기록됐다. 희생자 규모와 함께 참사 이후 드러난 탄광 운영의 민낯 역시 중국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광산 운영사 산시퉁저우그룹에는 불법 채굴과 그림자 노동, 석탄 밀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참사 기저에는 국가 에너지 정책에서 정부 거버넌스와 ‘계획경제’의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

사고 이후 중국 사회에 가장 먼저 전해진 것은 드라마틱한 사망자 숫자 변화였다. 친위안현 당국은 5월 23일 오전 6시 사고 당시 지하 갱도에 있던 광부 8명이 숨졌고, 38명을 구조하는 중이며 201명은 무사히 지상으로 올라왔다고 밝혔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날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을 지시하고, 리창 국무원 총리가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자 사망자 숫자는 빠르게 상승해 90명까지 치솟았다가 최대 82명으로 집계됐다.

위치추적장치 없이 석탄 채굴

사고 당일 광산 회사의 전산 시스템에는 총 247명 가운데 124명만 기록됐다. 123명은 실시간 전자 위치추적카드를 소지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구조 과정에서 탄광 설계도에는 없는 터널이 2개 발견됐다. 중국 매체 신경보는 광부들이 해당 탄광에는 정부 승인을 받지 않고 불법으로 채굴하는 ‘암흑 채굴면’이 있으며, 이곳에서 일하는 광부들은 위치추적장치를 패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광부는 암흑 채굴면에서는 위치추적장치를 착용해도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며, 정부 점검이 있을 때마다 해당 구역은 일시적으로 폐쇄한다고 전했다.

류선위 탄광에서는 정부에서 허가한 공식적인 할당량 외 추가 채굴이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산시성의 한 석탄 거래업자는 “사고는 놀랍지 않다”며 “류선위 탄광은 오랫동안 규칙을 늘리며 생산량을 과도하게 늘리는 광산으로 악명 높았다”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전했다.

차이신에 따르면 류선위 탄광의 공식 할당량은 연간 120만t이지만 실제 생산량은 연간 36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 승인된 양의 3배를 채굴하는 것이다. 불법 채굴된 석탄은 시장가 이하로 판매되며 송장이나 세금 신고 없이 거래된다.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연간 이익이 약 7억위안(약 157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고령이거나 자격증 없는 광부들이 불법 석탄 채굴에 투입된다. 이들은 주로 간쑤성이나 산시성 출신으로 하청업체를 통해 모집되며 하루 12~16시간씩 근무한다고 전해진다. 위치추적카드는 광부가 지하에서 8시간 이상 머무르면 자동으로 경보를 울린다. 광부들은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위치추적카드를 착용하지 않고 갱도에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차이신은 전했다.

고령이나 무자격 광부들도 투입

고령 또는 무자격 광부들을 불법 채굴 현장으로 밀어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판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이다. 산시성은 중국 석탄 생산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1980년대 개혁·개방과 함께 석탄 생산량이 급증했고 산시성 경제도 빠르게 발전했다. BBC에 따르면 니후이화 인민대 교수는 2020년대 발표한 한 논문에서 “탄광 소유주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뇌물을 건네고 수많은 안전 관행이 무시됐고, 중앙정부 역시 지방정부와 광산회사의 유착을 철저하게 감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니 교수에 따르면 1980~2010년 중국에서 매년 평균 5853명의 광부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중국 정부는 2010년대부터 일종의 석탄 산업 합리화 조치에 도입했다. 역대 최대 광산 사고인 104명이 사망한 2009년 헤이룽장성 사고를 겪은 이후다. 대표적 석탄 산지인 산시·간쑤성 일대의 노후 탄광을 폐쇄하고, 안전 규제를 강화했으며, 가스 감지 시스템 등 사고 위험을 줄이는 신기술이 광산에 도입됐다. 녹색 에너지 개발, 대기오염 해결 등의 국책사업과 맞물린 조치다. 1980~2000년대와 달리 경제성장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안정도 중시하겠다는 기조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석탄은 여전히 중국 최대의 기저 에너지원이며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탄 산지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석탄 480만t을 생산했고,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다. 2025년 중국의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석탄 비중은 51.4%였다. 하지만 생산량 자체는 지난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석탄 채굴 및 세척 부문의 이익은 41.8% 감소했다.

다만 경제성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문 닫은 탄광에서는 실업자가 넘쳐났다. 이들이 하청업체를 통해 대형 탄광회사의 암흑 채굴면까지 들어온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2010년대 이후 중국의 탄광 사고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큰 폭으로 감소했다가 2~3년 뒤 다시 상승 추세를 보이고, 또다시 사고가 발생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2010년 465건에서 2011년 144건으로 줄었다가 2012년 227건으로 상승, 2014년 283건으로 늘었다가 2015년 146건으로 다시 줄어드는 식이다. 사고 건수는 2018년 70건으로 내려갔다가 이듬해 231건으로 올라갔다.

2023년 내몽골 광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53명이 사망했던 2023년 전국 사고 건수는 173건이었다. 당국이 대대적 안전점검에 나서면서 사고는 2024년(48건), 2025년(6건)으로 드라마틱하게 감소했지만, 올해는 5월까지 82건을 기록했다. 광부들에 대한 안전망 없는 개혁 조치는 이들을 더욱 위험한 작업환경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지방정부 역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사회안정’을 위해 값싸게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는 한편 경제성장도 달성해야 한다. 광산의 불법 영업에 엄정한 단속을 하지 않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중국 정부는 전국적 탄광안전 조사에 나선 한편 엄정한 사고 대처를 약속했다. 산시성 기율검사감독위원회는 지난 2일 자오융진 창즈시 친위안현 당서기를 ‘중대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으로 치면 군수급에 해당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2021년 취임한 자오 당서기는 석탄 채굴 산업을 고도화와 친환경적 대안을 주문했고, 광산 메탄가스를 활용한 전기 생산 등을 추진했다. 사고 발생 일주일 전 지하 광산 작업의 실시간 영상을 관찰하고 생산 능력, 생산량 등을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지난 5월 24일 이후 광부들의 목소리가 담긴 탄광 비위 행위에 대한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다. 광부와 유가족들은 각종 병원에 분산 배치돼 언론 접촉이 차단되고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전해진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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