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의 독서출판] 책의 생산 및 시장 통계로 본 출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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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서교육신문 백원근(독서출판평론가) 대기자]
박스권에 갖힌 발행량 전체와 번역서 감소 추세
지난 5월 29일 대한출판문화협회는 <2025년 기준 한국 출판생산 통계>를 발표했다. 출판단체가 국내 출판사들의 납본(국립중앙도서관)을 대행하는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작성한 통계 자료이다.
발표에 따르면, 2025년에 국내에서 발행된 신간 도서 종수는 64,991종으로 전년도보다 1.1%가 증가했다. 출판 분야별 점유 비중은 문학(22.4%), 사회과학(18.9%), 아동(12.3%), 기술과학(10.7%), 만화(8.5%), 철학(5.0%), 종교(4.9%), 학습참고(4.5%), 예술(3.8%), 역사(3.0%), 총류(2.3%), 언어(2.2%), 자연과학(1.4%) 순으로 나타났다. 연간 발행 종수를 10년 단위로 보면, 2016년에 60,864종이던 것이 증감을 거듭하며 6만 5천 종대의 박스권에 갖혀 있는 양상이다. 발행 종수가 크게 늘거나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신간 발행 부수는 약 7,303만 부로 전년보다 1.3% 증가했다. 학습참고서와 언어 분야의 발행량이 증가한 반면 다른 분야들은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2018년에 총 1억 174만 부로 정점을 찍은 이래 하락과 정체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출판사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지만 출판 생산의 양대 지표인 발행 종수와 발행 부수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형국이다. 출판 콘텐츠 수요의 감소가 생산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간 평균 가격은 19,897원으로 전년 대비 1.9%(371원) 인상되었다. 하지만 정가가 이미 2만 원을 넘긴 출판 분야가 대부분이다. 기술과학(27,346원), 사회과학(25,732원), 자연과학(24,796원) 순의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분야가 2만 5천 원 수준의 정가 분포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 정가가 2만 원대 미만으로 낮게 억제된 이유는 발행 종수가 많은 문학(15,784원), 아동(14,503원), 만화(7,098원) 분야가 전체 평균 가격을 끌어내린 결과이다.

교육 및 단행본 출판의 부진과 웹콘텐츠의 호조
한편,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2025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출판사 72개사의 매출액은 교육 분야 및 단행본 출판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하고, 만화‧웹툰‧웹소설 분야 출판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판시장의 중심을 이루는 교육 분야 출판사들의 2025년 총 매출액은 전년도보다 1.2% 감소한 약 4조 1,061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도보다 4.3% 감소한 673억 원이었다. 단행본 출판 분야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6.9% 감소한 4,310억 원, 만화‧웹툰‧웹소설 출판사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7.4% 증가한 3,159억 원이었다.
분야별로 보면 교육 분야는 학습지 및 전집‧교구 분야 매출이 감소하고 교과서/학습참고서 및 외국어 분야는 성장했다. 단행본 분야는 문학동네, 창비, 위즈덤하우스, 다산북스가 각각 360억 원 안팎의 매출로 선두 그룹을 형성했는데, 이 가운데 3개 출판사가 두 자릿수의 매출 하락률을 기록했다. 단행본 전체적으로 영업이익 감소율이 11.9%에 이를 만큼 실적이 좋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유통 분야는 온‧오프라인 4개 서점(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영풍문고)의 총 매출액이 2조 1,6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도서 분야 매출이 최근 수년간 급증한 것으로 알려진 쿠팡은 매출을 공개하지 않아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자출판물(전자책, 웹툰, 웹소설) 플랫폼 기업 12개사 매출액은 3.0% 증가한 1조 5,656억 원이었다.
정리하자면, 교육 및 단행본 출판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디지털출판은 호조를 보인 것으로 요약된다. 다른 통계도 참조할 만하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운영) 데이터를 보면, 연간 종이책 판매량은 감소하는 대신 판매 금액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단행본 종이책 판매량은 2023년 1억 1,180만 부, 2024년 1억 794만 부, 2025년 1억 580만 부로 감소한 반면, 판매 금액은 2023년 1조 7,299억 원, 2024년 1조 7,610억 원, 2025년 1조 7,727억 원으로 증가했다.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정가 인상 효과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출판시장 현황 보여주는 실용 통계 필요
다만 위의 통계들을 해석하는 데는 유의할 부분도 여럿이다. 우선, 납본 통계가 출판 생산 통계로 쓰이기에는 불완전하다. 출판사의 납본 의무가 있기에 도서 발행과 관련된 통계 집계의 절차적 편리성은 있지만, 출판사의 납본 이후 상황을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발행량의 경우 초판 1쇄만 반영되어 추가로 발행하는(증쇄) 도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출판 생산 통계는 출판 분야별로 몇 개 출판사(발행처)가 몇 종의 책을 얼마나 발행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출판시장에서 중요한 분야들(그림책 등)이 몇 종이나 발행되었는지, 전체 또는 분야별로 가장 많은 책을 발행한 곳들은 어디인지, 지역출판 활성화 정도를 알기 위한 지역별 출판사들의 발행 실적은 어떠한지, 순수한 신간과 개정판의 비율은 어떠한지, 관심 주제별 발행량은 어떠한지 등 다양한 출판 정보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발행 통계 체계의 정립이 필요하다.
앞의 출판시장 통계의 경우 규모 있는 주요 출판사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정리한 것이어서 나름의 의미가 크지만,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출판사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에서 전체 시장과 분야별 시장 규모 등을 주기적으로 집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은 종이책 단행본 출판시장의 추이를 아는 데 어느 정도 유용하지만 분류 체계나 소매업체의 포괄성(판매량 집계)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많다.
책과 관련된 여러 지표나 통계는 책과 관련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이다. 출판의 생산부터 유통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출판 생태계의 변화와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고, 이를 산업 종사자나 관련 업계와 독자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분석의 진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책 읽기를 자극하는 통계나 시사점도 추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