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주한미국대사들 "이재명 대통령, '반미친중' 아니다"

권경성 2026. 6. 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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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싱크탱크 세미나서 이구동성
이념보다 대중 추수 인물로 이해
“對중국 외교 강화는 균형 회복”
전직 주한미국대사인 캐서린 스티븐스(가운데)와 필립 골드버그(오른쪽)가 4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질문을 듣고 있다. 왼쪽은 스콧 스나이더 KEI 소장. KEI 유튜브 동영상 화면 캡처

이재명 대통령의 친(親)중국 좌파 성향이 한미 동맹을 위협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전직 주한미국대사들이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이념보다 대중을 추수하는 정치인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평가다.


윤석열의 이례적 친미

전 주한미국대사인 필립 골드버그(2022~2025년 재임)와 캐서린 스티븐스(2008~2011년 재임)는 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 등을 통해 다시 제기된 ‘이 대통령 반미 친중 좌경화론’을 이구동성으로 반박했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진보 성향의 (한국) 정부들이 대외 정책에 관해 미국을 편드는 일을 얼마간 반사적으로(reflexively) 지양해 왔고 그게 오해를 불렀을지도 모르지만, 그(이 대통령)를 무슨 광신적인 공산주의자(wild-eyed communist)로 보는 시각은 대체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런 인상을 받지 못했다”며 “(한국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어제 선거 결과가 다시 입증했듯 그는 아주 유능한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대통령이 “미국과의 동맹, 특히 핵우산(미국의 확장억제) 가치를 이해하고 있으며 무역과 투자 같은 까다로운 현안에 대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협력하려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단순히 반미 이념의 결과로 규정할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은 스티븐스 전 대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리버럴(자유주의적 진보)이나 진보, 보수 같은 약칭들이 오해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날 한국 정치를 논할 때도 “반미는 매우 시대착오적인 표현”이라고 짚었다. 그가 보기에 이 대통령이 가장 의식하는 것은 여론이다. 그는 “한국의 여론조사들을 보면 한미 동맹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는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당들의 행보에 반영돼 왔고, 한국 국민 대다수가 강력한 한미 관계를 원한다는 사실을 이 대통령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정책에 대한 반대와 이념적 반미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친중처럼 보이는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례적인 친미 때문이라는 게 골드버그 전 대사 생각이다. 윤 전 대통령이 미국에 지나치게 경도되며 한국의 대(對)중국 관계가 나빠졌고 이 대통령이 이를 바로잡으려 나서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 대통령의 대중 외교 강화를 친중 정책 회귀로 보기보다 균형 회복(rebalancing)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이 대통령이 중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의 이익 보호에도 관심이 크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에게 중국에 인공지능(AI) 칩을 팔아도 된다고 허락했을 때 분명 내심 반겼을 것이라고 짐작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을 향한 색깔론은 앞서 1일 WSJ가 보수 성향 인사 2명의 ‘한국, 미국에 대해 강경 좌파 노선으로 전환’ 제하 기고를 실으며 새삼 불거졌다. 미국 집권 공화당 소속 대럴 아이사(공화·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은 3일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해당 기고를 거론하며 “한국 민주주의가 급격히 좌경화했고, 중국을 향해 더 많은 길을 열어 주고 있다”고 강변했다.


‘비수’의 두 가지 해석

3월 14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도하 훈련에 참가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세미나에서 두 전 대사는 미중 사이에서 곤경에 처하기 십상인 한국의 처지에도 주목했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최근 논란이 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비수(dagger)’ 발언을 사례로 언급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달 22일 공개된 미국 육군대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동부 해안에서 중국이 보는 것은 아시아 심장부의 비수 같은 존재인 한국”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한국을 비수로 쓰고 싶어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골드버그 전 대사는 “한국이 미국에 그런 존재가 될지 모른다고 중국이 인식하고 있다는 게 발언의 진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비수가 되는 것은 중국과 적대 관계가 되고 싶지 않은 한국의 계산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이 미중 불화만큼 밀착 역시 경계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미중이 ‘G2(양강)’ 같은 구도가 될 경우 한반도 등 논의에서 한국이 배제될 수 있기 때문에 불화도 밀착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끝난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공유된 정보가 모자라 불안해하던 한국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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