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와 우리나라 궁중요리 [권대영의 한식 인문학]

서경IN 2026. 6. 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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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한식인문학자(전 식품연 원장)
프랑스 요리와 우리 궁중요리를 비교한 AI 이미지.

최근 ‘흑백요리사’란 프로그램이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바 있다. 그런데 이 방송을 보면 앞으로 모든 음식이 마치 고급요리로 가야 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또 고급요리라면 우선 모양이나 향에서 매우 예쁜 색깔과 모양, 향을 갖추는 것은 필수이어야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착각 때문에 음식이 얼마나 맛있고 건강하느냐는 둘째 치고 미식가들은 대표적인 고급요리로 궁중요리에 기원한 프랑스 파리요리를 뽑기도 한다. 마치 음식이 얼마나 예쁜 형태로 서비스 되느냐가 고급요리의 판정기준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우리나라도 어느새 이러한 서양식 관점이 음식의 가치를 판단하려는 기준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는 이러한 기준이 우리 한식의 가치를 판단하고자 하는 지표로 사용되는 움직임에 반대하고자 한다. 대표적으로 ‘흑백요리사’가 이러한 무브먼트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프랑스 요리가 아직까지 세계적인 미식가들이 인정하는 고급요리임에는 토를 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사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요리는 프랑스 왕실요리(궁중요리)에서 기인한다. 부르봉왕조가 프랑스 혁명으로 무너진 18세기에 대거 궁중요리사가 갑자기 해고되어 갈 곳을 잃는다. 이들이 할 수 없이 궁밖으로 나와 레스토랑을 차려 왕들에게 바쳤던 궁중요리를 중심으로 만들어 팔아 온 것이 현대 프랑스 요리의 시초이다. 이들 궁중요리사들은 궁궐에서 어떻게 하면 왕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서 요리를 했던 사람들이라 이들이 왕이 먹는 음식을 팔아 일반인들이 먹게 한 것이다. 따라서 왕이 먹는 궁중음식을 일반인들이 먹게 하여 프랑스 요리로 자리 잡게 된다. 물론 궁중음식과 따로 프랑스 각 지역마다 로컬 음식이 있었으며 프랑스 왕실요리도 뿌리가 프랑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즈음 우리나라도 우리 궁중음식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 궁중요리가 프랑스 왕실요리와 같은 구조인 것처럼 고귀성을 갖고 접근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왕실요리와 우리나라 궁중요리는 탄생의 목적과 뿌리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궁중요리는 살아 있는 왕이 먹는 것을 궁중요리라고 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궁중에서 만드는 요리를 궁중요리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궁중요리는 살아 있는 왕을 위한 음식보다도 돌아가신 왕들의 영이나 혼을 위하여 만든 음식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조선시대 왕이 먹는 음식을 기록한 ‘발긔’기록을 보면 왕이 먹는 음식은 의례나 행차, 제례를 위한 음식과는 분명 달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궁증음식의 뿌리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우리 조상 중에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식을 배고프지 않고 먹여 살리기 위한 음식을 만드는 일은 남자들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 오히려 남자들은 음식 만드는 일은 시골 아낙네들이 하는 일로 치부하고 그로 인하여 우리 음식을 폄하하는 분위기였다. 마치 당시에 유생이나 선비들은 우리 글 한글을 언문이나 못 배운 사람들의 글이라 하고 깔보고, 한자를 쓸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양반으로 취급한 풍토와 같다. 당시 우리 전통 음식은 비록 왕이 즐겨 먹는 좋아하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멋있고 새로운 음식을 먹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의례나 제례음식도 따로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이런 음식을 찾아 헤매었으나 마땅한 책이 없었다.

그래서 조선시대 음식을 만들어 보지도 않은 선비(남자)들이 중국의 음식책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를 기반으로 책을 내기 시작하였다. 홍만선의 산림경제(山林經濟)가 대표적으로 당시에 나온 음식책이다. 이 책은 중국의 제민요술(齊民要術), 거가필용(居家必用)을 기반으로 낸 것으로 우리나라 사람이 처음 쓴 요리책이다. 물론 우리 한글이 아닌 한자로 쓰여진 책이다. 그 후에 유증림이 이 산림경제에 몇몇 우리 음식을 끼워 넣은 것으로 보강하여 펴낸 책이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된장, 청국장 등 음식 기록이 증보산림경제에 처음 나온 이유이다. 동시에 이 증보산림경제 기록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음식이 대부분 18세기 경에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오류를 범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발효 음식이 주가 되는 전통음식은 냄새나 안전성 측면에서 먼거리를 이동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음식이 먼거리를 이동하는 의례나 행차에 쓰이는 궁중음식이나 서원에서 제례나 제사에 쓰이는 종가음식으로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어서 기름으로 요리하는 중국기원 음식이 궁중음식으로 차지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궁중음식, 종가음식에 대비하여 우리의 어머니들이 수천년동안 발전시켜온 우리나라 전통음식을 서민음식 또는 평민음식으로 낮게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급요리의 기준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품위 있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궁중에서 만들었다는 하나만의 이유로 우리 궁중음식이 될 수 없고 또한 우리의 고급음식이 될 수 없다.

우리 전통 음식이 꼭 고급요리로 발전해야만 할 이유도 없다. 고급스러운 모양과 색깔이 우선적인 선택 기준이 아니었으면 한다. 건강한 음식이 선택의 한 기준이라면 더욱 좋다. 전통의 가치와 스토리를 지켜나가는 것이 오히려 고급음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 크다. 글로벌 세계인들로부터 맛있게 먹고 자주 선택되어 좋아하는 음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음식이 어떻게 글로벌 고급음식으로 발전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권대영의 한식인문학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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