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눅 들었던 '대구 둘째 딸'…직장 빌런에게 우아하게 받아치는 8가지 방법
"어이 이 대리. 오늘 되게 예민하게 굴고 그러네. 혹시 오늘 그날이야?"
"그러게요. 김 부장님은 오늘 기분 정말 좋아보이시네요. 혹시 몽정하셨어요?"
직장인이라면 한번쯤은 꿈꿔본 사이다 같은 한 장면이다. 직장 상사라는 이유로 내뱉는 온갖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시원하게 되받아치는 꿈 말이다. 물론 집에서 '이불킥'해가며 애써 짜낸 필살기가 있다 해도 현실에서 그럴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대개 이루지 못한 꿈이 더 달달하다.
개그맨 김숙이 보여준 대처법
이런 걸 잘 하는 사람이 바로 개그맨 김숙이었다. "남자처럼 생겼네." 이렇게 말하는 상대를 빤히 쳐다보며 김숙은 당황하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으며 간단명료하게 대답한다. "어? 상처주네?" 주변 분위기가 머쓱해지자 이내 상대도 당황하더니 사과한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농담이었는데. 과했어. 미안해." 그럴 때도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그냥 간단하게 "네, 괜찮아요"라고 대답하고 끝냈다. 자기 할 말은 정확히 전달하되 스스로의 우아함은 지켜냈다.
무례하게 밀고 들어오는 사람에게 "지금 금 밟으신거예요"라는 말을 가장 잘 건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장문정 작가가 쓴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방법'은 그 포인트를 짚어 내면서 인기를 얻은 책이다.
대구의 둘째딸, 이란 굴레
장문정 작가는 1986년 대구에서 둘째 딸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났을 때 엄마는 울었다고 한다. 이 간단한 두 문장은 장 작가가 왜 무례함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는지 거의 모든 걸 설명한다.
인구학자들은 남아선호사상이 초음파를 이용한 태아 성감별 기술을 만난 1980년대, 대한민국에서 엄청나게 많은 여자 아이들이 엄마의 뱃속에서 지워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구라면 더욱 그렇다.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로 태어나서인지 그는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식의, '뭐 달리 뾰족한 수가 있느냐'는 식의 자조적이고 맥빠진 이야기만 들으며 자랐다. 그 분위기가 싫어 서울로 탈출했지만 주눅든 마음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연애할 때가 대표적이었다. 한마디로 자기 파괴적 연애를 했다. 쉽게 넘어갔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불안해하고 의심하고 집착하면서도, 정작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에는 결단을 미루고 회피했다. 그 당시 스스로에겐 매순간이 너무 절박했지만, 이제와 돌아보면 '비극의 여주인공' 놀이를 했던 셈이다.
그렇다고 '걸크러시'라는 것도 별로다. 강력하게 되받아치니까 속 시원하다고들 하지만 그 또한 뭔가 호소하고 해명하고 나를 억지로라도 증명해야 하는 느낌이 들어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울거나 분노하지 않으며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스스럼없고 자연스럽게 무례한 상대에게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은.
직장은 일하기 위한 곳이다
전제를 둬야 할 게 있다.
우선 직장은 일하기 위해 모인 곳이다. 영혼의 단짝을 찾아주는 곳이 아니다. 배신감을 느끼거나 할 이유가 없다. 동시에 그렇기에 남에게 갑질할 이유도 없다.
두번째로 대개 남에게 모멸감을 쉽게 주는 이들은 자신의 결핍이나 공허를 채우고 싶어하는 이들이다. 존재감을 과시하고픈 이들이 벌이는 일은 위계를 만들어 남을 깔아뭉개는 거다.
마지막으로 이건 인간사의 보편인데, 대개 스스로 불행하면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참 관심이 많다. 또 거기에다 대고 말 또한 많아진다.
무례함에 맞서는 8원칙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수시로 선을 넘어오려는 이들에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 나를 알게 하지 않는다.
바쁘냐고 물으면 “과장님은 어떠세요” 되묻는다. 나의 상황을 알리지 않는다. 내 공간을 굳이, 미리 열어 보일 필요는 없다.
2. 딴청 부리기도 좋다.
짐짓 못 알아듣는 척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페미니스트지?“라는 식의 공격적 질문을 받으면 "그런데 페미니스트가, 그게 무슨 뜻이에요?“ 되묻는다.
3. 잠자코 듣기만 한다.
뻔한 얘기 혹은 해봐야 뻔한 논쟁 같은 걸 상대가 하려들면 그냥 들어만 준다. 내 반응을 굳이 원하는 거 같으면 "아, 네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라고, 그건 당신 생각이라고 정리해준다.
4.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한다.
입학 졸업 취업 매 단계마다 참 말들이 많다. 인사나 걱정을 넘어선 괜한 간섭 수준에 다다른다면 일일이 대응할 필요 없다. "아 네, 제 일이니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면 끝이다.

5. 개소리에 반응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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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 선임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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