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데 에어컨이 없다면?...폭염은 '기후 불평등' 재촉

최근 인도 일부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50℃ 안팎까지 오르며 열사병으로 37명이 숨진 가운데, 빈발해지는 폭염이 기후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브라질·중국·프랑스·인도·나이지리아·튀르키예·미국 등 7개국에서 사람들이 폭염을 어떻게 피하는지 분석한 결과, 더위를 피하는 수준이 소득수준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22~2023년 폭염기간 휴대전화 위치데이터와 이동패턴을 활용해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어디로 이동하는지 추적했다. 그 결과, 고소득층은 폭염이 심해질수록 냉방시설이 있는 쇼핑몰·카페·도서관·사무공간·공원 등으로 이동해 더위를 피했다. 반면 비용과 노동여건, 냉방시설이 부족한 저소득층은 피서를 하지 못해 폭염에 더 많이 노출됐다. 게다가 저소득층이 몰려있는 지역은 녹지공간과 공공 냉방시설 접근성이 매우 낮고, 낡은 건물이 많이 실내온도도 더 빠르게 상승했다.
연구진은 폭염이 심각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어컨을 구매하거나 에어컨 전기요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일수록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야외 노동자와 노인, 만성질환자도 폭염에 취약한 집단으로 꼽힌다.
세계 곳곳에서 폭염일수가 늘어나고 있고, 최고기온도 나날이 새로운 기록으로 갈아치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25년 유럽에서 발생한 10일간의 폭염으로 약 23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에서 폭염은 대표적 기후재난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유럽 38개국 가운데 폭염에 대란 건강대응계획을 수립한 국가는 21개국에 불과하다.
특히 인도같은 고온 국가는 폭염이 생존과 경제 문제로 번지고 있다. 최근 인도 일부 지역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50℃ 안팎까지 치솟으면서 최소 37명의 열사병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도 에너지·기후 싱크탱크 IEEFA는 극심한 폭염이 계속될 경우 현재 약 4조달러 규모인 인도 경제가 2030년까지 연간 1500억~2500억달러(약 205조~340조원)에 달하는 생산손실을 입고, 국내총생산(GDP)의 2.5~4.5%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취약계층에서 폭염에 대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질환자는 총 4460명, 사망자는 29명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자는 전년(3704명)보다 20.4% 증가했다. 특히 저소득층과 고령층, 옥외 노동자 등은 냉방시설 접근성이 낮거나 전기요금 부담 등으로 폭염에 더 취약한 집단으로 꼽힌다. 서울시와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무더위 쉼터와 그늘막, 쿨링포그 등을 확대하고 있지만 지역간 인프라 격차와 실효성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취약계층에 피해가 집중되는 '기후 불평등' 문제라고 지적한다. 폭염이 일상이 되는 기후위기 시대에는 냉방시설 접근성과 주거 환경, 공공 쉼터 등 적응 인프라 격차가 건강 피해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 Climat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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