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고객사와 유리기판 장비 기술 검증 진행 박차 6월 말 천안 신공장 완공으로 양산 대응 체제 구축
태성 사옥 전경/ 사진=머니투데이미디어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확대가 반도체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인쇄회로기판(PCB) 장비 업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태성은 기존 PCB 장비 사업의 회복세에 더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유리기판(글라스 기판) 장비 사업에 속도를 내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태성은 올해 5월 기준 누적 수주액 700억원을 넘어섰다. 현재 진행 중인 신규 수주 협의가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상반기 누적 수주는 1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주는 PCB 제조 핵심 공정인 식각·세정·표면처리 등 습식공정 장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AI 서버와 고성능컴퓨팅(HPC) 등 고부가 반도체 기판 수요 증가에 따라 글로벌 고객사들의 설비 투자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태성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AI 인프라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고다층 PCB와 고성능 패키지 기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생산설비 투자 역시 잇따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AI 시대 핵심 기술로 떠오른 유리기판에서 찾는 새 성장동력
시장의 시선은 태성의 유리기판 사업에 쏠린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열팽창이 적고 초미세 회로 구현이 가능해 AI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태성은 PCB 습식공정 장비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리기판 제조 핵심 공정인 이른바 유리관통전극(TGV·Through Glass Via) 식각·세정 장비 개발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왔다.
최근에는 국내 주요 전자부품 기업의 차세대 유리기판 연구개발(R&D) 및 선행 양산 프로젝트에 장비를 공급하며 기술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또 국책 연구기관과 TGV용 유리기판 에칭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관련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유리기판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양산 경험과 고객사 검증 확보 여부가 향후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일럿 공급은 본발주 전 단계…시장 선점 의미"
증권가에서도 태성의 유리기판 사업 성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신영목 메리츠증권 광화문프리미어센터 이사는 "태성은 지난해 말부터 전방 고객사들과 유리기판 관련 테스트를 진행해왔다"며 "기술 검증이 마무리되면 이르면 2~3분기 중 파일럿 공급과 관련한 긍정적인 소식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유리기판 시장은 아직 수율 문제 등으로 상용화 초기 단계지만, 시장 선점 효과가 큰 분야"라며 "파일럿 공급은 향후 본발주로 이어질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천안 신공장 완공 눈앞…양산 대응 체제 구축
태성은 신사업 확대를 위한 생산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말 완공 예정인 충남 천안 신공장은 유리기판 장비와 복합동박 사업의 핵심 생산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천안 신공장은 완공 후 인허가, 승인 절차를 거쳐 다음 달 본사 이전과 함께 정상 가동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태성은 신공장이 가동되면 생산능력(CAPA) 확대는 물론 고객 대응력과 납기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연구개발과 기술 검증 단계에 집중해왔던 유리기판 사업 역시 향후 고객사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갖추게 된다.
태성 관계자는 "천안 신공장을 중심으로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수주 성장 흐름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유리기판과 복합동박 등 차세대 사업에서도 가시적인 성과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CB·유리기판·복합동박…3개 성장축 확보
시장에서는 태성의 성장동력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AI 반도체 투자 확대에 따른 PCB 장비 수요 회복이 첫 번째 축이다. 여기에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로 주목받는 유리기판 장비와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에 따른 복합동박 사업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는 AI 투자 확대 속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관련 종목들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AI 인프라 투자와 고성능 반도체 수요 확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유리기판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파일럿 공급이 본발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유리기판 시장이 2027~2028년 전후 본격 개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초기 레퍼런스를 확보한 업체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태성은 PCB 습식공정 분야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리기판과 복합동박 등 차세대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본업 회복과 신사업 성과가 맞물릴 경우 중장기 성장 스토리가 한층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