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덕에 재판 문서도 쉽게 작성…美서 ‘나 홀로 소송’ 급증
AI가 법원 수준 맞는 서류 쉽게 작성
자영업자·개인의 사소한 불만도 법원행
변호사 없이 ‘나홀로 소송’ 2배 증가
제출 서류 많고 조작도…판사들 골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니콜 실버버그는 월세 집에서 쫓겨나게 되자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소송 비용이 없어서 변호사에게 승소하면 받은 돈으로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20여명의 변호사가 모두 선불을 요구하며 거절했다. 그는 AI(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AI는 집주인을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부터 채무불이행 상태로 묶어 두는 방법까지 상세히 안내해 줬다. 또 상대 변호사의 잘못이나 약점을 캐내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집트 출신으로 뉴욕시 브루클린에 사는 아부엘마그드는 이혼한 아내와 자녀 양육권을 두고 다투면서 변호사 도움 없이 ‘나홀로 소송’을 하고 있다. 변호사 대신 AI인 챗GPT를 사용해 소장과 반대 서면, 관련 소송 기록을 작성했다. 1심에서 3심 재판까지 변호사 비용 9만7000달러(약 1억5000만원)를 절약했다.
변호사 비용 절약
AI 도움 덕분에 재판 관련 문서를 작성하기 쉬워지면서 미국에서 법적인 불만이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5일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국에서 형사 사건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민사 사건은 변호사의 도움 없이 ‘나홀로 소송’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변호사를 고용할 만한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AI 도움을 받아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I의 포문을 연 챗GPT가 출시된 것은 2022년 11월. 지난 3월에 공개된 MIT와 남가주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챗GPT가 공개되기 이전에 미국 전역에서 제기된 나홀로 소송의 건수는 연간 1만9700건이었다. 하지만 2024년 10월 초부터 2025년 9월 말까지 1년간 이 수치는 3만9000건으로 2배로 증가했다. 미국 연방법원에 제기된 전체 민사 소송 1심 가운데 나홀로 소송의 비율도 AI 등장 전에는 평균 11%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17%로 올랐다.

AI 도움을 받는 나홀로 소송이 급증하는 이유는 AI가 법원의 기준을 통과하는 수준의 문서를 쉽게 잘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서비스를 활용해 AI 유료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5번 법정’의 소냐 에브론 대표는 로이터와 한 인터뷰에서 “AI를 써서 소장을 제출해도 법원 서기의 관문은 통과하기 쉽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소송 급증
하지만 각종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먼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불만이 생기면 AI에게 소송 가능 여부를 물어보는 경향이 생기면서 불필요한 소송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해고를 당한 사람이 AI에게 소송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 AI는 법적인 제한 사항은 이야기하지 않고 무조건 가능하다고 대답한다. 심지어 법과대학 교수의 조언과 AI 조언이 충돌할 때에는 AI 조언을 믿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과거에는 소송 비용 때문에 소송을 내기 어려웠던 자영업자나 개인들의 사소한 시비거리가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AI는 소송 관련 문서를 만들 때 유사한 판례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AI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법원에 제출하는 변론 서류가 길면 길수록 이길 확률이 높다고 믿는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소송 1건당 변론 서류는 2022년 AI 도입 이전보다 38%나 증가했다. 원고나 피고가 제출하는 변론서를 일일이 검토해야 하는 판사는 소송 건수 증가에 제출 서류까지 급증해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AI로 법률 문서를 작성했다가 조작 지적을 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뉴욕 월스트리트의 유명한 법률 회사 ‘설리번 앤 크롬웰’은 AI가 만든 부정확한 자료를 소송 서류에 포함시켰다가 판사의 지적을 받았다. AI가 생성한 잘못된 정보를 법원에 제공한 변호사가 벌금 처분을 받은 건수도 지난 3년간 155건에 이른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AI 법률 지원을 받으려는 수요가 쇄도하자 저소득층을 지원하려는 노력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시 법률구조공단은 사용자가 관련 질문과 상세한 내용을 입력하면 즉각 유사 판례를 알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구조공단 측은 변호사 도움 없이 AI에 의존해 나홀로 소송을 하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다만 변호사에게 소송의 필요성을 쉽게 설명해 시간을 줄이는 데에는 AI가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투표도 못하는 나라’ 2030 분노 터졌다
- 총리 후보에 한성숙… 20년 만에 여성 지명
- 한국팀 도착한 과달라하라… 800명 몰려 “비엔베니도 꼬레아노”
- 1560원 뚫었다, 선 넘은 환율
- “선관위원장 사퇴로 끝낼 일 아냐”… 與는 개헌까지 거론
- 재선거 가능할까… 법조계 “결과 바뀔 정도의 오류 있어야”
- “스벅 사태 땐 한마디씩 얹던 기성 세대, 참정권 훼손엔 침묵하나”
- 친여 유튜브선 “2030에 몽둥이 들어야” “일베, 탱크로 밀어야”
- 과거와 달리 순채권국… 외환위기 우려 낮지만 中企·서민은 ‘비명’
- 동남아·아르헨티나보다 더 떨어진 원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