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악마의 목소리를 빌려 인간의 심연을 노래하다
세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
“가장 기괴하고 위대한 걸작”
추악한 인간 내면, 음악 승화
관객에 격정적 긴장·반전 전달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는 인간의 내면과 본성을 가장 심도 있게, 가장 다채로운 언어로 탐구한 극작가이다. 그가 남긴 작품들은 400여 년이 지난 현대에도 연극, 영화, 무용, 오페라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공연과 영상 예술의 가장 거대하고 마르지 않는 원천이 되고 있다. 특히, 그의 비극은 영웅들의 완벽함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치명적인 인간적 결함을 세밀히 묘사하고 있는데, 인간 심리를 극한까지 몰아붙여 만들어지는 파멸의 궤적은 독자와 관객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을 표출하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로 수많은 오페라 작곡가들에게 세익스피어는 거부할 수 없는 뮤즈이며, 음악적 구조로 활용도가 높은 그가 창조한 텍스트는 작곡가들에게는 이를 오페라로 제작하라는 엄청난 유혹을 던진다.
베르디가 작곡한 세익스피어 원작의 오페라는 <맥베스-Macbeth, 1847> , <오텔로-Otello, 1887>, <팔스타프-Falstaff, 1893> 세 편이 있으며, 희극인 <팔스타프>를 제외하고 <맥베스>와 <오텔로>는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속한 작품이다. 그중 <맥베스>는 세익스피어의 어두운 비극을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로 완벽하게 이식해 낸 베르디의 걸작으로 벨칸토 시대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가창 전통을 과감히 버리고, "극적 진실과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새로운 시도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베르디는 세익스피어가 창조한 가장 정교하고 완벽한 '심리 스릴러'이자 '정치 잔혹극'으로 이 작품의 여주인공인 맥베스 부인 역에 관하여 이전의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볼 수 없었었던 표현을 주문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소프라노가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거부하고 거칠고 숨이 막히는, 악마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2막은 성안의 방으로 예언대로 맥베스가 왕위에 오른다. 하지만 맥베스 부부는 반코의 후손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 때문에, 불안해하고 결국 권력을 지키려고 반코와 그의 아들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이어지는 장면은 성 근처의 공원으로 맥베스가 보낸 자객들의 습격으로 반코는 살해당하지만, 그의 아들은 어둠 속으로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이어지는 장면은 성안의 연회장으로 맥베스의 왕위 등극을 축하하는 화려한 연회가 열리고 있다. 맥베스 부인이 유쾌하게 건배가를 부르던 중, 맥베스의 앞에 갑자기 머리에 피를 흘리는 반코의 유령이 나타난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유령을 보며 맥베스는 공포에 질려 발광하고, 부인은 이를 수습하려 애쓰지만, 연회장은 순식간에 공포와 맥베스의 악행을 의심하게 된다.
3막은 마녀들의 어두운 동굴로 맥베스가 다시 마녀들에게 자신의 미래에 관하여 묻는다. 마녀들은 세 가지 예언을 한다. 첫 번째 귀족인 "막두프를 조심하라." 두 번째는 "여인이 낳은 자는 맥베스를 해치지 못하리라." 세 번째 "비르남 숲이 움직이지 않는 한 맥베스는 절대 패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예언이다. 맥베스는 절대 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언에 안심하면서도, 반코의 후손들이 줄지어 왕관을 쓰고 나타나는 환영을 보고 다시 정신착란을 일으키며 기절한다. 깨어난 맥베스는 부인과 함께 자신들을 위협하는 막두프의 가족을 몰살하고 피의 폭정을 이어가기로 다짐한다.

<맥베스>에서 절대적인 악인은 누구일까? 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이 작품은 악인조차 그럴 수밖에 없는 유약하고 불안한 심리적 타당성을 부여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인물 묘사는 베르디에게 불협화음, 조바꿈 등의 복잡한 음악적 언어로 묘사를 다채롭게 채색할 수 있는 창작의 샘을 제공한다. 그리고 주인공 맥베스나, 반코, 맥베스 부인, 막두프 등의 등장인물이 가면을 벗고 자신의 영혼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독백을 베르디는 오케스트라 선율 위에 격정적으로 쏟아내는 '아리아'로 승화시켰다.
<맥베스>는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짧은 분량과 전개가 가장 빠른 작품으로 뽑힌다. 고밀화해서 작품을 제작해야 하는 오페라에게 이러한 급박함은 밀도 있는 구조를 이뤄낼 수 있는 최상의 글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긴장감과 반전을 주는 모호성 역시 탁월한데, 마녀들의 첫 대사 중 "좋은 것은 나쁜 것, 나쁜 것은 좋은 것"은 이 작품 전체에 내재 된 '모호성과 가치 전도'를 표상적으로 던진 대사이다. 마녀들은 맥베스에게 살인을 부추기지 않고 단지 "왕이 되실 분"이라는 미래만 던지고 결국 이는 맥베스를 절대적인 악인을 넘어,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나약한 마음 뒤편에 숨겨져 있는 '억압된 야망을 비추는 거울'을 드러내게 하는 촉매제였다. 초반부의 맥베스는 유약한 인간으로 죄책감과 도덕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이다. 이에 비해 맥베스 부인은 여성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남편을 채찍질하는 잔인한 추동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왕을 죽이는 거사 이후 두 사람의 심리 사항은 상이하게 급변한다. 맥베스는 범죄를 거듭할수록 피에 굶주린 폭군으로 폭주하고, 맥베스 부인은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몽유병 속에서 무너져 내린다. 두 인간의 감정 역변은 매혹적인 심리 드라마로 베르디의 <맥베스>는 관객에게 격정적으로 고조되는 긴장과 반전을 맛볼 수 있게 한다.
베르디의 <맥베스>는 인물들의 내면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세익스피어의 탁월한 텍스트의 기반 아래 오묘하고 거칠게 뿜어내는 역동적인 파장을 음악으로 극대화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문화학박사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