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메모리 상장 임박 중국 반도체의 부상은 한국에 진짜 위협일까

권순우 기자 2026. 6. 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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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산업의 상징적 기업으로 꼽히는 창신메모리의 상장이 임박하면서 국내 반도체 시장에도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DRAM 1위 기업이 자본시장에 등장한다는 점은 단순한 IPO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김경환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이를 한국 반도체에 대한 즉각적인 위협으로 보기보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계기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경환 팀장이 주목한 하반기 중국 증시의 핵심 IPO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창신메모리다. 중국 DRAM 1위 기업으로 알려진 창신메모리는 중국 반도체 자립의 상징이다. 두 번째는 낸드 분야 1위 기업으로 꼽히는 YMTC다. 아직 승인 단계는 남아 있지만 4분기 상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세 번째는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유니트리다. 이 세 기업 모두 상하이거래소의 과창판에 상장할 가능성이 높다. 과창판은 중국 정부가 전략 산업 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만든 기술주 중심 시장이다.

이 가운데 실체가 가장 뚜렷한 곳은 창신메모리다. 유니트리 같은 로봇 기업은 인지도가 높고 미래 산업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아직 실적과 수익성이 뚜렷하지 않다. 창신메모리는 이미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이다. 김 팀장은 중국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창신메모리 상장은 반도체 밸류체인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중국 정부의 정책 상징물이 아니라 실제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는 기업이 과창판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지수 구성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르다. 창신메모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김 팀장의 답은 단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쪽에 가깝다. 창신메모리는 현재 중국 DRAM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고부가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직접 위협하는 단계는 아니다. 이번 상장 관련 자료에서도 HBM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조달 자금의 절반가량을 DRAM 고도화에 쓰고 나머지를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투입하겠다는 수준의 설명이 있었을 뿐이다. 이는 창신메모리가 여전히 로엔드와 일부 범용 DRAM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단계라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 내부에서 창신메모리에 대한 기대가 커진 배경은 실적이다. 창신메모리는 올해 1분기 큰 폭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팀장은 이 수치가 지난 4년 동안의 적자를 한 번에 만회할 정도의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준으로도 상당히 높은 이익이 확인되면서 투자자들은 중국 메모리 산업에서도 본격적인 수익 창출 기업이 등장했다고 보기 시작했다. 중국 배터리 1위 기업 CATL보다도 1분기 순이익 규모가 많았다는 점은 중국 자본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창신메모리의 상장 속도도 이례적이다. 상장 신청부터 심사 통과까지 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기술 기업 상장을 선별적으로 밀어주는 흐름 속에서 창신메모리는 특례 상장 제도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는 중국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를 전략 산업으로 분류하고 민간 자금과 정책 자금을 결합해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유니트리 역시 70일 만에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체적 실적 측면에서는 창신메모리와 차이가 있다.

시가총액 전망도 빠르게 커졌다. 창신메모리는 초기 상장 밸류가 한화 기준 약 60조원 수준으로 거론됐지만 최근에는 최대 200조원까지도 언급되고 있다. 중국 증시 특성상 과창판 신규 상장 기업은 상장 후 5거래일 동안 가격 제한폭이 없다. 이 때문에 상장 직후 주가 변동성이 상당히 클 수 있다. 또 지수 편입까지는 3개월가량 시간이 필요하다. 창신메모리가 과창50 지수에 편입되면 과창판의 반도체 색채는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과창50 지수는 이미 반도체 비중이 77% 안팎에 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SMIC 같은 파운드리 기업이나 GPU 장비 공정 관련 기업이 중심이었고 메모리 분야의 핵심 기업은 부족했다. 창신메모리와 YMTC가 들어오면 과창50은 보다 완성도 높은 중국판 반도체 지수로 바뀔 수 있다. 김 팀장은 이를 두고 중국도 반도체 지수 안에 주인공이 생기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투자자에게는 분명한 호재다. 반도체 자립이라는 국가 전략이 자본시장 안에서 구체적인 투자 대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위협은 시간 축을 나눠 봐야 한다. 단기적으로 창신메모리는 HBM 중심의 고부가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흔들 가능성이 낮다. 기술 격차와 고객 기반과 생태계 신뢰 측면에서 아직 차이가 크다. 특히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핵심은 단순 DRAM이 아니라 HBM과 고성능 패키징과 장기 공급 계약이다. 이 영역에서 한국 기업은 엔비디아와 글로벌 빅테크 공급망 안에서 이미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경계가 필요하다. 창신메모리는 중국 내수 시장과 저가 DRAM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과 자본시장 조달 능력이 결합되면 생산능력 확대도 가능하다.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점유율을 높이면 가격 하방 압력이 생길 수 있다. 과거 디스플레이와 태양광과 배터리 소재에서 나타났던 중국식 증설 사이클이 메모리 일부 영역에서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기업은 HBM과 고부가 서버 메모리와 첨단 패키징 중심으로 격차를 계속 벌려야 한다.

중국 투자 관점에서는 과창50과 차이넥스트 지수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과창50은 반도체 중심의 미래 기술 지수에 가깝다. 창신메모리와 YMTC가 편입되면 반도체 색채가 더 강해진다. 반면 차이넥스트는 CATL, 광모듈, PCB, 에너지 장비, 첨단 제조 기업이 포함된 지수다. 김 팀장은 중국 전체 시장을 사는 접근보다 수익성이 개선되는 테크 지수를 선별적으로 보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봤다. 중국 시장 전체는 여전히 개방도와 디플레이션과 지정학 리스크라는 약점이 있지만 일부 첨단 제조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이넥스트 상위 기업들의 ROE는 중국 전체 시장보다 높다. 상위 일곱 개 기업이 지수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평균 ROE는 30%를 넘는 수준이다. 이는 미국의 M7이나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쏠림과 유사한 구조다. 전 세계 증시가 특정 주도 기업과 주도 산업에 집중되는 흐름 속에서 중국 역시 CATL, 반도체, AI 인프라 관련 기업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로봇 기업 유니트리에 대해서는 기대와 현실을 분리해야 한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정책 기대도 크지만 올해 실적 가이던스는 좋지 않다. 양산 원년이라는 기대와 달리 기업들의 비용 부담과 과당 경쟁이 먼저 드러나고 있다. 김 팀장은 로봇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내년에는 상위 기업 중심으로 매출과 실적 개선 가능성이 좀 더 뚜렷해질 수 있고 중국 정부의 전국 단위 정책도 보다 구체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중 관계와 중국 시장의 지정학 리스크도 여전히 변수다. 김 팀장은 중국이 최근 미중 관계를 보다 장기적 시각에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안정과 휴전을 원하지만 기술 제재나 관세와 관련해 쉽게 양보할 가능성은 낮다. 특히 희토류와 대만 이슈는 계속 민감한 변수로 남아 있다. 올해 시장 관점에서는 미중 정상회담 자체가 특별한 서프라이즈도 큰 리스크도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중국은 미국 중간선거와 자국의 정책 일정을 모두 고려하며 시간을 벌 가능성이 크다.

창신메모리 상장의 의미는 두 갈래로 나뉜다. 중국 안에서는 반도체 자립의 상징적 이정표다. 과창판에 실적 있는 메모리 기업이 들어오면서 중국 테크 지수의 성격이 바뀌고 반도체 밸류체인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다. 반면 한국 입장에서는 단기 공포보다 냉정한 관찰이 필요하다. 창신메모리는 분명 커지고 있지만 아직 HBM과 첨단 AI 메모리에서 한국 기업의 지위를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상장을 통해 기술 수준과 투자 방향과 실적이 공개되면 막연한 공포는 줄어들 수 있다.

중국 반도체의 부상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한국 반도체의 현재 경쟁력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창신메모리가 범용 시장에서 커질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더 높은 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HBM과 서버용 메모리와 첨단 패키징과 고객 맞춤형 장기 공급 계약이 한국 반도체의 방어선이자 성장축이 될 것이다. 창신메모리 상장은 한국 반도체 위기의 시작이라기보다 중국의 추격이 공식적으로 자본시장에 등장한 사건에 가깝다. 위협은 분명하지만 당장 무너질 위협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 기업이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속도와 중국 기업이 추격하는 속도 사이의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