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의 귀족, 뫼르소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구운 아몬드·헤이즐넛·버터 향에 실키한 질감
쥐라기 석회질 마른 토양이 빚어낸 귀족적 화이트
그랑크뤼 없지만 뛰어난 1er 크뤼 클리마 19개 달해



2018년 개봉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프랑스어 원제 우리를 이어주는 것·Ce qui nous lie, 영어 원제 부르고뉴로의 귀환 Back to Burgundy)’은 프랑스 와인의 심장, 부르고뉴 포도밭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잘 담은 수작으로 평가됩니다. 영화에서 등장한 한 그루 나무가 서 있는 포도밭이 바로 뫼르소 포도밭입니다. 영화의 주무대로 등장하는 포도밭과 와이너너리는 뫼르소 마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가 도멘 룰로(Domaine Roulot)입니다. 특히 오너이자 와인메이커이자 배우인 장 마크 룰로(Jean-Marc Roulot)로 삼남매를 묵묵히 돕는 숙련된 포도밭 관리인 마르셀(Marcel) 역으로 직접 출연해 화제가 됐습니다.




최고의 뫼르소 와인이 태어나는 곳은 해발 약 260m 지점, 동쪽에서 남쪽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아크 형태의 사면입니다. 이곳에서 자란 샤르도네는 쥐라기 시대의 마른(marl)과 석회질 마른 토양, 그리고 일부 마그네슘 석회암 위에 뿌리를 내립니다. 특히 고대 칼로비안(Callovian) 석회암과 아르고비안(Argovian) 마른 토양이 겹치는 지점에서 프리미에 크뤼(Premiers Crus)급 와인이 탄생합니다. 지질학적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이 독특한 토양이 뫼르소 와인 특유의 미네랄 향과 복합미의 비밀입니다.
재배 면적은 화이트가 381ha, 레드가 10.66ha 일정도로 샤르도네가 압도적인 화이트 와인의 세상입니다. 연평균 화이트 와인 생산량이 약 1만7491헥토리터(hl)에 달하며, 그중 프리미에 크뤼급이 약 4771hl를 차지합니다.(2014~2018년 평균).


향은 클리마(Climat) 마다 미묘하게 달라지지만 뫼르소 와인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아로마들이 있습니다. 잘 익은 포도의 풍성한 아로마, 구운 아몬드와 헤이즐넛, 버터와 꿀, 시트러스 계열의 향, 그리고 산사나무꽃·엘더플라워·고사리·라임꽃·버베나 같은 꽃향이 어우러집니다. 부싯돌을 연상시키는 미네랄 뉘앙스도 뫼르소의 트레이드마크랍니다.
입안에서는 풍부하고 농밀한 질감이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점성 있는 실키한 질감과 신선한 산미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길고 구조감 있는 피니시가 오래도록 여운을 남깁니다. 뫼르소는 서두르면 안 됩니다. 충분한 셀러링을 거친 뒤 즐겨야 그 진가가 드러나는 장기 숙성형 위대한 화이트 와인이랍니다. 한 잔의 뫼르소를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900년의 시간이 빚어낸 부르고뉴 땅의 정수가 혀 위에서 살아 숨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뫼르소는 풍부한 향과 뛰어난 산도·질감의 균형 덕분에 부르고뉴 화이트 가운데서도 귀족적인 존재로 평가받습니다. 음식의 맛을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품격 있게 어우러지는 점이 뫼르소의 매력입니다. 특히 구운 랍스터, 가재, 소스를 곁들인 킹프론과의 조합은 환상적입니다. 해산물 요리의 강한 풍미와 탄탄한 식감이 와인의 생동감 넘치는 밸런스와 이상적으로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화이트 소스를 곁들인 송아지 고기 요리나 고급 가금류 요리와도 훌륭한 궁합을 보여줍니다. 와인의 부드럽고 점성 있는 질감과 길고 우아한 산미가 요리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립니다. 블루 치즈나 푸아그라와 즐기는 뫼르소도 특별한 경험입니다. <2026 그랑주르 드 부르고뉴를 가다 ⑥에서 계속>
뫼르소=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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