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튜브는 독일까, 약일까

식당에서 칭얼대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여 본 적이 있는가. 화면이 켜지는 순간 아이는 거짓말처럼 조용해진다. 그 평화가 고맙다가도 곧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나도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라 그 양가감정을 잘 안다. 유튜브는 우리 아이에게 독일까, 약일까.
나는 영상을 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그것에서 많이 배운다. 산책이나 운전을 하면서는 화면을 보지 않고 음성을 듣는다.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했거나 예상치 못하게 잠깐 비는 시간이 생기면, 전자책을 읽기도 하지만 영상을 챙겨 보기도 한다. 다만 나름의 원칙이 있다. 숏폼 말고 롱폼, 예능 말고 시사·교양. 그리고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한 편을 보고 나면 떠오른 질문이나 글감을 반드시 기록으로 남긴다. 영상이 내게 무언가를 남기는 건 바로 그 기록의 순간이다. 긴 호흡의 콘텐츠는 사고를 끊지 않고 이어 준다. 그래서 나에게 롱폼은 독이 아니라 약에 가깝다.
문제는 유튜브 그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다. 그리고 그 갈림길의 한복판에 숏폼이 있다.
숏폼은 다르다. 15초짜리 자극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영상이 밀려온다. 끝이 없다. 멈출 이유를 주지 않는 게 설계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조너선 하이트는 《불안세대》에서 정신과 의사 애나 렘키의 표현을 이렇게 옮긴다. "스마트폰은 인터넷에 연결된 세대에게 디지털 도파민을 하루 24시간씩 일주일 내내 공급하는 현대판 피하 주사기이다."
기업이 겨냥하는 건 우리 아이의 시간이고, 더 정확히는 아이의 '주의'다. 숏폼은 눈과 귀만 열어 두면 되는 떠먹여 주는 콘텐츠다. 머리를 쓸 일이 없다. 짧고 강한 자극에 길든 뇌는 점점 긴 호흡을 견디지 못한다. 책 한 페이지, 친구의 긴 이야기, 지루한 기다림. 모두 숏폼보다 느리고 밋밋하다. 기다릴 줄 모르는 아이,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는 게을러서가 아니다. 그렇게 훈련되었을 뿐이다.
더 뼈아픈 손실은 따로 있다. 화면이 빼앗는 건 결국 '경험'이다. 놀이터를 떠올려 보자.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직접 대화하고, 다투고, 규칙을 바꿔 가며 논다. 그 과정에서 사회성이 자란다. 반면 게임 속 아이는 개발자가 미리 짜 둔 규칙 안에서만 움직인다. 화면은 편리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부딪히고 협상하고 회복할 기회를 소리 없이 거둬 간다. 하이트가 화면을 두고 경험을 가로막는 장치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답은 무조건 금지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금지는 쉽고 설계는 어렵다. 그리고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어려운 쪽이다.
숏폼의 무한 스크롤 대신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경험을 권해 보자. 30분짜리 다큐 한 편, 좋아하는 분야의 긴 영상 하나. 끝까지 따라가 본 아이는 '이어지는 이야기'의 맛을 안다.
무엇보다 화면 밖의 경험을 늘려 주자. 하이트가 언제나 힘주어 말하는 결론도 결국 하나다. 아이를 정말 지키고 싶다면 가상 세계로 들어가는 시기는 늦추고 현실에서 실컷 뛰어놀게 하라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전제가 있다. 부모가 먼저 화면을 내려놓아야 한다. 휴대폰을 쥔 채 아이에게만 그만 보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라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독도 약도 아니다. 독이 되느냐 약이 되느냐는 화면이 아니라 부모의 설계에 달려 있다. 오늘 저녁 아이에게 건넬 영상 한 편을 우리는 골라 줄 수 있다. 무한히 흘러가는 숏폼 대신 끝이 있는 한 편을, 그리고 화면을 끈 뒤의 시간을.
당신의 아이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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