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까지 전세계 인구 '소득 2배' 늘릴 수 있다?

김나윤 2026. 6. 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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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서자영)

2100년까지 전세계 인구 89%의 소득을 2배로 늘리면서 지구의 평균기온도 산업화 이전대비 2℃ 아래로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돼 눈길을 끈다.

세계불평등연구소(WIL)가 4일(현지시간) 발간한 '글로벌 정의 보고서'에 따르면 불평등 완화와 기후위기 대응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 경제규모를 무조건 키우는 대신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집중한다면 2100년에 이르면 전세계 인구의 89%가 소득이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전세계 200명이 넘는 연구자가 구축한 불평등·기후·경제 자료를 토대로 45명의 연구자가 집필했다.

보고서는 산업과 광업처럼 자원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부문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이고, 보건과 교육 그리고 재생에너지 등 상대적으로 물질 소비가 적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시간 단축과 식생활 변화, 산업구조 전환을 병행한다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 비중인 '교육·보건' 분야에 대한 지출을 38%까지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토마 피케티 세계불평등연구소 공동소장이자 파리경제학교 교수는 "교육과 보건 분야에서 GDP 1유로(약 1800원)가 늘어날 때 발생하는 물질 사용량과 에너지 소비량은 제조업에서 1유로가 늘어날 때보다  25~30% 적다"면서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를 '충분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더 많은 재화를 소비하고 더 많은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반드시 더 나은 삶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와 생산량 자체보다 충분한 소득, 건강한 생활, 여가시간, 교육과 의료 접근성을 중심으로 번영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를 전환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시했다. 우선 현재 약 2100시간에 이르는 전세계 연평균 노동시간을 절반 수준인 1000시간으로 줄여야 한다는 했다. 주 2.5일 수준이다. 노동시간을 절반가량 줄이면 에너지 소비와 물질 생산량이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또 가족과 지역사회,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늘어난다.

식생활 변화도 필요하다고 봤다. 산림 파괴와 생태계 훼손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붉은 고기 소비를 줄이고, 환경 부담이 낮은 식단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또 1인당 교육비 지출을 현재보다 2배 이상 늘려 연간 8400유로 수준으로 높이고, 보건의료 지출은 1인당 연간 1만4400유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이 3가지 변화가 실현되면 오는 2100년에 이르면 전세계 1인당 월평균 GDP는 약 5000유로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전세계 소득 하위 50%가 보유한 자산 비중이 현재 2%에서 3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저소득 국가가 많은 남반구에 위치한 국가들의 생활수준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크게 줄어든다. 현재 억만장자들은 전세계 인구의 0.001%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세계 전체 부의 약 6%를 차지한다. 보고서는 강력한 부유세를 도입하면 이 비중이 2100년 0.05%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수에게 집중된 자산을 재분배하고 이를 교육과 보건, 에너지 전환에 투입해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함께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방안으로는 2050년까지 에너지 전기화를 통해 완전한 탈탄소화를 꾀하는 것을 핵심과제로 제시됐다. 세계 고소득층에 집중된 자본을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투자해 화석연료 의존을 빠르게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제시한 중간단계 탈탄소 시나리오 3가지를 2100년까지 확장해 분석한 결과, 가장 적극적인 전환 시나리오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8℃로 제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탈탄소 전환이 느리고 물질 소비가 계속 증가한다면 지구 평균기온은 2100년에 이르면 4∼4.5℃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재원마련을 위한 '글로벌 정의기금' 신설, 세계 단위의 국부펀드로 공공자산 비중을 1970년대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또 보고서는 기존 기후정책이 불평등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탄소감축 비용이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집중되면 정책에 대한 반발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대표적인 사례로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를 들었다. 당시 프랑스 정부가 추진한 유류세 인상은 탄소감축을 위한 정책이었지만,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에서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노동자와 중산층의 부담을 키웠다. 반면 고소득층에 대한 책임 부과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피케티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세계 각지의 '작은 트럼프들'이 보여주는 이념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자원과 권력을 협력적으로 재분배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고, 불평등을 분석의 중심에 두지 않은 채 추상적으로 녹색정책과 환경을 이야기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 보고서는 복지국가의 역사적 경험을 근거로 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과거 불평등 수준이 매우 높았지만, 조세정책과 교육·보건 투자 확대를 통해 격차를 줄였다. 유럽의 노동시간도 19세기 이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세계불평등연구소는 "사람이 살 수 있고 평등한 21세기는 물질적으로 가능하다"며 "가로막고 있는 것은 기술적 불가능성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과 이를 지지하는 연합을 만드는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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