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2000표 기표함 마침내 나왔다…경찰, 시위대 스크럼 뚫고 ‘확보’ [세상&]
오전 8시53분께 투표함 2개 확보
진입 과정 시위대 끌어내며 충돌

[헤럴드경제=이영기·전새날 기자] 6·3 지방선거를 마치고서도 투표소에 발이 묶여 있었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기표함이 마침내 밖으로 나왔다.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선거 무효’를 주장하며 투표소를 봉쇄했던 시위대열도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30시간 넘게 시위대로 혼란을 빚었던 잠실 우성아파트 단지도 평온을 되찾았다.
5일 오전 8시30분께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해산명령을 내렸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투표함 호송에 따른 질서유지 관련 서울시 선관위 협조문을 받았다”며 “경찰과 선거사무 종사자를 폭행하면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위 참가자들이 애국가를 같이 부르며 물러서지 않자 경찰 기동대 경력 백여 명이 삽시간에 우성아파트 경로당을 에워싸고 뒷문으로 진입했다.
시위대는 출입문 앞에 드러누워 서로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만들어 경찰의 진입을 막았다. 경찰들을 향해 “나가”라는 구호를 연신 외치며 저항했다. 그러나 경찰관은 서너명이 시위대 한명씩 붙잡아 바깥으로 끌어냈다. 스크럼이 서서히 얇아졌고 오전 8시52분께 뒷문을 개방했다.

경찰이 경로당 인근으로 접근하자 시위대는 주변에 흩어져 있다가 세를 모았다. 다가오는 경찰을 향해 “경찰 온다”, “기동대 온다”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잠실7동 제2투표소 일대에 18개 기동대 소속 경찰관 1000여명을 투입했다. 좁은 아파트 단지 안에 시위대와 시민, 경찰들이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하지만 끝내 2개의 투표함을 확보해 기표소로 보냈다.
3일 치러진 선거 이후 매일 투표소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시위대는 이날 이른 아침에도 약 200명 정도 가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전날 저녁부터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며 침묵시위로 전환했지만, 경찰 기동대가 물리력을 동원하자 다시 확성기 등으로 큰 소리를 내며 반발했다. 경찰과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119 구급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다만 경찰은 진입을 막은 시위대를 현장에서 체포하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연행이 아닌 이동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시위대는 투표함이 반출된 후 대체로 해산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시위대 중 일부 인원은 부정선거 증거를 찾겠다며 투표소 내부에 진입해 이곳저곳을 살피기도 했다.
충돌이 발생한 투표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투표 당일인 3일 오후 10시까지 투표가 연장된 곳이다. 투표소에 보관된 2개의 투표함에는 약 2000표가 든 것으로 선거관리위원회는 추정했다.
이날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 모인 시위대도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 오전 6시30분께 ‘6.3 지방선거는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시위대 50여명이 중앙선관위 정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오전 8시30분께 중앙선관위 문 앞으로 트럭 차량 1대가 진입하려고 하자 시위대 약 10명이 몰려 들어 차량을 저지했다. 경찰이 “해당 차량에 선관위원장은 없다”며 “그냥 택배트럭”이라고 설명해도 시위대는 트럭 뒤 문을 열고 확인한 후에야 보내줬다.

이들의 격한 행동은 계속 이어졌다. 오전 9시5분께 선관위 앞 시위대 트럭에 선 한 발언자가 “선관위 차 나오면 드러눕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살 만큼 살았으니 이제 죽겠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외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시위대는 이후에도 선관위를 드나드는 차량을 샅샅이 뒤졌다. 시위대와 경찰은 차량 통행 시 시위대 측 1명이 차량을 확인하기로 약속을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차량이 나타나면 시위대 10여명이 달려들어 확인을 했다. 시위대 내부에서는 ‘이렇게 확인하지 않으면 못 믿겠다’는 의심도 팽배했다.
이처럼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파장이 커지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본투표일에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진 배경을 찾는 외부 전문가 중심의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먼저 해당 투표소의 투표록 등을 분석하고 투표관리관과 사무원 등으로부터 현장 상황을 확인할 예정”이라며 “파악한 문제점과 원인, 책임을 철저히 따져 국민께 모든 결과를 소상히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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