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에 휘둘리는 환율…17년 만에 1540원 뚫렸다

유혜림 2026. 6. 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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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자금 이탈에 원화 약세 심화
개장 1시간 만 1550원까지 위협
외인 ‘팔자’…코스피 8000선도 흔들
코스닥 오전 장중 ‘천스닥’ 무너져
구윤철 “민생 물가에 각별한 경각심”
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격히 상승하며 1530원 선까지 치솟았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1530원선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다중노출 합성 촬영.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유혜림·서상혁·김유진·배문숙 기자] 원/달러 환율이 5일 1549.25원(오전 10시28분)까지 오르며 17년 만에 장중 1540원선마저 넘어섰다. 코스피는 장 초반 낙폭을 6%대로 키우며 8000선 붕괴 직전까지 갔고, 코스닥지수도 5% 넘게 급락하며 1000선 아래로 내려왔다. 외환당국은 급격한 변동성에 경각심을 강화키로 했지만 시장 불안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다.

5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환율은 전일 주간거래 종가보다 0.7원 내린 1529.0원에 출발했지만 오전 9시 50분께 1540원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개장 후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약 11원이 움직인 셈이다. 이후 10시 6분께 1542.6원, 10시 17분 1546원, 10시 28분 1549.25원까지 치솟으며 1550원마저 위협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0일(장중 1561.0원) 이후 약 1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특히 시장에선 최근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주시하고 있다. 오전 10시 현재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56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도 3469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매도에 가세했다. 반면 개인은 1조71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 매물을 받아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60.68포인트(6.49%) 내린 8078.73을 기록 중이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316.21포인트(3.66%) 내린 8323.20에 개장한 뒤 장중 8069.43까지 밀리며 낙폭을 6.60%로 키웠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 8분 25초 유가증권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코스닥지수도 1000선 아래로 내려왔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3.00포인트(5.05%) 내린 996.73을 기록 중이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998.40까지 밀리며 1000선을 하회한 뒤 낙폭을 5%대로 확대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개인이 동반 매도에 나섰다. 오전 10시 현재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7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도 210억원어치를 팔았다. 기관은 985억원어치를 순매수 중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외국인 주식 순매수 누적액과 원/달러 환율 변화 간 상관계수는 -0.64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수록 원화 약세와 환율 상승이 동반됐다는 의미다. 이 기간 외국인 주식 순매도 규모는 약 100조원에 달했고, 원/달러 환율도 100원 넘게 올랐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매도 자금이 모두 즉시 달러 환전 수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순매도 규모가 누적될수록 본국 송금을 위한 달러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고환율 국면에서 환율 상방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위험선호 회복은 달러 강세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꼽히지만 결국 외국인 자금 유입 여부가 환율 안정에 핵심 변수라는 것이다.

외환 당국의 잇단 구두 개입에도 시장 반응은 무뎌지는 모습이다. 원화뿐만 아니라 엔화 역시 일본 총리와 재무상의 구두 개입성 발언에도 결국 달러당 160엔선을 넘겼다. 이에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보다 낮은 금리 수준이 유지되면서 구조적으로 자금 유출 압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양국 모두 금리 정책 변화 없이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만으로 환율 흐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1500원대 환율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리스크와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주식매도가 마무리된다고 해도 환율은 대미 투자 약정 등 다른 요인으로 인해 쉽게 하락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금융시장 불안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민생 물가가 어려운 점에는 각별히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4월 경상수지가 282억9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되고 1∼4월 누적 흑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대외 지표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시장 변동성이 크다”며 이같이 정부 대응을 언급했다.

이어 “민생 경제를 더욱 단단히 챙기는 한편, 경제 대도약을 위한 구조 혁신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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