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통행 시 수수료 징수"…美는 2차 제재 경고

오세성 2026. 6. 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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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항행 서비스 비용" 주장
이란 반다르아바스 해변 인근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보이고 있다. 사진=REUTERS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국제사회의 반발을 의식해 '통행료'가 아니라 항행 지원과 안전 관리에 대한 '서비스 비용'이라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미국은 2차 제재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4일(현지시간) 반관영 메르통신 인터뷰에서 "이란과 오만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수수료 징수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오만과 공동으로 제공하는 항행 지원, 수색·구조, 안전 보장, 환경오염 정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통행료라는 표현은 피하고 있지만,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에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이런 제도가 일부 국가를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국제법에는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란은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 통행 관리를 명분으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을 설립했다. PGSA는 선박 사전 심사와 관리, 수수료 부과 등 새로운 통항 규정을 감독하는 기구로 제시됐다. 이란은 미국과의 분쟁이 끝난 뒤에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해상 교통로다. 그레고리 브루 유라시아그룹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폭격 속에서도 해협을 폐쇄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이를 "이란의 새로운 핵 옵션"이라고 평가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해협이 완전히 막히는 것보다 일정 비용을 내고라도 통항이 재개되는 편이 경제적으로 낫다는 시각도 있다. 우회 송유관 건설 등 대체 수출 경로를 마련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수수료 부담을 감수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약 200만 달러의 비용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드맥킨지는 이 정도 비용이 국제유가를 배럴당 약 1달러 끌어올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은 이란의 구상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PGSA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와 공모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상선을 갈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으로 규정하고 제재 명단에 올렸다. PGSA의 수익이 미국이 외국테러조직으로 지정한 혁명수비대에 흘러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 정부는 외국 선박회사가 호르무즈 해협 통행 허가를 얻기 위해 PGSA에 현금이나 현물, 가상자산 등을 제공할 경우 2차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가 이뤄지더라도 선사와 에너지 기업들은 이란 수수료와 미국 제재 사이에서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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